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45

[구정은의 '수상한 GPS'] 스캠센터(사기센터)가 된 골든트라이앵글

지난해 두바이에 살던 코비(Kobi)는 온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아에서 월 1200달러 주는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항공료와 이주 비용도 회사에서 낸다고 했다. 그런데 라오스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사실상 감금 상태에서 일해야 했다. 코비가 간 곳은 미얀마, 중국과 가까운 라오스의 골든트라이앵글 경제특구(GTSEZ)였다. 코비처럼 속아서 온 사람들이 하루 최대 17시간 동안 갇혀서 온라인 사기 행위를 강요받았다. 조조라는 우간다 여성은 “아시아에서 컴퓨터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갔는데, 마찬가지로 사기조직에 감금돼 온라인 사기에 동원됐다. 알자지라방송이 5월 30일 보도한 사연이다.코비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곳에서 데이터 입력 업무를 할 거라 믿었지만, 도착 후 수많은 아..

[구정은의 '수상한 GPS'] 브라질판 내란 음모 사건과 트럼프

브라질 연방최고법원 판사 알렉산드레 지 모라에스는 전직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쿠데타 음모 재판을 맡은 사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을 착실히 이어받아 말라리아 약을 방역에 동원하고 아마존 밀림을 파괴해 세계의 공분을 산 인물, ‘트로피칼(열대지역) 트럼프’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보우소나루. 지 모라에스 판사는 그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시켰는데 보우소나루가 위반한 정황이 나타났다. 그러자 보우소나루에게 가택연금 명령을 내렸다. “피고가 법원을 조롱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지 모라에스가 지난 4일 결정문에 적은 구절이다. 보우소나루는 노동자당(PT)의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자 승복하지 않고 지지자들에게 난동을 부추겼고, 쿠데타를 시도하려다 ..

[구정은의 '수상한 GPS'] 세계 바다 망치는 머스크와 스페이스X

바하마. 미국 부자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나라다. 면적은 1만4000㎢인데 약 700개의 섬과 2,000개가 넘는 암초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이 사는 섬은 30여 개뿐이다. 수도는 뉴프로비던스 섬에 있는 낫소(Nassau)인데 전체 41만 인구 중 대다수가 여기 몰려 산다. 원래는 루카얀이라는 원주민들이 살던 지역이었다.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처음 상륙한 장소가 바하마의 산살바도르 섬이었고, 이후 이 지역은 스페인과 영국의 식민지 쟁탈전에 휘말렸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까지는 해적들의 거점으로 악명이 높았고, 1718년 공식적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1973년에 독립했지만 여전히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삼는 영연방 국가로 남아 있다.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경제도 카리브해 ..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 굶어 죽는 가자지구 사람들

‘통합 식량 안보 단계 분류(IPC)’는 식량 안보와 굶주림 실태를 조사하는 다자간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세계식량계획(WFP) 같은 유엔 기구, 정부 간 기구, 국제 구호단체 등 21개 기관이 협력해 운영한다.이 프로그램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04년 만든 기준에 따라 식량위기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 정상(Minimal), 2단계 경고(Stressed), 3단계 위기(Crisis), 4단계 비상(Emergency), 5단계 기근(Famine).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세계의 식량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도가 올라와 있다. 3단계 이상인 지역을 보면 아프가니스탄과 예멘 일부가 해당되고, 그 외에는 거의 모두 소말리아와 남수단 등 분쟁이 계속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뼈만 앙상한 아프리카 아..

[구정은의 '수상한 GPS'] '미국 뺀 자유무역 연대' 성공할 수 있을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 찰스3세 영국 국왕의 초청을 받아 영국에 갔다. 브렉시트 이후 첫 영국 방문이다. 유럽연합 지도자의 첫 국빈방문이기도 하다. (요즘 찰스3세의 ‘왕실 외교’가 화려하다. 3월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만나더니, 5월에는 캐나다를 찾아가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이번에도 케이트 왕세자비의 옷차림을 비롯해 왕실의 화려한 국빈 맞이 행사가 언론에 줄줄이 보도됐다. 반면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존재감이 적었다.) 세계의 관심은 마크롱의 입에 집중됐다. 유럽은 사면초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유럽이 전운에 덮여 있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을 압박하고 권위주의 중국과의 무역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을 끌어안고 홀로서기를 해보려는 유..

