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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로미터 제로- 이라크 로드무비.

딸기21 2005. 5. 2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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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칸영화제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칸다하르'가 주목받았던 적이 있다. 미국의 아프간 침공 직후였으니, 소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끌만했을 것이다. 이번엔 '이라크'.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사담 후세인정권 몰락 이후, 그러니까 '전쟁 이후' 이라크를 담은 로드무비 형태의 영화 '킬로미터 제로'가 선을 보였다. 9.11 테러가 일어났던 미국 뉴욕의 이른바 '그라운드 제로'를 빗댄 제목이다. 영국 BBC방송이 영화를 소개한 기사를 보자.

 



감독은 히네르 살림(Hiner Saleem). 이라크 출신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킬로미터 제로'는 살림의 고국인 이라크의 '포스트 사담'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두 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이라크의 최근사를 로드 무비 속에 담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소수파 쿠르드민족과 다수파 아랍민족 사이의 얼키고 설킨 관계를 그리는 것이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은 '후세인 시절'을 재연하는 것이었다고 살림은 말한다.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과 동시에 후세인의 대형 동상이 시민들 손에 끌어내려지던 모습을, TV 시청자들이라면 누구든 기억하리라. 전후 2, 후세인 축출 2. 후세인의 두드러진 흔적들은 이미 이라크에서 사라졌다. '후세인 시절'을 연상케하는 배경을 복원하기 위해 살림 감독은 어렵사리 조각가들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는 쿠르드족 조각가에게 후세인과 연관된 몇가지 '소품'(실제로는 크기가 꽤 컸을)들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했다. 후세인이라면 치를 떨고도 남을, 찢어죽여도 시원찮다고 생각할 쿠르드족들. 결국 감독은 아랍계 조각가에게서 간신히 승낙을 얻어냈다. 살림이 마지막까지 양보하지 않은 것은, 조각작업을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아랍계 조각가에게는 달갑잖은 요구였을 것이다.

 

조각가는 커다란 정원을 빌려 스튜디오로 이용했다. 거대한 사담 동상의 머리를 본 마을 사람들은 당국에 신고를 했고, 조각가는 살림이 달려와서 석방을 요청할 때까지 하룻밤을 감옥에서 보냈다. '희비극'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은 영화에 고스란히 들어난다. 영화에는 역경과 유머, 역설이 가득하다고 BBC는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