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14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IS 호라산'과 푸틴

모스크바 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음악 공연장에 3월 22일 괴한 4명이 들이닥쳐 총탄으로 안에 있던 사람들을 공격하고, 소이탄으로 공연장에 불을 질렀다. 140명 가까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다쳤다. 아프가니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국가-호라산(IS-K)이 자신들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 공격에 가담한 괴한들 중 한 명이 촬영한 동영상도 공개했다. 2004년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의 초등학교에서 인질극이 벌어지고 진압 과정에서 314명이 목숨을 잃었던 ‘베슬란 사건’ 이래 러시아에서 발생한 가장 끔찍한 테러 공격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공격을 야만적인 테러행위라고 불렀고, 3월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 용의자 4명을 비롯해 11명을 체포, ..

에콰도르와 멕시코가 왜 싸우느냐고?

정말 지긋지긋하다. ‘세차 작전’. 에콰도르 경찰이 5일 수도 키토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의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했다.글라스 전 부통령은 좌파 성향의 정부 시절이던 2013~2018년 부통령을 지냈다. 2017년 말 브라질 건설회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020년에는 불법 선거 자금 사용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런데 그 뇌물 사건이 어떤 거였느냐. 이른바 ‘세차작전’, 브라질의 반부패 수사였다. 좌파 노동자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노동자당 인사들, 특히 대통령 지내고 작년에 재집권한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에게 부패 혐의 뒤집어씌우려던 우파의 정치공작 성격+막강한 검찰 권력이 그 작전을 주도. 언론플레이로 의..

[구정은의 ‘수상한 GPS’]남중국해와 필리핀, 거기서 일본이 왜 나와?

3월 초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로 다시 갈등을 빚었다. 발단은 제2토머스 암초에서 불거진 충돌이었다. 제2토머스 암초(Second Thomas Shoal), 남중국해의 지명들이 대개 그렇듯이 여러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까닭에 이름이 여럿이다. 필리핀 말로는 아융긴 숄, 중국어로는 런아이자오라 부른다고 한다.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난샤군도)에 있는 산호초인데 스프래틀리 군도가 바로 중국, 브루나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복잡한 곳이다. 특히 중국은 제2 토마스 숄을 포함한 남중국해 거의 전역을 자기네 영유권이라 주장하고 있다. ‘제2토마스 숄’, 뭍으로 올라온 배 하지만 제2토마스숄은 필리핀 해군이 1999년 첫 상륙한 이래로 ‘실효 지배’를 해왔다. 당시 중국과 ..

예멘, 후티, 유럽의 홍해 작전

미국과 영국이 예멘 해안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후티는 1990년대 명망 높았던 종교 지도자 바드르 알딘 알후티의 이름을 딴 것. 독재정권 시절 차별받던 지방부족의 투쟁단체. 아랍의봄 뒤 독재정권 물러나고 새 정부 구성 권력 공유하기로 해놓고 새 대통령이 약속을 어김→ 후티는 다시 반군이 됨 후티 반군은 사나와 홍해 해안선을 포함한 예멘의 북서부 지역을 장악. 예멘 인구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후티 반군은 세금을 징수하고 화폐를 발행하는 사실상의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멘 정부는 남부 항구 아덴에. - 후티의 군사력은 실제로 얼마나 될까. 옛날엔 군사력이라 할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란 지원으로 무장 확대+사우디가 침공하면서 오히려 강화..

[구정은의 '수상한GPS'] 즉위 10년 프란치스코, 바티칸 달라질까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각) AP통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동성애를 범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은 모든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고 했고,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해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한다. 형사적인 죄와 종교적인 죄를 구분하면서, 동성애가 종교적 즉 기독교 관점에서는 죄악일지 몰라도 세속법으로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교황은 동성애를 범죄로 다루는 법이 “부당하다”며 가톨릭교회가 이런 법을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도 말했다. 동성결혼을 ‘시민결합’ 등의 형식으로 인정해서 배우자로서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곳들이 늘고 있지만, 동성애 지향을 갖고 있거나 그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범죄자로 처벌하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AP에 따르면 현재 67개국..