[구정은의 ‘수상한 GPS’] B2, 미군 기지, 디에고가르시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너무나 슬펐다. 차고스에 네 형제와 여동생을 남겨두고 왔다. 어머니는 울면서 우리가 이제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2023년 2월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 담긴 루이스 마셀 험버트의 말이다. 그가 살았던 곳은 인도양의 차고스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였다. 적도 남쪽에 있는 이 섬은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과 약 3000km, 동쪽으로는 인도와 약 1800km 떨어진 곳에 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몰디브와도 730km 거리다. 면적은 3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다. 무인도였던 섬을 포르투갈 선원들이 16세기 초에 발견했다. 섬의 이름은 당시 항해를 이끈 스페인인 디에고 가르시아 데 모게르(Diego Garcia de M..

[구정은의 '수상한 GPS'] 남중국해 이어 동중국해까지...중국 항모에 아시아가 끓는다

중국 배가 지나가면 아시아가 들끓는다. 이번엔 동중국해다. 중국 항공모함 두 척이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9일 밤 항공모함 ‘산둥’이 오키나와 미야코 섬 남동쪽 550km 지점,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 목격됐다. 산둥호 함대에는 군함 4척이 동반했고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비행 작전을 수행했다. 또 다른 항모 랴오닝호는 그 직전 주말 일본 최동단 섬인 미나미토리시마 근처에서 작전을 했다. 중국 항모가 일본에서 괌과 미크로네시아 제도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제2 도련선'을 통과한 첫 사례라고 일본 방위성은 밝혔다. 랴오닝 함대에는 유도 미사일 구축함 2척과 고속 전투 지원함이 포함되어 있었고, 항모에서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모습이 NHK에 방영됐다. Meet S..

[구정은의 ‘수상한 GPS’] 트럼프 불똥 튄 ‘아프리카 뿔‘

아프리카 동부, 그 복잡한 곳에까지 트럼프 불똥이 튀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엔 남수단으로 이민자들을 보낸다고 한다. 8명을 미국 땅에서 일단 내보냈는데,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브라이언 머피라는 연방판사가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하고 이민자들에게 충분한 통지 없이 급하게 추방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쫓겨난 이들은 불과 15시간 전에야, 그것도 대부분 한밤중에 추방 사실을 통보받았고, 가족들과 의논하거나 법률적 도움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추방되는 이들이 그 나라에 가게 될 경우 고문이나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설명하고 호소할 기회를 줘야 되는데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법원은 봤다. 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법원이 외교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본국으로 돌..

[구정은의 ‘수상한 GPS’] 캐나다 간 찰스3세 ’왕좌의 연설‘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캐나다를 공식 방문했다. 즉위 이후 첫 번째 캐나다 방문이다. 27일에는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왕좌의 연설'을 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찰스 3세에게 직접 연설을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늘 왕좌의 연설을 총독이 대신했으나 1957년과 1977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해 직접 연설했다. 영국 왕의 직접 연설은 그후 48년 만이다.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은 캐나다 의회의 새 회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의회를 공식적으로 소집하는 것이다. 이 연설을 기점으로 상원과 하원이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정부의 방향과 목표를 소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

[구정은의 ‘수상한 GPS’] 카슈미르 충돌과 아프간의 유령

지난 7일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주고받았다. 사상자가 130명에 달했다. 흔히 카슈미르라고 부르는 지역, 파키스탄 쪽과 인도 쪽으로 나뉘어 있는 ‘히말라야의 화약고’에서 또 포연이 치솟자 세계가 긴장했다. 중동과 유럽의 두 전선에서 숱한 이들이 숨져가는 시기, 세계는 중국과 대만 사이 ‘양안’에도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들이다. 그런데 아시아의 충돌은 바다가 아니라 히말라야 산지에서 터져나왔다. 카슈미르 위기는 늘 그랬듯 이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각국이 지정학적 이해를 따지며 이리 모이고 저리 갈라지는 정세 속에선 불씨 하나만 날아올라도 전란이 터질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사건이었다. 먼저 국경을 넘어 상대방 영토를 공격한 것은 인도였다. 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