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61

예멘 대테러전 ‘제2 아프간’ 우려

모래바람 부는 황량한 산악지대의 소도시 시장 골목에 전투기가 나타나 폭격을 한다. 아이들과 여성들을 비롯해 수십명이 쓰러진다. 주민들은 절규하지만 정부는 “알카에다를 사살했다”고 주장한다. 가난한 이 나라 정부에 무기와 돈을 대주는 것은 미국과 돈많은 산유국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의 예멘에서도 ‘알카에다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접한 예멘 북쪽 국경지대 사다 주(州)의 소도시 라제에서 20일 새벽 사우디군 공습으로 민간인 54명 이상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지역은 이슬람 시아파인 후티 부족 반군의 분리운동이 한창인 지역이다. 반군 대변인은 “사우디 폭격기의 공격으로 주택 다섯 채가 부서지고 주민들이 대거 희..

구속력 없는 포괄적 타협안…코펜하겐 ‘속빈 협정’ 논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15차 당사국총회는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이 모두 모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뜻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공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무성하다. 미·중·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거대 탄소배출국들이 모두 회의에 참가, 합의안을 주도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2050년까지 기온이 올라가는 것을 묶기 위한 국가별 감축목표치를 설정하고 거대 개도국들에 의무를 부여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절반의 성공”, “문제는 이제부터다”, “비난과 우려 속에 나온 합의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ㆍ‘감축 목표’ 실패 “교토의정서보다 후퇴” ㆍ개도국 자발적 감축·기금재원도 의..

이란군이 이라크 유전을?

이란군 병사들이 갑자기 국경너머 이라크의 유전 지대로 넘어가 유정(油井)을 점령했다. 이라크 측이 보안군을 보낸다고 엄포를 놓자 이란군은 곧 철수했지만, 한창 해빙무드가 한창이던 두 나라 간에 벌어진 사건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라크 정부에 따르면 이란군 병사 11명이 이라크로 월경해 남부 마이산주의 알 파카 유전을 점령한 것은 지난 18일. 이란 병사들은 이 유전의 4번 유정을 점령한 뒤 이란 국기를 세웠다.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300㎞ 떨어진 알 파카 유전은 국경에 붙어 있어 이란과 영토분쟁이 이어져왔다. 이라크 정부 측은 성명을 발표, “이란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철수를 요구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밤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바그다드 주재 이란 대사관 관계자를 소환..

'숲 살리는 나라에 보상금을' 코펜하겐 모처럼의 합의

브라질의 아마존강 유역과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아프리카 중부 등지의 열대우림은 온실가스로 지구가 덥혀지는 것을 막고 탄소를 상쇄해주는 데에 큰 몫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저개발국가에 위치한 이런 열대우림은 남벌과 착취의 대상이 되기 쉽다.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모처럼 열대우림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16일 코펜하겐에 모인 약 200개국 장관급 대표들이 ‘숲 파괴와 훼손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REDD) 프로그램 초안에 합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협약은 우림 보유국이 임업자원 개발을 포기하고 숲을 보전할 경우 금전적 보상을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림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권리와 피해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열대우림 보전수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등의 ..

미국 '구제금융 시대' 마무리, 성과는 "글쎄..."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와 씨티그룹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던 돈을 갚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의 구제금융을 받은 주요 금융회사들 대부분이 빌린 돈을 상환했거나 계획을 확정한 셈이 됐다. 미 재무부로부터 총 450억 달러를 지원받았던 씨티그룹은 14일 신주를 발행하고 자산을 매각해 정부가 갖고 있는 2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웰스파고도 정부로부터 받은 250억 달러 구제금융 전액을 상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의 ‘재무위험도평가(스트레스테스트)’에서 불합격해 TARP 구제금융 대상이 됐던 9개 거대 금융기관 중 JP모건체이스·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 등은 지난 6월 자금을 상환했고, 뱅크오브아메리..

2009 기억해야 할 사람들- 이란 여대생 네다 솔탄

지난 6월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거리에서 한 여대생이 무장괴한의 총에 맞고 쓰러졌다. 가슴과 머리에 피를 흘린채 숨져간 네다 솔탄(당시 27세·사진)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은 트위터, 플리커 등의 웹사이트를 통해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졌다. “돌 한번 던지지 않은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네다는 거리를 지나다가 이슬람 민병대로 보이는 괴한에 저격당했다. 모두의 자유를 바랐을 뿐 특정 정파를 지지한 적이 없던 그녀는 다만 그 순간, 그 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달 12일 이란에서는 대선이 실시됐다. 이미 그 전부터 테헤란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과 선거운동 열기로 뜨거웠다. 30년전 이슬람 혁명 이래로 독특한 ‘신정(神政)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는 이란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젊은이들, ..

특수아동들 돕는 워싱턴의 퇴직자 도우미

미국 워싱턴 근교 페어펙스카운티의 특수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처럼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고 발성이 안되지만 등교하는 순간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휴대용 컴퓨터장치의 키보드를 누르면 합성음으로 “안녕하세요”, “굿모닝” 하는 인사말이 나온다. 간단한 인사는 물론, 점심 메뉴에서부터 수업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가 이뤄진다. 의사소통 기계가 고장나거나 장애아동들을 위한 교구와 안전장비가 부숴지면 낭패다. 하지만 이 곳 학생들에게는 모든 고장을 수리해주는 ‘미스터 수리공(Mr.Fix-Its)’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페어팩스 특수학교 학생들의 벗으로 세상과의 대화를 가능케 해주는 두 명의 퇴직자 스토리를 소개했다. 카운티 내 장애인 지원단체들에 소속돼 이 학교 아이들을 돕고..

지구의 미래를 건 'Yes or No', 손익계산은?

“이번 기후변화 회의의 화두는 탄소가 아닌 돈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가 돈싸움을 둘러싼 줄다리기의 장이 되고 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의 틀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 핵심 안건은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들어가는 돈을 누가 얼마나 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적응 비용’이라 불리는 저탄소 경제체제로의 전환비용이 최대 이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들어가는 시설 전환비용은 총 10조달러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코펜하겐 합의가 실패할 경우 인류가 겪어야할 피해는 매년 최소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의 대부분은 저위도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개도국·빈국들이 감당해야 한다. '적응 비용' ..

미 기후법안, '양날의 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 회의가 벌어지는 사이, 미국에서는 환경 관련 법안들을 놓고 민주-공화 양당 간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민주당은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며 온실가스 감축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공화당은 “미국 기업들에 해가 된다”며 반발한다. 세계은행이 이 법안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봤더니 미국과 중국 양측에 해가 되기도 하고 이익이 되기도 하는 ‘양날의 칼’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8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후변화 관련법안이 발효되면 미국으로 들어가는 중국산 제품 수입은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은 3380억달러(약 393조원)이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 줄인다’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코펜하겐에서는 이들의 입에 주목하라.”

“코펜하겐에서는 이들의 입에 주목하라.”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가 개막되면서 모든 시선이 개최지인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쏠리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8일 이번 회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4인방, ‘코펜하겐의 키플레이어(핵심인물)들’을 꼽아 소개했다. (왼쪽부터) 이보 데 보어, 루뭄바 디-아핑, 코니 헤데가르트, 토드 스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단연 이보 데 보어(55) UNFCCC 사무총장. 덴마크 정부와 함께 이번 행사를 주최, 선진국-개도국 진영 간 갈등을 중재하고 최대한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UNFCCC 사무총장이 된 것은 2006년 8월이지만 이미 1994년부터 기후변화 협상에 관여해온 네덜란드 출신의 베테랑 외교관이다. 유엔 인간정주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