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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는 왜 종교가 많을까

딸기21 2005. 5. 30. 23:59

29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레바논 총선 1차투표는 라피크 하리리 전총리 아들 사아드가 이끄는 미래운동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종교-종파간 권력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 나라에서 정국이 쉽게 안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레바논은 1975년부터 90년까지 기독교-이슬람 세력 간 격렬한 내전이 벌어졌던 나라. 내전은 시리아의 점령으로 봉합됐지만 압제자가 사라지자 갈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레바논은 중동에서 독특한 종교적 구성과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다른 아랍국들과 달리 영국이 아닌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레바논은 면적 1만㎢로 경기도 크기만한 소국이다. 수도 베이루트는 일찍부터 유럽화되고 활기가 넘쳐 한때 `아랍의 파리'라 불리기도 했다. "이집트 사람이 책을 쓰면 레바논에서 출판해 이라크 사람이 읽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지적, 문화적 중심지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내전과 동시에 베이루트는 파편 더미로 변해버렸고, 거기에서 헤쳐나오는데 15년이 걸렸다.



레바논에서 종교갈등이 내전으로까지 비화됐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 나라의 3800만 인구가 무슬림(59%)과 기독교도(40%)로 극명히 갈린다는 점이다. 종족으로는 아랍인이 95%를 차지하지만 특이하게도 기독교도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는 다시 시아파와 수니파로 갈리고, 이 밖에 시아파에서 갈라져나온 드루즈파와 알라위파, 이스마일파, 누사이리파 등이 포진해있다. 이들 소수파들은 중동의 다른 지역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이 없지만 레바논에서는 주요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기독교계는 시리아에서 시작된 마론파 기독교와 그리스정교, 그리스카톨릭(동방카톨릭)으로 나뉘어있다. 인구의 5%를 차지하는 아르메니아계 또한 정교와 카톨릭으로 나뉘어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프로테스탄트(신교)도 일부 존재한다. 이 복잡한 집단들이 있는 곳에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시리아가 개입돼 내전이 일어났었다.

땅은 작지만 지역적으로도 남-북 레바논과 중부의 마운트레바논(몽리방), 베카계곡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종교세력이 거주하고 있다. 베이루트 총선은 이슬람 수니 계열인 사아드의 미래운동이 휩쓸었지만 북부에서는 마론파 계열인 코르넷슈완모임과 자유애국운동이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남부에서는 시아파 조직 헤즈볼라와 아말의 연합체로 구성된 `저항, 해방 그리고 발전'이라는 조직이 득세하고 있고, 드루즈-마론 연합체인 민주모임(DG)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옛 내전때 암살, 테러공격을 저질렀던 기독교 민병대의 후신 `레바논 무장운동' 세력도 잔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제정된 현행 선거법은 종파간 충돌을 막기 위해 의석 수를 세세하게 배분해놨으며, 이번 총선도 사실상 정치세력들의 `나눠먹기'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 수니파와 기독교계는 현행 선거법이 시아파 시리아의 입김 속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정파지분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총선이 종파갈등을 공식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tip. 

★드루즈파: 이슬람 시아파에서 갈라져 나왔으나 교리가 너무 달라져 `비이슬람'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11세기 다라지라는 시아파 포교자에게서 시작됐다. 남레바논과 시리아 산악지대에 은신하며 종교결사체로 명맥을 이어오다가, 1840년 오스만제국이 레바논 지배권을 포기하면서 서방세계에 존재가 알려졌다. 파티마왕조의 칼리프 하심이란 인물을 메시아로 숭배하며, 독특한 일신교 신앙을 갖고 있다. 일부다처제는 금지돼있고 남녀평등과 영혼의 환생을 믿는 훌륭한 종교다. 

★마론파: 5세기 시리아 수도자 마론에게서 시작된 기독교 일파. 레바논, 시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그리스도단성설(자세한 내용은 모름)을 주장, 로마카톨릭에서는 16세기까지 이단으로 취급됐다. 오스만 치하에서는 드루즈파와 자주 충돌해 박해를 받았으나 레바논 건국 뒤 확고한 세력을 갖게 됐다. 레바논 대통령은 불문율처럼 마론파에서 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