딸기가 보는 세상

측근들 때문에...

딸기21 2005. 6. 13.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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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세계에서 ‘측근’은 권력자와 한 몸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가까이에 어떤 사람을 두느냐가 권력자의 수명을 결정짓기도 한다.
‘아프리카의 지도자’로 위상을 굳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타보 음베키 대통령,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길을 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적극 협력해 남아시아 ‘철의 여인’으로 떠올랐던 필리핀의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대통령. 이들은 국제무대에서 꽤나 ‘말빨’을 세워온 국가원수들이지만 측근의 부패 연루설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다.

부통령 스캔들에 빠진 음베키 대통령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의 뒤를 이은 음베키 대통령은 활발한 대외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남아공은 물론, 아프리카 전체의 위상을 높였지만,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제이콥 주마 부통령이 친구에게서 120만 랜드(약 2억원)를 뇌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

주마 부통령에게 돈을 건넨 샤비르 섀이크라는 인물은 이미 뇌물제공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야당과 언론은 부통령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주마 부통령은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부총재도 겸하고 있고, 오는 2009년 대선에서 음베키 대통령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주마를 내세워 ‘3연속 집권’을 달성하려던 ANC와 음베키 대통령은 뜻밖의 지뢰를 밟은 꼴이 됐다. ANC지지 세력인 남아공노동조합총연맹(COSATU) 등은 주마 부통령 본인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만큼 사임 요구는 이르다며 엄호하고 나섰지만 여론의 화살은 음베키 대통령 쪽으로 향하는 추세다. 음베키대통령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서 주마 부통령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이후 여론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음베키 정부는 1999년 출범 초에도 각료들에게 고급승용차를 지급, 비난을 산 바 있다.


재선 가도 빨간불 켜진 룰라 대통령


올봄 내내 전세계를 돌며 안보리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룰라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부패연루 의혹 때문에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지지율은 떨어졌고 정국은 여-야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사건의 진원지는 룰라 대통령의 노동자당(PT)에 사사건건 맞서온 야당 노동당(PTB). 노동당의 호베르투 제페르손 총재가 지난11일 유력 일간지에 "여당이 일부 주정부와 기업들에게서 돈을 거둬 야당의원들을 매수하려 했다"고 주장한 것. 제페르손 총재는 룰라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제 디르세우 비서실장이 이 일에 깊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지율은 지난해 말 42%에서 이 사건 뒤 38%로 떨어졌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2일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정부 일각의 개각 주장을 일축하고 강경 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야당도 순순히 손을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폭로 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로요, `제2의 부토' 될까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은 남편과 아들 때문에 국민적인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아들과 남편, 시동생이 불법 복권업자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겼다가 들통난 것.

`미키'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로요 대통령의 아들 후안 미겔 아로요는 13일 의원직에서 사퇴한다고 발표했지만 아로요 대통령 지지율은 이미 20% 대로 떨어졌다. 아로요대통령이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가 남편의 수뢰 때문에 결국 하야한 파키스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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