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6

외국인 환경운동가의 한국화장실 체험기

그린피스의 유명한 배 '무지개전사'호가 서해안을 돌고 있다. 그린피스 쪽 멤버 중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승선하고 있는 한 대학생과 위성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학생은 호주 출신 그린피스 환경운동가랑 같이 블로그에 항해일지를 올리고 있다. 한국 학생은 한국어로, 호주 사람은 영어로. 그런데 이 호주 분(여성)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 넘넘 재밌다. 아침에 한참 웃었다. 파란 글자는 내가 멋대로 번역한 것. 미리 말하자면 이 글은 한국이 얼마나 선진국이며 최첨단 테크놀로지 국가인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글이다. ----March 21, 2005 An ode to Korean gadgets: confessions of a confounded westerner imgoVtHoz.jpg Slightly irrele..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세계의 어린이들은 지금 ▲ 멕시코시티, 마닐라, 라고스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유리, 캔, 종이를 찾아 모으고 음식 찌꺼기를 놓고 까마귀와 싸움을 벌인다▲ 진주를 찾아 자바의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 콩고의 광산에서는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선다.▲ 페루의 광산 갱도에서 어린이들은 없어서는 안 될 두더지가 된다. 키가 작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폐가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묘지에 묻힌다.▲ 콜림비아와 탄자니아에서는 커피를 수확하다 살충제에 중독된다.▲ 과테말라의 목화밭과 온두라스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살충제에 중독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새벽부터 별이 뜨는 밤까지 고무나무 수액을 채취한다.▲ 미얀마에서는 철로를 놓는다.▲ 인도 북부에서는 유리 만드는 가마에서, 남부에서는 벽돌 굽..

★ 세계 **의 날, **의 해

★ 세계 **의 날 2월 21일 세계 모국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 International Women's Day) 17일 세계 해양의 날 (World Maritime Day)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세계 시의 날 (World Poetry Day) 22일 세계 물의 날 (World Day for Water) 23일 세계 기상의 날 (World Meteorological Day) 24일 세계 결핵의 날 (World Tuberculosis Day) 4월 7일 세계 보건의 날 (World Health Day) 2..

도쿄와, 코알라 마을과, 이제 작별-

저녁때 아사코씨가 일부러 집에 들러서 선물을 전해주고 갔다. 코알라마을 건물을 내어준 다카야마씨의 책 한권, 그리고 내게 주는 머리핀과 이현이에게 주는 스티커들. 선물값도 적잖이 나갔을 것 같은데, 아사코씨에게는 처음 이 곳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도움을 받은 것 투성이여서 미안하고 고맙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일본인이라고 하면 쌀쌀맞고 타산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내가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아서 이상할 정도. 사실 서울에, 내 이웃에 외국사람이 이사온다면 나는 이 정도로 해줄 수 있는가? 전혀 아니다. 이 사람들같이 친절하게 남을 도와주고, 마음을 열고 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 '더치 페이'한다고 하지만 토요일 환송회에서는 다들 3000엔(약 3만원)씩 회비 내서 우리..

바그다드와 카이로

솔직히 이집트가 싫지는 않았다. 이집트가 어떤 나라인데 그 곳을 싫어하리. 유적이 너무 좋고, 그 압도적인 유적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도 너무 좋고, 나일강도 좋고, 제대로 구경 못하고 돌아온 사막도 너무 좋고, 그곳의 날씨도 너무 좋다. (사실 카이로 쪽은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40도까지는 안 올라가는데, 건조하니까 참고 견딜만 했다. 나는 더위에 굉장히 강한...이라기보다는 더위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기후 꽤 맘에 들었다. 나중에 룩소르/아스완 갔을 때에는 좀 힘들긴 했다. 45도는 아무래도 무리...)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종은 경찰이다. 경찰이 진짜진짜 많다. 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문화재 담당 경찰(피라밋 앞 흰 옷입은 인간들)이 따로 있기도 하고, 워낙에 경찰..

