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부르카엔 반대하지만...

딸기21 2010. 1. 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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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르카 얘깁니다.
유럽에서 이슬람을 상징하는 종교적 요소들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습니다. 스위스가 모스크의 첨탑(미나레트)을 금지시키기로 한데 이어(이건 증말 웃기는 결정이라고 봅니다), 프랑스가 이슬람 머리쓰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르카 금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보편적 인권과 프랑스적 가치”를 옹호하는 반면, 무슬림 국민들은 “마이너리티(소수) 문화에 대한 핍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의회 산하 특별조사위원회는 26일 “얼굴을 포함한 전신을 다 가리는 부르카는 우리 공화국의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라면서 “모든 병원·학교·관공서와 대중교통시설 등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명 ‘부르카위원회’로 불리는 이 위원회는 200쪽이 넘는 보고서에서 “부르카는 여성 억압과 극단적 근본주의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세속주의(정교 분리)와 성평등 원칙에 위배되는 부르카를 프랑스 전체가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2004년 공립학교 내 히자브 착용을 금지시켰으나, 부르카에 대한 별도 규정이나 전국적인 금지령은 없었습니다.

부르카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지의 여성 무슬림들이 착용하는 것으로, 머리 뿐 아니라 눈을 포함한 얼굴과 온몸을 모두 가리는 가장 폐쇄적인 형태의 복장입니다. 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가리는 옷은 니카브, 머리와 전신을 가리되 얼굴을 드러내는 겉옷은 대개 아바야(아랍), 차도르(이란)라 부르지요.


프랑스의 6400만 인구 중 10%에 이르는 600만명 이상이 무슬림으로 추정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 중 히자브 등 ‘온건한’ 형태의 머리쓰개가 아닌 전신 부르카를 착용하는 여성은 1900명 정도라고 합니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여성들에 부르카를 강요한 데에서 보이듯, 부르카는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고 사회와 격리시키기 위한 도구입니다. 부르카를 착용한 사람에 대해서는 눈으로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에 공공장소의 업무에 장애가 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부르카위원회는 “부르카를 입은 여성에게는 비자·영주권·시민권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여성인권을 내세운 이런 주장 뒤에 반(反)이슬람 감정이 숨어있다는 것이겠지요. 2006년 ‘파리 폭동’을 겪은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이슬람 정서가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말 ‘범국민 국가정체성 토론회’를 여는 등, ‘프랑스적 가치’를 부각시키며 이슬람권 이주민 문화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사르코지는 올초에도 “부르카는 프랑스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부르카 금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네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장-프랑수아 코페 당수는 “부르카 금지법안을 곧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낸 부르카위원회의 앙드레 게렝 의원은 “프랑스에 근본주의를 퍼뜨리려는 (이슬람) 종교지도자들과 계속 싸울 것”이라면서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회는 양분돼 있습니다. 야당인 사회당은 “원칙적으로는 성차별적인 부르카 착용에 반대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금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무슬림·반이민 정서를 부추길까 우려된다는 겁니다. 무슬림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됩니다.

네덜란드는 2006년 부르카 금지를 검토했으나 철회했지요. 부르카를 착용한 사람이 30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터키는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이지만 세속국가죠. 건국 때부터 공공장소 히자브 착용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면서 히자브 착용이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현 정부는 2008년 헌법을 수정해, 금지규정을 누그러뜨렸습니다.
이탈리아의 사례는 부르카 반대가 반이슬람, 반이민 정서와 직결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2004년 이후부터 이민자들을 규제하는 북부 일부 지역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고 있지요. 덴마크와 독일 등은 히자브 뿐 아니라 시크교도의 터번, 유대교 모자 등 종교적 표지물 전반에 대해 공공장소 착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이슬람 복장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보다는 부르카에 대한 제한적인 규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BBC방송은 영국 등 다른 유럽국들로도 비슷한 금지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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