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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라크의 화해

딸기21 2005. 5. 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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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 이후 서로 탐색전을 벌여오던 이란과 이라크가 영구적인 평화조약 체결에 합의했다. 오랜 라이벌이자 세계적인 에너지 대국들인 두 나라의 상호 접근은 이라크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IRNA통신(딸기가 좋아하는 통신사)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이란과 이라크가 영구적인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데에 합의했으며 이를 위해 합동실무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전날 이란의 카말 하라지 외무장관은 후세인정권 몰락 뒤 처음으로 이라크의 바그다드를 방문했다. 하라지 장관은 호시야르 지바리 외무장관과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등 이라크 정부 지도자들을 잇따라 만나 양국간 관계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과 이라크내 폭력사태 대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라크 국영TV는 양국이 경제적-정치적-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으며 이란 신문들은 이번 장관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건설적으로 전환되는 전기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지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바그다드와 테헤란은 평화와 우정의 새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과연;;)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란과 이라크는 중동의 대표적인 앙숙지간으로, 지난 1979년 후세인 집권과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적대관계가 계속돼왔다. 1980년 이라크의 이란 침공을 시작으로 8년간에 걸친 전쟁을 치러 30만명 이상(이란 20만명 이라크 10만명-이라크는 이란인 80만명을 죽였다고 주장, 사망자 100만명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공식 통계는 없고 보통 30만명 사망으로 본다)이 목숨을 잃었다.

이슬람 수니파인 후세인 정권은 자국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를 탄압했으며, 이 때문에 이라크의 시아파 정치인들은 이란으로 망명해 테헤란정부의 후원 속에 반후세인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미국은 80년대 시아파 근본주의의 본산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후세인을 지원했었다.

이란은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에도 이라크 내 수니파들의 소동과 국경분쟁 재연을 우려, 이라크 문제에 대한 개입을 피해왔었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의 탈라바니 대통령이 과거 이란에 진 채무를 갚겠다는 의사를 비춘데다 이란도 이라크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양국관계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이란은 탈라바니 대통령의 이라크 과도정부를 공식 인정한 첫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이란과 이라크의 관계변화로 인해 미국의 중동전략은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 13만여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특히 이라크 내 시아파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후세인은 자국내 시아파를 억압하며 근본주의의 확산에 맞선 방패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시아파들이 이라크 과도정부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란의 시아파들이 이라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이란 외무장관이 미군 점령하의 이라크를 방문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국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마저 친이란계와 반이란계, 수니파와 시아파로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상황이어서 이란의 행보가 자칫 이라크 내 종파 갈등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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