[2004, 일본] 요코하마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지난 크리스마스, 사실 아무 계획이 없었다. 집에 크리스마스 장식이고 뭐고 하나도 없었던데다가, 친구들과의 만남 같은 것도 없다보니 영 분위기가 안 느껴졌다. 12월23일, 이현이 데리고 잠시 외출하던 길에 전철역에서 정말 우연히 다카코씨(소라네 엄마)를 만났다. 내일 뭐하나, 아빠들은 쉬는 날인가, 이런 얘기를 하다가 엉겁결에 약속을 잡았다. 뭐 구체적인 약속도 아니고, "낼 아침에 전화하자"는 정도.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다카코씨 부부가 요코하마에 가자고 해서 집을 나섰다. 요코하마는 도쿄 근교 도시이지만 우리 집에선 도쿄 시내 나가는 것과 거리가 비슷하다. 다카코씨네는 예전에 요코하마에 살았던 적도 있다고 하고, 지리를 잘 알았다. 전철을 몇번씩 갈아타고, 요코하마의 언..

알아야 하는 이유

방금 전 김동춘교수의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거기서 내가 좀 치사하게 시비를 건 부분이 있다. 김동춘 교수는 훌륭한 학자이고, 저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런데 자꾸만 내 눈에 띄었던 시비거리가 있었으니... 이란을 계속 '아랍권'에 집어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동=아랍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동'이라는 것은 지역적 개념이고, '아랍'은 민족(언어) 개념이다. '아랍'이라고 하면 이슬람권의 많은 나라들이 빠져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터키, 이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은 이슬람국가들이지만 '아랍국'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하러 가는 기자에게 주변에서 '아랍어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느냐'고 묻는 걸 봤다. 아프..

[2004, 일본] 무사시코가네이 공원에서

사이타마 쪽은 26도가 넘었다고 하고. 어젯밤 바람이 정말 거세게 불었다. 유리창 깨어질까 걱정될 정도로. 비도 꽤 왔던 모양이다. 아침이 되자,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 햇살이 화창하고, 유난히 따뜻했다. 초여름처럼, 아이들은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뛰어다녔다. 날씨가 요술을 부린 탓인지 공원엔 새싹이 파릇파릇 돋았다! 어딜 가건, 공원들은 다 어쩜 그렇게 멋지고 좋은지. 오늘 갔던 곳은 도쿄도(광역시 개념) 안에 있지만 흔히 말하는 도쿄 시의 외곽에 있는 '무사시코가네이'라는 곳이었다. 공원 안에 에도시대 건축물을 재현해놓은 박물관이 있는데, 아지님은 박물관 안을 구경하고 엄마랑 이현이는 밖에서 기다리며 놀았다. 햇빛이 반짝반짝, 노랗고빨간 단풍잎, 은행잎. 지난번 센조쿠이케에 갔을 때부터 낙엽애호가가 ..

프란츠 파농을 읽다가.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다가. 문득 마주친 문장에서, 머리 속에 잠시 어떤 생각들이 뒤섞여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너의 피부색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 피부색"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끔찍한 순환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것이 원래의 문장이다. 파농은 흑인이었고, 저것은 그가 맞부딪쳐야 했던 현실이었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 맞부딪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네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가 여자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끔찍한 순환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건 어떤가. 다시 파농의 글. 항상 흑인 선..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다, 일본은. 하긴, 지난 3월 일본에 온 이래, 지금껏 텔레비전만 틀면 한국드라마, 음식코너에선 한국요리 소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으니, 새삼 '난리다'라고 하기도 어색하지만. 그런데 어제 오늘 방송 분위기는 전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그넘의 '욘사마'가 뭔지... 10명이나 다쳤다고 하니 언론들이 떠들어댈만도 하다. 이제부턴 '한국 헐뜯기'로 돌아가는 거냐고? 그렇지는 않다. 일본이란 나라,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고, 서로간에 구원(舊怨)도 많다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고, 욘사마 하나로 모든 관계를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아무튼 어제오늘 여기 방송 분위기를 보자면- 후지TV에선 한국의 방송보도를 잠깐 보여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