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77

말라붙은 다뉴브, 유럽 에너지와 경제를 흔든다

10cm. 현지언론 기사를 읽으면서 눈을 의심했다. 강의 깊이가 10cm라니?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지나는 다뉴브 강의 수위가 이달 들어 최저점에 이르렀을 때의 기록이다. 혹시나 싶어 몇 번을 읽었지만, 올해 이전의 최저기록이 33cm였다고 하니 10cm가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겠구나 싶다. 해마다 지구 평균 기온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지만 올 여름 더위는 진짜 기록적이다. 유럽이 절절 끓으면서 산불이 휩쓸었다. 아시아로 폭염이 넘어왔다 싶었는데 유럽이 또 한 차례 폭염과 함께 가뭄에 직면했다. 2018년 33cm였던 다뉴브강 역대 최저 수위 기록은 7월 말 23cm로 바뀌더니 이달 4일 10cm를 찍었다. AP 등에 따르면 수위가 최저를 찍은 부다페스트 마르기트 다리의 여울목 모래톱은 기후변화의 현장을 ..

인공지능 장관?

영국 총리가 또 바뀌었다. 7월 20일, 앤디 버넘 총리 취임.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0년 새 영국의 일곱 번째 총리. 너무 자주 바뀐데다, 이번엔 총선 없이 집권 노동당이 당의 지도자를 바꾸면서 총리가 교체된 것이라 세계의 관심은 제한적이었음.버넘은 취임 첫 발언에서 정치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주요 각료 인선에서 전 국방장관 존 힐리를 넘버2인 재무장관에 앉히고 에너지장관이었던 에드 밀리밴드는 외무장관으로 옮김. 하지만 대부분 각료는 유임. 눈길 끄는 것은 인공지능(AI) 장관을 만든 것. 과학혁신기술부를 없애고 기업혁신과학통상부로 확대개편하면서, 부처 장관과 별도로 인공지능 담당자를 내각회의에 참석하는 각료급으로 격상시킴.영국 최초..

찻주전자와 전기차, 국제유가의 ‘쿠션’이 된 중국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는 하루 약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는, 중국 민영 정유회사 중 최대 규모라는 헝리석화(恒力石化)의 정유시설이 있다. 모기업인 헝리그룹은 1994년 장쑤성 쑤저우에서 여성 기업가 판훙웨이(范紅衛)가 창립했다. 석유화학 전반에서 사업을 확장했고 2018년 다롄 앞바다 창싱 섬 경제기술개발구역에 정유플랜트를 지었다. 2023년부터 이란산 원유를 대량 수입, 정제해 내다 파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산둥성 일대에는 이런 민영 정유시설이 몰려 있다. 국영 기업들에 비하면 소규모이지만 중국 전체 정유 능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런 회사들을 찻주전자 정유공장(茶壺煉廠)이라고 부른다. 이란이나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국제 제재를 받는 나라들로부터 원유를 헐값에 사서 정제하는 찻주전자들..

[구정은의 ‘수상한 GPS’] ‘호르무즈 통행료’ 국제법과 역사적 사례

미국과 이란의 휴전 협상은 막바지로 가고 있으나 호르무즈는 여전히 시끄럽다. 좁은 바닷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이란과 오만이 협상을 시작했다. 오만 측은 ‘통행료는 안 받겠다’는 이란의 확답을 받았다 했고 미국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선을 딱 그었다. 하지만 지금 논의 중인 ‘호르무즈 항행 메커니즘’에 통행료 아닌 다른 명목으로 돈을 걷는 조항이 들어갈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들이스트아이는 이란이 미국과의 60일 휴전 합의가 끝나는 대로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게서 ‘보험료’를 걷고 싶어한다고 19일 보도했다. 휴전 기간에는 배들에 요금을 매기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모종의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해협 관리 ‘서비스 요금’, 보험료 등 여러 얘기가 오간다. 이란..

카보베르데, 월드컵과 제국주의

스페인이 소국 카보베르데와 월드컵에서 만나 빵대빵 무승부. 충격. 카보베르데는 난리가 났다. 월드컵 첫 출전에 강호를 만나서 선전했으니. 주민들은 창문, 발코니, 옥상에 국기 내걸고, 차들은 경적 울리고… 안 봐도 상상이 된다 ^^특히 마흔 살 골키퍼 조시마르 디아스(보지냐)가 이번 월드컵 최대 화제 중 하나다. 경기 보면서 깜놀한 놀라운 수비. 현지 언론 ‘엑스프레소 다스일랴스’를 보니 “보지냐, 몇 시간 만에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기사가 떠 있다. 경기 뒤에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약 5만 명에서 수백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오늘 들어가보니 팔로워 1120만명 ㅎㅎㅎ. 카보베르데 전체 인구 50만명의 20배가 넘는다. 잼난 건, 브라질 팬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자발적으로 보지냐 홍보하..

