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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비릴리오, <속도와 정치>

속도와 정치. 폴 비릴리오. 이재원 옮김. 그린비. 작년에 읽은 에서 언급된 책들을 하나씩 읽고 있다. 아슈스 난디의 에 이어 비릴리오의 이 책을 읽었다. 프랑스 학자의 글인데다^^;; (그래도 인도 사람들보다는 낫다) 1970년대에 쓰인 것이지만 반짝반짝하는 통찰들이 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미국의 대테러전부터 팬데믹 시대의 계급 구분, GPT와 인공지능 등 요즘의 주제들을 생각하며 곱씹어볼 것들이 많았다. 번역자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옮긴이 주석과 해설을 읽는 재미도 컸다. 보병은 적의 포탄이 발사되자마자 적의 포진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그의 목숨은 달리는 속도에 달려 있다. 너무 느리다면 그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포탄에 맞아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나서 죽게 되므로. 결국 이 새로운 전쟁은 인간이..

딸기네 책방 2023.05.21

박태균, <베트남 전쟁>

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박태균, 한겨레출판 전쟁을 이야기할 때, 전쟁을 보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을 말할 때, 기지촌과 코피노와 성매매를 생각할 때, 파고들어가다 보면 늘 부딪치게 되는 것은 베트남 전쟁이다. 우리가 아직도 정직하게 대면하지 않고 있는 전쟁. 책은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내가 스스로에게 놀란(?) 것은, 베트남 전쟁보다 한국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우리 집앞 흙길에 아스팔트가 깔린 것이 1970년대 후반이었는데 1980년대 중반의 나는 친구들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 구경을 갔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그 기간의 갑작스런 '발전'은 기억 속에서 너무나 놀라운 사건으로 인식돼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1970년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선물을 받은 기분..

딸기네 책방 2023.05.19

수단 사태, 어떻게 진행돼 왔나

수단 개황 면적 186만㎢, 인구 4920만 명 (아랍계 70%, 푸르, 베자, 누바, 잉게사나 등등 500여개 부족) 아랍어와 영어(공식 언어), 누비아어, 타 베다위, 푸르어 등. / 수니 무슬림과 소수 기독교도 경제상황: 2021년 1인당 실질 GDP 3700달러, 실업률 약 20%(청년실업률 35.6%) 자원: 원유 매장량 50억 배럴, 천연가스 매장량 850억㎥ 주요 수출 파트너: UAE(31%), 중국(19%), 사우디아라비아(14%), 인도(12%), 이집트(5%) 등 (2019) 주요 수입 파트너: 중국(31%), 인도(14%), UAE(11%), 이집트(6%) 등 (2019) 현대 수단의 역사 1956 독립 1958 이브라힘 아부드 군사 쿠데타 1962 남부 내전 시작(Anya Nya m..

마이클 그린, <신의 은총을 넘어서>

신의 은총을 넘어서 마이클 그린. 장휘, 권나혜 옮김. 아산정책연구원. 5/7 비문에다 틀린 거 투성이에다 주어 술어 안 맞고 번역이 엉망이다. 또 부시 행정부 국가안보팀에서 일했던 저자 자체가 보수 우익에 일본주의자이다 보니 시각이 극도로 편향적이어서 믿거나 말거나인 부분이 많다. 재미는 있었다. 아, 미국 보수파 중에는 저렇게 생각하는 자들도 있구나~ 하며 읽었다. 남들에게 권해줄 생각은 없다. 역사적 기록은 첫째 미국이 대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립해 왔고, 둘째 현실주의 전제에 기반한 전략들이 가장 잘 결실을 맺었으며, 마지막으로 이상주의적 전제에 기반한 전략들이 결실을 무위로 돌리기 가장 쉬웠다는 것을 보여준다. 트로츠키가 말한 것처럼 “당신은 전략에 관심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전략은 ..

딸기네 책방 2023.05.07

사미르 아민, 유럽중심주의

유럽중심주의. Eurocentism. 사미르 아민. 김용규 옮김. 세종출판사. 5/5 “역사는 성공하지 못한 사회들의 죽은 시신들로 가득차 있다.” (140쪽)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책을 읽은 때부터 아민의 이 책을 사고 싶었지만 품절/절판 상태라 구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십여 년이 지나가버렸다. 식민주의-탈식민에 관한 책들 리스트를 올리면서 이 책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고 한 마디 붙였는데, 블로그에 늘 와주시는 companiero 님이 그걸 보셨다. 내 리스트를 보고 중고로 사셨고, 읽으신 뒤 보내주신 덕에 이 책이 드뎌 내 손에 들어왔다!!! 세상에 이렇게 신기하고 반갑고 감사한 일이. ㅠㅠ 아민의 책은 1989년에 나왔고,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 시기까지만을 언급하고 있다. 한글판..

