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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업] 연표로 보는 중동·북아프리카의 역사

▶ 서방 제국의 ‘중동 분할’과 아랍민족들의 투쟁 20세기 초반 중동·북아프리카의 역사는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와해의 역사'와 일치합니다. 수백년 동안 오스만을 넘보지 못했던 유럽은 늙고 쇠락해진 동방의 거대제국을 이리 뜯어내고 저리 뜯어내며 '땅따먹기'를 하지요. 아랍어/이슬람/오스만 지배지역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던(이란이나 쿠르드족 같은 예외는 있습니다만)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국가들은 20세기 오스만 제국이 현재의 터키로 쪼그라드는 사이 서양 열강에 침탈당하고 갈갈이 찢긴 끝에, 오늘날과 같은 국경선들로 나뉘게 됩니다. [참고] 중동·이슬람에 대한 책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연표는 여기에 1906 모로코 통치권이 프랑스·스페인에 이양됩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집트..

꼭 필요했던 책,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아랍의 봄 그 후 10년의 흐름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총서 기초연구시리즈 23 구기연 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구기연 박사님이 중동/아랍/이슬람 전문가들로 '어벤저스' 팀을 구성해 한 권의 책을 냈다. 그리고 3월 말 북토크를 했는데 토론자로 참여할 좋은 기회를 주셨다. 지난번 아시아연 여성 인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북토크도 정말 재미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좋은 시간. 남녀 동수 패널의 북토크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아래는 2023년 가을호에 실은 서평. 민주주의는 정말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일까? 그렇다면 시리아에는 지금쯤 민주주의의 가냘픈 싹이라도 텄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만큼의 피가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질문을 좀 더 잔혹하게 바꿔보자. 피를 먹으면,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정말로 자라나..

딸기네 책방 2023.10.10

드뎌 읽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

리바이어던 토머스 홉스. 이정식 역. 올제클래식. 드뎌 읽음.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신의 왕국'과 '암흑의 왕국'은 슬렁슬렁 넘겼지만. 앞부분은 그나마 괜찮았는데, 전반적으로 번역이... 이건 뭐 오역이나 직역/의역의 문제가 아니라 AI번역기보다도 훨씬 못한 수준. 접속사 그러나/그런데/그리고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의 번역이랄 밖에는. 교황을 일본식 표현인 '법왕'도 모자라 '법왕'과 '법황'을 섞어 번역한 것은 대체 머람. 번역 문장이 참담하다고 말하기도 뭣한 수준의 비문이다. 오래 전 주워둔 책이라 걍 읽었는데, 이왕 읽을 거면 차라리 돈 들여 새로 살 걸 그랬다 ㅠㅠ 독자 가운데 이 책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어떤 쪽에서는 너무나 큰 자유라고 주장할 것이고, 또 한쪽에서는 너무 많은 권위라..

딸기네 책방 2023.10.09

정욱식, <핵과 인간>

핵과 인간 정욱식. 서해문집. 13/8 넘나 훌륭한 책. 문재인-트럼프 시기의 희망적이었던 분위기에서 끝난 것이 아쉬울 수밖에.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한미일 동맹 강화한다며 말 그대로 나라 팔아먹고 있는 꼬라지 보면 말이다. "한국 대통령이 반북과 친미·친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으면 이는 미일동맹에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만다." 핵이라는 물리학의 결정체와 변화무쌍한 인간 의식이 만나면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핵은 관계다. '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전쟁도 완전히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한국전쟁과 핵무기의 관계는 상당히 밀착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은 '세계 전쟁'이었다. 한국전쟁과 핵무기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것은 단순히 과거사의 기술..

딸기네 책방 2023.10.09

[구정은의 '현실지구'] ‘눈표범의 집’ 히말라야가 위험하다…맹수들의 잘못된 만남

늑대가 돌아왔다. 표범과 호랑이가 세력권을 다툰다. 사정이 급해진 건 눈표범이다. 네팔의 험준한 산악과 설원이 전에 없던 맹수들의 싸움터가 됐다. 눈표범은 눈 덮인 바위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목을 노리고 달려든다. 야행성으로 혼자 다니는데다 흰 털에 박힌 특유의 무늬가 보호색 역할을 해줘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눈표범을 히말라야 사람들은 ‘산의 유령’이라 부른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눈표범은 이 지역의 유일한 맹수였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저지대에 살던 호랑이와 표범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추운 기후를 보호막 삼아 지내던 눈표범에게, 이들의 출현은 엄청난 위협이다. 설상가상으로 늑대까지 나타났다. 히말라야늑대는 네팔에서 40년 넘게 사실상 사라진 상태..

