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829

오르한 파묵, 그리고 터키라는 나라

터키의 과거사를 비판했다가 재판까지 받았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대표작인 '내 이름은 빨강'으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2일 스웨덴 한림어의 결정이 발표된 뒤 터키에서는 "터키 문학의 더없는 영광"이라는 환호와 함께 보수주의자들의 비아냥이 쏟아지면서 엇갈린 반응이 터져나왔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는 옛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비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터키는 하루 동안 국제적인 영광과 오명을 함께 껴안은 셈이 됐다. 작가가 아니라 배우 같군요, 파묵 선생. 터키인들 `환호' 한쪽에선 `냉소' 파묵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터키 정부와 문학계는 일제히 환영과 축하를 보냈다. 이스탄불의 작가 쳉기즈 악타르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현대 터키의 깨어있는 의식을 상징하는 ..

독일은 유대인의 친구?

독일이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외교무대 전면에 나서고 있다.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을 계기로 군사활동도 강화하는 추세다. 이미 이란과의 핵협상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들 옆에 한 자리를 꿰찬 독일의 행보에 주변 유럽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레바논으로 향하고 있는 독일 해군의 프리깃함 2척과 군용헬기, 순양함 등이 다음달 2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리마솔항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27일 보도했다. 1500명에 이르는 독일 해군은 지난 21일 빌렘스하펜을 출발했으며 키프로스에서 유엔 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합류할 예정이다. 1990년대 이후 독일군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유엔의 평화유지군에 포함돼 해외에 나간 적이 여러번 있었지만 레바논 파병의 경우 독일..

알카에다의 손익 계산서

9.11 테러 참사 뒤 5년 동안 미국은 두 차례 전쟁을 일으켰지만 테러와의 전쟁 결과는 `실패'로 기울어지고 있다. 알카에다의 대차대조표는 어떨까? 이집트와 미국, 영국의 정치분석가들이 알카에다가 1990년대 공개적으로 내세웠던 목표 5가지를 놓고 성패 여부를 분석했다. 지구촌을 테러공포로 몰아넣으며 세게에 혼란을 불러오고 좌절한 무슬림 청년들을 자폭 대열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알카에다 스스로가 내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모두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는 미국의 대테러전쟁이 테러를 없애는데 실패했듯 절망의 산물인 테러리즘 자체도 결국은 실패할 수 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알카에다의 목표는 ▲오사마 빈라덴의 고국이자 아랍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고 ▲다른 모든 이슬람국가에서..

한발 물러선 이란

이란이 미국, 유럽과의 갈등 원인이 돼온 우라늄 농축활동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이란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파 정권이 들어선 이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란 핵 위기에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0일 이란과 서방 간 핵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오스트리아 빈의 외교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이 두 달 정도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 외교관들은 빈에서 이란과 핵 관련 협상을 벌이고 있다. 6개국 외교관들 중 몇몇은 익명 보도를 전제로 이란의 최근 움직임을 전하면서 "알리 라리자니 이란 ..

딕체니, 콘돌리자 '이라크전 잘했다'

9.11 테러 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온 `테러와의 전쟁'의 총지휘자인 딕 체니 부통령은 10일 TV에 출연해 이라크전과 미국 내 강력한 보안조치 등을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 프로에 출연해 "이라크에서의 저항이 이처럼 오래갈 줄 몰랐다"며 일부 실책을 자인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알카에다 조직과 관련이 없었고 대량살상무기(WMD)도 발견되지 않은데 대해서는 "그래도 이라크전이 미국의 안전에는 도움이 됐다"는 궁색한 논리를 펼치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후세인과 알카에다의 연관성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전쟁을 시작할 당시로서는 최선의 정보에 따랐던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후세인 정권을 제거함으로써 세상은 훨씬 나아졌다"고 강..

흑흑 터키에서도

해마다 한국 관광객들 수만명이 찾아가는 터키가 테러로 물들고 있다. 최근 터키 정부가 쿠르드족 분리운동 세력을 공격한데 대한 반격으로 쿠르드족 무장집단이 이스탄불과 에게해, 지중해 연안 휴양지를 겨냥해 연쇄 폭탄공격을 벌이면서 치안 불안이 커지고 있다. 27일과 28일 터키 곳곳에서 일어난 연쇄 폭탄테러로 최소 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로 무너진 건물. 24시간 새 5차례 테러 CNN투르크 등 현지 언론들은 터키 남부 지중해에 면한 유명 휴양지 안탈리아의 한 식당에서 폭탄이 터져 3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식당 건물은 폭발과 화재로 폐허가 됐으며, 차량들과 오토바이들이 부서져 주변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안탈리아 주재 러시아영사관은 병원으로 후송된 부상자들 중에 독일과 ..

누구는 '핵'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미국이 이란에 핵 개발 포기를 요구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독일로부터 핵무기 운반이 가능한 잠수함 2척을 신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미국의 `핵 이중잣대'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이슬람 국가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이 최근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독일제 `돌핀(돌고래)' 잠수함 2척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AP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이스라엘이 이란을 겨냥해 "우리를 공격하면 핵무기로 보복하겠다"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구입한 잠수함들은 핵 추진 방식이 아닌 디젤-전기 추진 방식으로 운항되는 것들이다. 13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이르는 건..

다시 재연된 '카나의 비극'

며칠 전에 알라딘 서재에 니자르 카바니의 시 '카나의 얼굴'을 소개하면서 '역사는 반복된다'라고 썼었는데, 본의 아니게 내 포스팅이 우울한 예언이 되고 말았다. 이스라엘이 10년만에 다시 카나를 폭격해 어린아이들을 포함해 60명 가까운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불교 신자는 아닙니다만... 그렇게 업을 쌓아서 어떻게 하려고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세상 사람들 목숨값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도 든다. 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을 비록 외신을 통해서나마 계속 지켜보고 있자면 아주 우울해지다 못해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데 이스라엘 놈들을 정말 어케 쳐죽여야 하나. 오늘 뉴욕타임스에서 본 기사를 얼기설기나마 옮겨놓는다. Airstrike Brings Fresh Pain to Town With Ol..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배경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고질적으로 반복됐던 갈등에서 촉발됐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격변을 맞고 있는 중동 전체의 세력구도와 연관돼 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기존 `친미 연대' 대신 중동에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미 `시아 벨트'라 형성되면서 일어난 분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을 대리로 내세워 미국과 이란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중동의 질서재편 계기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분쟁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정권을 치기 위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하마스가 아닌 레바논 헤즈볼라의 반격을 샀다. 이스라엘은 1980년대 말..

레바논의 시돈

사이다(Saida)지중해에 면한 레바논 항만도시. 인구 10만(1985). 베이루트 남남서 약 40㎞에 있다. 옛이름은 시돈이다. 시돈이라는 이름은 BC 3000년대 후반의 바빌로니아 사료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우가리트문서·아마르나문서·《구약성서》에 기록되어 있고, 《신약성서》에서는 예수가 이곳을 방문하여 설교했던 일, 사도 바울이 로마로 가는 도중 기항했던 일과 관련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곳은 고대 페니키아에서 가장 오랜 도시의 하나였다. 유리·염색공예가 뛰어나고 BC 2000년대 후반에는 지중해·에게해 교역으로 번영하여 자매도시 티루스와 패권을 겨루었다. 헬레니즘시대에는 유리공업의 중심지로 번영하였고, BC 1세기 무렵 이곳에서 취성법(吹成法)에 의한 유리기구 제조법이 발명되었다. 이곳 지하무덤에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