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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현실지구']중국 대체한다고? 인도의 힘겨운 '반도체 드림'

폭스콘 때문에 인도가 시끌벅적했다. 발단은 대만 반도체칩 제조회사 폭스콘이 인도의 베단타와 조인트벤처 사업을 하기로 했다가 “안 하겠다”며 지난 10일 뒤집어엎은 것이다. ‘아이폰 만드는 회사’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은 지난해 인도에 칩을 생산하는 합작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규모가 195억달러에 이르는 프로젝트였다. 물 건너간 이유는 베단타 측과 협상이 원활치 못해서였다고 한다. 로이터통신은 합작회사의 기술파트너로 유럽의 칩 제조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확정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이 베단타의 재정상태를 못미더워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베단타는 원래 전자제품이나 정보기술(IT)과는 관련 없는 광업회사다. 인도의 고아, 카르나타카, 라자스탄, 오디샤 등에..

[2022 문경·예천] 예천 용문사, 뜻밖의 명소

'명소'라니... 이런 구닥다리 같은 표현을 ㅠㅠ 하지만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므로 ㅋㅋ 당초 문경새재가 목적이었고, 숙소를 찾다 보니 예천으로 가게 된 것뿐. 예천은 정말 인연이 없었던 곳이고 평생 가볼 마음 한번 먹어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숙소가 거기였고 전날 이미 문경새재를 걸었으니 동네 구경이나 하자 싶었다. 헌데, 우리 숙소가 있는 시골 마을이 담날 환할 때 보니 너무나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것이 아닌가? 마을 안에 '예천 권씨 초간 종택'이라는 고택이 있는데, 보존이 잘 돼 있는 것은 물론이며 지금도 주인들이 살고 있었다! 무려 문화재, '보물'이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초간 권문해 선생(...)이 지은 초간정이 있다. 정자 주변에 원림도 있고. 초간정 입지 끝내준다! 작지만 건물 ..

<하버드 중국사- 원·명>

하버드 중국사 원·명 - 곤경에 빠진 제국 티머시 브룩. 조용헌 옮김 너머북스. 7/3 전체 시리즈의 책임편집자인 티머시 브룩이 원-명 시대를 저술했다. 머리말에서부터 조너선 스펜스를 얘기하더니, 글에서 스펜스의 향기가 물씬 난다. '용이 나타났다'는 기록을 가지고 글을 시작해서 소빙하기에 해당되는 당시 기후 재앙과 왕조의 성쇠를 엮는다든가, 서울의 골동품상을 거쳐 캐나다 터론토로 옮겨간 명대 인물의 비문에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든가. 스타일의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는데, 원에 대한 설명이 적은 것은 조금 아쉽다. 중국인에게 1368년은 13세기 중엽부터 17 세기 중엽 사이 4세기에 걸친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해당한다. 주원장이 주도하는 토착 반란 정권이 몽골을 몰아내고 '조국’을 재건한 해였기 ..

딸기네 책방 2023.07.09

[2022 문경·예천] 말로만 듣던 문경새재

마냐님 여행기를 찾아보니 작년 4월이었네. 셋이서 문경에 놀러갔다. 숙소는 내가 예약하고, 마냐님이 운전.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적당히 잘 걷고 뜻밖에 넘나 좋은 곳들 구경하고. 재미있었다. 문경새재 올라가는 길. 사진은 멋진 성문들만 찍었으나 주차장에서부터 입구까지 유치한 조형물들이 많았던 게 좀 아쉽다. 새재 들어가서도, 안내문이 너무 많은데 정작 재미난 정보는 없었다는. 1박2일 여행 중에 새재를 걸었던 첫날은 날씨가 진짜 좋았다! 지금 보니 벚꽃이 정말 찬란했네. 저기는 그냥 계곡이지만, 중간에 발 담글 수 있게 수로를 만들어놓은 곳이 있어서 잠시 더위를 식히기도. 4월인데 이 날은 햇살이 꽤나 뜨거웠다. 2코스 들어가는 곳에 또 문이 있다. 우리는... 1코스 걷고 2코스 맛뵈기로 아주 조금 ..

<하버드 중국사 - 송>

하버드 중국사 송 - 유교 원칙의 시대 디터 쿤. 육정임 옮김. 너머북스. 7/2 아름답고, 화려하고, 유약하고, 말 많고. 한국 사극에서도 삼국시대 고려시대까지는 박진감이 넘치다가 조선으로 가면 나가서 말 달리며 싸우지는 않고 조정에서 이것이 도리가 아니네 예가 아니네 하면서 말싸움만 한다. 송나라가 그렇다. 당나라는 화려하고 국제적이면서 번창한 느낌이 강한 반면에, 송나라는 정교하고 룰 많고 예법 가지고 지지고볶고 ... 1126~1127년에 금의 침략을 당해 송 조정은 멀리 남쪽으로 피난을 갈 수밖에 없었으며, 거기서 1279년까지 다시 152년간 권력을 유지했다. 금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점을 고려해볼 때, 북송과 남송이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송 제국의 약점은 ..