피터 왓슨, <거대한 단절>

거대한 단절 - 1만6500년 동안 신세계와 구세계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피터 왓슨. 조재희 옮김. 글항아리. 기후 생태학적 조건을 문명사와 연결시키는 역사학이 대세인 모양인데 이 책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지리 조건과 자연환경, 동식물의 차이 등 구세계와 신세계의 경로가 달라지게 만든 요인들을 분석한 책. 논쟁 중인 것들,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고 그런 부준을 추측과 가설로 메우고 있지만 호기심 충족용으로 재미 삼아 읽기에 딱이었다. 각기 다른 두 세계가 서로 다른 세 가지 현상에 의존했을 뿐만 아니라 지배를 받았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로 광활한 구세계 대륙은 동지중해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계절풍 기후인 아시아 몬순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전 세계 농부의 3분의 2가 이 몬순기후..

딸기네 책방 2023.09.30

헨리 키신저의 <외교>

외교 헨리 키신저.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9/23 재미있었다. 자화자찬과 합리화도 많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네;;의 통찰력+그만이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겹쳐서 정말 흥미진진했다. 책은 '미국 외교사'라고 볼 수도 있고, 키신저가 설명해주는 외교학 개론이라 할 수도 있다. 책의 주인공은 미국이고 '미국에 보내는 원로의 조언'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윌슨주의의 모험'이 이 책의 테마다. 우드로 윌슨이 펼쳐보였던 이상주의가 어떻게 미국을 비현실적인 나라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위대한 나라로 만들었는지, 도덕적으로 고매하고 용감한 미국이라는 독보적인 나라가 어떻게 갈짓자 걸음 속에서도 결국 세계의 지도자가 되었는지가 책의 주제다. 현실주의자 키신저에겐 윌슨주의로 대변되는 미..

딸기네 책방 2023.09.23

아주 짧은 소련사

아주 짧은 소련사 실라 피츠패트릭. 안종희 옮김. 롤러코스터 간략하지만 균형잡힌 평가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는 책. 정치적 변화를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보았고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회적 맥락을 설명한 부분들도 흥미롭다. 넘나 훈늉한 책. 새로운 연방의 헌법은 각 공화국에 연방 탈퇴의 자유를 부여했지만 약 70년 동안 어느 국가도 이 권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제국 몰락 후 잠시 독립했던 중앙아시아 5개국(우즈베키스탄,투 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1920 년대와 30년대에 소련에 추가로 병합되었다. 트랜스코카서스 소비에트연방 공화국은 다시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분리되었다. 1939년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몰다비아..

딸기네 책방 2023.09.17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국가 간의 정치 1, 2 한스 모겐소. 이호재, 엄태암 옮김. 김영사 일단 우리가 특정 개인들과 집단이 악의 근원이라고 동일시하고 나면 그들 개인과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결 고리를 이해한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귀신론적 접근은 우리로 하여금 공산주의건 아니건 국가의 권력이라는 진정한 위협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즉 매카시즘은 러시아 세력이라는 실제 위협을 대부분 허상에 불과한 국내 전복세력의 위협으로 대치했던 것이다. -92-93 우리 시대 특유의 두 가지 사실은 미국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의 상대적 중요성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먼저 이 책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미국은 지구 상의 가장 강력한 두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실재적, 잠 재적 여러 경쟁국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대외 정책이 국제관계에..

딸기네 책방 2023.09.14

카를로스 푸엔테스, <의지와 운명>

의지와 운명 1, 2 카를로스 푸엔테스. 김현철 옮김. 민음사. 나는 흔히 말하듯 '봐줄 만한 모습이 아니다. 나는 잘린 머리다. 멕시코에 서 일 년 동안 잘린 머리 중 천 번째 머리다. 나는 일주일 동안 목이 잘린 쉰 명 중 한 명이며, 오늘 일곱 번째로 목이 잘린 사람이며, 최근 세 시간 십오 분 동안 유일하게 목이 잘린 사람이다. -13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이라니. 토마 피케티의 에 이 책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올초 갈레아노의 책을 읽은 김에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것들을 내처 읽었고, 에 푸엔테스가 여러번 언급되는 걸 보고 주문을 했다. 잘린 목이 하는 이야기. 처절하다. 정작 읽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올초 시작해서 이제야 끝냈다. 재미는 있는데 그렇다고 술술 넘기기엔 ..

딸기네 책방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