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의 29년 지배가 종식된 뒤 처음 치러진 레바논 총선 1차 투표에서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차남 사아드(35) 세력이 의석을 휩쓸었다.
알자지라 방송 등은 수도 베이루트에서 29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사아드가 이끄는`미래운동' 소속 후보가 의석 19석을 모두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선거는 레바논을 강점하고 있던 시리아가 지난달 군대를 철수시킨 뒤 처음으로 치러진 것이다. 투표가 끝난 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차량 경적을 울리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 축제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엔과 유럽연합 옵서버들은 투표가 사고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보고했다.
사아드 하리리와 계모 나제크가 베이루트 시내의 자택에서
선거 승리를 축하하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AFP/Ramzi Haidar)
내무부는 집계결과 총 128석 중 19석이 걸린 베이루트 선거에서 미래운동 후보들이 모두 승리했다고 밝혔다. 총선은 베이루트를 시작으로 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베이루트에서 사아드 세력의 압승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총선은 독특한 종교-종파별 배분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 19개 선거구 중 9곳에서 투표 없이 미래운동 후보의 당선이 확정돼 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투표율은 매우 낮아 28%에 그쳤던 것으로 집계됐다.
선거의 주인공은 단연 사아드였다. 사아드는 미래운동과 함께 외곽조직인 `순교자 라피크 하리리 리스트'를 이끌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암살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반(反)시리아 국민정서를 결집시켜 성공적인 정계 데뷔전을 치러냈다. 아버지의 초상화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벌였던 그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오늘은 민주주의와 자유, 주권이 승리한 날"이라고 승리를 자축했다.
사아드의 사진을 들고 환호하는 지지자들 (AFP/Ramzi Haidar)
`레바논의 최고경영자(CEO)'라 불리던 아버지에게서 정치적 후광과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사아드는 사업가로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주변에서는 정치에 관심 없던 그를 가족들이 정계에 내보냈다고 전한다. 당초 가족들 사이에서는 장남 바하아가 후계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강한 통솔력을 갖춘 둘째아들 사아드가 선택됐다.
사아드는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아버지가 세운 건설회사를 맡아 경영해왔다. 하리리 가문은 건설, 금융, 부동산, 미디어 등 레바논 산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재벌 집안. 사아드의 고모인 바히야도 정계에 뛰어들어 가문의 정치적 대변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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