딸기네 책방 2023.07.08

[2022 제주] '빛의 벙커' 속으로

작년 1월에 제주도 다녀오고 나서 첫 올레길 걷기의 즐거움에 feel 받아, 2월에 다시 갔다. 1월에도 날씨는 가히 &#*%(&(* 했는데, 2월엔 더 추웠다! 오랜 베프인데, 둘이 첫 여행. "우린 그동안 뭐 하고 살았을까?" "일만 하면서 살아 온 것 같아." 이제 나란히 노는 처지가 된, 두 사람의 최고의 힐링 여행. 종일 수다 떨 줄 알았는데 그냥 둘이 조용히 걷고(사실 걸을 날씨는 아니었다). 뭐, 말 안해도 다 아니까. 새벽4시까지 다 지나간 싱어게인2 보면서 와인 마시고. 강제로 BTS 예습(?) 시키고. 늘 그렇듯 마냐님이 코스 짜고 운전하고 안내하고 설명해주고 식당 찾고 주문하고 안주 차리고 치우고… 나는 그저 옆에서 기생했을 뿐. 그렇게 근 30년을 ‘딸기=갑, 마냐=을’로 지내왔는데..

<하버드 중국사- 당>

하버드 중국사 당 - 열린 세계 제국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김한신 옮김. 너머북스 이 책만 두드러지게 번역 문장이 매우 나쁨. 영어 직역이라 비비꼬인. 대다수의 중국인은 당 왕조(618-907)를 정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화 제국의 절정기로 인식하고 있다. 당 제국은 청 왕조 이전 중국 왕조 중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였고 종교, 문자, 그리고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제도로 연결되었던 동아시아 세계의 중심이었다. 당대의 문인들은 중국의 위대한 서정시의 전통에서 최상의 시들을 만들어 내었고, 그것들은 중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최고 수준의 문학 장르로 남았다. 정치와 예술에서의 초기 업적에 대한 찬양은 후대 왕조들에서 더욱 강조되었다. 당 왕조는 최후의 위대한 '중국 민족’ 왕조였다. (군사적으로 약체였..

딸기네 책방 2023.07.05

[2022 광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

지난해 1월 광주 '10년 후 그라운드'의 초대를 받아서 강연을 하러 다녀왔다. 그날 내부 사진도 꽤 찍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 없네? 1970년대에 지어진 유치원 건물을 카페&서점으로 개조했는데 정말 이쁘다. 10년후 그라운드가 있는 양림 역사문화마을은 작지만 이쁜 동네였는데, 왜 여기도 사진이 없지.... ㅠ 강연이 저녁 때라 끝내고 바로 올라올 수는 없었고. 어쩔 수 없이 묵고 가야 하는 사정을 배려해주신 이한호 대표님께서 정말 좋은 숙소를 마련해주셨다! 오래 전 미국 선교사들의 집이었던 곳을 개조한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 주변에 초창기 선교 역사가 남아 있는 산책로도 있고, 정말 좋았던 곳. 광주에 몇 번 갔지만 며칠씩 묵어본 적은 없다. 10년쯤 전에 욘양 데리고 광주평화상 선정 과정 돕..

[구정은의 '세계, 이곳'] 나치, 소련군, 미군, 다시 독일군... 리투아니아의 기구한 '이 도시'

[한국일보 기사로 보시려면 꾸욱~ 눌러주세요~] 독일이 해외에 ‘상설 군사기지’를 만든다. 아프가니스탄과 말리 등에서 유엔 치안유지 임무의 일환으로 파병한 적은 있지만, 해외 상설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결국 독일을 불러냈다. 오랜 악연에 참혹한 전쟁까지 치렀던 두 나라인데,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도 끝까지 러시아를 등지지 않으려던 축에 속했다. 그러나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이 독일의 ‘재무장’을 가속시켰다. 유럽의 짐을 덜고 싶은 미국이 원했던 방향이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지난 26일 리투아니아에 병력 4000명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의 동쪽 경계를 보호하기 위해 독일 군인들을 상시적으로 주둔시킬 계획이라고..

[한국언론진흥재단] 국제뉴스, 무엇을 보고 어떻게 쓸 것인가

작년에 언론재단에서 '국제 보도 가이드북'을 만든다고 해서 기고했던 내용입니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찍었어요. 이 영상과 글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거지만 뉴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어떤 기사에 어떤 문제가 있나, 어떤 것이 좋은 보도인가를 판단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국제뉴스의 중요성이 저평가되어 있다’, ‘한국 언론은 국제뉴스를 소홀히 다룬다’는 비판들을 많이 합니다. 뉴스의 독자(시청자)의 시각에서 보면 어떨까요. 국제뉴스를 접할 때는 누구든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남의 나라 이야기인 탓이 크겠지요.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 유럽과 러시아의 대립, 아시아 패권 다툼 등 너무 커다란 이야기들이 주로 오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나’와 관련 없는, 먼 세상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