[구정은의 '수상한 GPS'] 돌아온 룰라, 그때와 지금의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일 취임했다. 2000년대 2번 연임, 이번이 3번째 집권이다. 지난해 10월 노동자당(PT) 후보로 다시 대선에 나와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에게 승리했고 보우소나루는 지난해 말 미국으로 떠나서 새 대통령 취임식에도 안 왔다고 한다. 1945년생이고 상파울루 노동자 출신이다. 1970년대 말 브라질 군사독재 기간에 노조 운동을 이끈 지도자였으며 1980년 군사독재정권이 끝난 뒤 노동자당 창당 주역이 됐다. 1986년 상파울루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1989년, 1994년, 1998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 그래도 1990년대 브라질 대통령은 종속이론가인 좌파 지식인 엥히케 카르도주였고, 그 시절에 노동자당은 브라질 정치..

[구정은의 '수상한 GPS'] 리시 수낙과 영국의 인도인들

영국 정치는 참 시끄럽기도 하다. 석달 새 세번째 총리라니. 보리스 존슨이 사퇴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새 리즈 트러스를 거쳐 새 총리가 취임했다. 25일 총리가 된 리시 수낙. 당초 '포스트 존슨'으로 유력시됐던 사람이다. 보수당 의원 100명이 그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평당원들의 반란으로 극우파 트러스에게 패했는데 트러스가 44일만에 사퇴해버렸고 수낙이 결국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됐다. 첫 유색인종 총리, 42세 최연소 총리다. 수낙은 승리를 결정지은 뒤 "영광스럽다" "내가 큰 빚을 지고 있는 이 나라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특전"이라고 했다. 수낙은 2015년 하원의원이 됐고 테리사 메이 정부에서 2019년 첫 입각했다. 2020년 존슨 정부에서 총리에 이은 2인자..

[구정은의 '수상한 GPS'] 누가 파키스탄에 홍수를 일으켰나

파키스탄에서 큰 홍수가 났다. 6월부터 계속된 물난리로 지금까지 1200명 가량 숨졌는데 그 중 400명 가까이가 아이들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3300만명, 2억 4000만 인구 가운데 15%가까이가 영향을 받았다. 가라앉거나 부서진 집이 100만 채가 넘고, 30만명 이상이 지금 천막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가축도 100만 마리 이상 죽었다고 한다. 경제적 손실은 100억달러,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홍수”라면서 8월 2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파키스탄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몬순으로 196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아라비아해와 면한 신드 주와 발루치스탄 주의 피해가 특히 컸는..

[구정은의 '수상한 GPS'] 쁘라윳 직무정지... 태국 '암흑의 8년' 끝날까

태국 헌법재판소가 24일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가 반대 세력에 밀려나게 되자 그 틈을 타 쿠데타를 일으켰다. 계엄령을 선포한 뒤 권력을 잡아 총리직에 올랐고, 2019년 총선으로 집권을 연장했다. 그 이태 전인 2017년 군부 쿠데타 정권은 개헌을 했는데 그 헌법에 따르면 총리의 임기는 아무리 길어도 8년을 넘길 수 없다. 야권에서는 2014년 총리가 된 뒤부터 계산하면 올해 8월 24일로 임기가 끝나는 거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여권은 개정된 헌법에 따라 2019년 3월 총선을 거쳐 6월에 총리가 됐으니, 그 때부터 계산해 2027년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권은 총리의 임기가 언제 끝나는지 결정을 ..

[구정은의 '수상한 GPS'] 미국, 이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남미를 흔드는 비행기 한 대

보잉747-300 화물기 한 대가 지난 5월 멕시코에서 자동차 부품을 싣고 출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파라과이의 국경도시에 잠시 들렀다. 그러다가 악천후를 만났고, 원래 기착할 곳은 아니었지만 급유를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6월 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에세이사 공항에 착륙했다. 그 뒤로 화물기는 계속 그곳에 묶여 있다. 2달 가까이 지난 8월 3일, 미 법무부는 아르헨티나에 이 비행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이란, 이스라엘, 파라과이… 온통 비행기 한 대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게 된 복잡한 사건이다. AP통신 등 외신들도 ‘참 기묘한 사건’ ‘미스테리 항공기’라고들 전한다. 문제의 항공기는 원래 이란 항공사가 가지고 있었는데 베네수엘라에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