딸기네 책방 2023.05.05

[기자협회보] '기후동맹' 요구하는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새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15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참가국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브라질의 아마존 숲이 더 베어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5년간 5억 달러 기금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유엔 녹색기후기금(GCF)에 1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마존 기금에 미국이 돈을 붓겠다고 하니 브라질은 당연히 환영했죠. 브라질의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편을 드는 듯한 모습을 보여 미국이 격앙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아마존 문제에선 바이든 정부와 룰라 정부..

[구정은의 '현실지구'] 독재와 학살, 수단 충돌과 다르푸르의 그림자

아프리카 북동부 드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수단에 다르푸르라는 지역이 있다. 사하라 사막이 커지고 목초지가 줄어들자 아랍계 무슬림 유목민들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아프리카계 농경민들과 충돌했고, 중앙정부의 묵인과 방조 혹은 지원 속에 무장집단을 만들어 원주민들을 학살하고 쫓아냈다. 2003년부터 10년 넘게 세계의 ‘인도적 재앙’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분쟁이었던 ‘다르푸르 사태’다. 수단은 면적이 190만km2에 이르는 큰 나라다. 다르푸르만 해도 면적이 50만km2, 한국의 5배다. 그런데 수도 하르툼의 중앙정부는 다르푸르를 늘 무시하고 소외시켜왔다. 그러던 터에 사하라 주변 건조지대인 사헬의 가뭄이 심해졌고 기근이 일어났다. 먹고 살기 힘들어진 다르푸르 서부 아랍계 주민들은 1980년대부터 잔자위드라는 ..

시위에서 내전 양상으로, 미얀마 상황

2021년 미얀마 쿠데타 2021년 2월 1일 군부(땃마도)가 쿠데타, 민주선거로 집권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을 축출. 민 세인 대통령 대행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지도자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이 이양됐다고 선언. 그 전 해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NLD 승리. 그 결과 뒤집기 위해, 의원 선서 전날에 쿠데타. 수지 국가고문은 구금, 국가재난법 위반, 통신법 위반, 불안 선동 등으로 기소. 지난해 12월 징역 33년형 선고. 올해 77세, 정치활동 아예 못하게 하려는 것. [CFR] Myanmar’s Troubled History: Coups, Military Rule, and Ethnic Conflict 군사정권 기구 국가행정위원회(SAC)는 1월 31일 비상사태를 연장...

[구정은의 '세계, 이곳'] 중국-인도-미국 삼각관계와 히말라야 전쟁 게임

“국무원의 지명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외교부는 티베트 지역의 일부 지명을 표준화했다.” 지난 2일 ‘티베트 남부 지역의 공공 사용을 위한 지명 추가에 관한 민정부 발표’라는 중국 정부 공지문이 떴다. ‘민정부 공고 제548호’라는 번호가 붙은 공지문은 딱 한 줄, 그리고 11개 지명을 담은 표가 첨부돼 있다. 방친, 장커쭝, 거둬허 등등 중국식 한자 지명과 티베트식 이름, 중국식 발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병음’과 위도·경도가 적혀 있는데 2곳은 주거지이고 나머지는 산과 강 등이다. 그 아래 빨간 글자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쓰여 있는 티베트 지도에, QR코드까지 붙여놨다. 얼핏 보면 중국이 소수민족 지역에 중국식 이름을 붙이고 주민들에게 알리는 평범한 안내문 같지만 상황은 더 복잡하다. 인도가 자기네 ..

[서울경제] 나무 1억그루 심기…女 환경운동 분투기

2023-02-23 조상인 기자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9LV3GI5MO ■숲으로 간 여성들 오애리·구정은 지음, 들녘 펴냄 과거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을 따르던 여성은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삶을 영위했기에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포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성이 환경운동의 시초부터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책은 세계 곳곳에서 지구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힘써온 여성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침묵의 봄’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레이첼 카슨, 기후 위기의 인류를 향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 그레타 툰베리가 대표적이다. 산업혁명 당시 더 이상 공장 들어설 자리도 없는 영국 런던 한복판에 녹지 공원을 조성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