알바니아의 '플라밍고 시위' 불러온 이방카와 쿠슈너

동유럽의 알바니아. 조용하던 이 나라에 정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 시끄럽다. 발단은 지중해에 면한 즈베르네츠, 나르타의 해안지대에서 추진되는 초호화 개발 프로젝트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플라밍고와 바다거북 서식지를 침범한다며 반발했다. 5월 30일 개발업체가 철조망을 둘러치고 통행을 막자 시위가 시작됐다. 개발업체 사설 경비원들이 복면을 쓰고 환경운동가들과 충돌했는데 경찰은 보고도 방관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위는 수도 티라나로 번졌다. 플라밍고 모양의 피켓을 든 시위대가 연일 거리에 나와서 개발 중단과 외국인 투자 폐지, 에디 라마 총리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알바니아는 판매용이 아니다.” 시위대의 슬로건이다. 출발점은 환경 문제였지만 그 뒤에는 정부가 외국 자본과 결탁해 땅 장사를 하..

한국과 ICC, 한국과 이스라엘, 한국과 이란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언급하면서 국내 언론들이 조금 시끄러웠다. 이스라엘의 국제 구호선 나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우리도 (집행 여부를) 판단해보자”고 말한 게 파장을 일으켰던 것이다. 정작 이스라엘 언론들은 별로 다루지 않았다. 유력 일간지 하레츠는 별도 기사를 쓰지 않았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로이터통신 보도를 인용해서 이 대통령 발언을 전하는 정도였다. 앞서 4월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의 잔혹행위를 비판하면서 홀로코스트에 비유했을 때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반짝 항의 뒤 봉합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레츠 등은 오히려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이 대통령 발언을 인용했다. 구호선단 나포와 ..

또 총리 교체? 브렉시트 ‘부족 정치’에 갇힌 영국

영국이 또 시끄럽다. 키어 스타머 총리를 향해 최근 내각과 집권 노동당 안에서 사퇴 목소리가 터져나왔다.직접적인 계기는 7일 치러진 지방선거였다. 스타머 총리의 시험대로 여겨져왔는데 참패했다. 잉글랜드에서는 지방의회 의석 5000여석 중 1500석 정도를 잃었다. 극우인사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개혁(Reform)UK’가 득표율 30%를 기록하며 노동당이 잃은 의석 수의 거의 전부를 가져갔다. 노동당은 웨일스, 스코틀랜드에서도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노동당 안에서는 스타머 총리의 선거 경쟁력에 대한 불만을 넘어, 사실상 공개적인 지도부 분열로 번진 상태다. 몇몇 장관들은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차기 지도부 경쟁이 벌써 시작됐다.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로 꼽히는 사람은 앤디 번햄이라는 인물인데 토니 ..

무기 수출길 연 일본...중국은 반발, 필리핀 환영, 인도는 기대

중국은 반발, 필리핀은 환영, 인도는 내심 기대. 일본이 살상무기 수출을 전면 허용한 데 대한 반응들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4월 21일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했고, 이어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이 ‘원칙’의 운용지침도 고쳤다. 운용지침은 무기를 외국에 팔 수 있는 경우를 ‘구난·수송·경계·감시·소해(기뢰 제거)’ 5개 유형으로 한정해왔다. 이 ‘5개 유형’을 없애서 전투기, 호위함, 잠수함 같이 살상 능력을 가진 무기도 수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장 일본이 전 세계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수출 대상은 일본과 방위장비 이전 협정을 맺은 17개국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캐나다·스페인·핀란드와도 곧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나갈 게 뻔하..

아랍에미리트는 왜 OPEC을 탈퇴했나

아랍에미리트(UAE) 국영통신사 WAM에 실린 오펙과 오펙+ 탈퇴 발표문을 보니“새로운 에너지 시대의 주권적 책임”이라는 내용이 눈길 끔. 세계의 안정적인 에너지 시스템은 유연하고 가격경쟁력 있는 공급에 달려 있다고 했는데.1) 유연성- 그동안 오펙에 발목 잡혀서 자유롭게 결정 못 했는데 이제 자기네 국익에 맞춰서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뜻.2) 가격경쟁력- 역시 오펙 통제에서 벗어나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것. 필요하면 싸게 팔겠다? 3) 책임성- 막대한 에너지 자원 갖고 있는 이란은 제재에 묶여있고, 제재가 풀리더라도 이번 호르무즈 봉쇄로 에너지 공급자로서 신뢰성을 무너뜨림. 사우디는 자기네 이익 위해서 유가 떨어뜨리고 세계 경제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있고. UAE는 ‘우리는 저들과는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