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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퍼드 존 매킨더, <심장지대>

딸기21 2025. 3. 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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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지대 HEARTLAND
해퍼드 존 매킨더. 임정관, 최용환 옮김. 글항아리. 3/6


국제정치 책들에 계속 언급되는 고전인데 대학원 수업 교재이기도 해서 결국 시서 읽음.
재미있었다. 라틴 반도, 세계곶, 세계도(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땅덩이 전체)… 스케일도 크지. 옛날 책이고 좀 못된 책이지만 요즘 국제정세 생각하면서 읽기 좋다. 세계지리를 다른 방향에서, 말 그대로 남북의 방향에 얽매이지 않고 지도를 돌려가며 볼 수 있게 해준다.


대규모 전쟁은 국가 간 불균형 성장의 직간접적인 결과 다. 불균형 성장은 일부 국가에 인재와 에너지가 집중돼서 일 어났다고만 볼 수는 없다. 원인의 상당 부분은 토양의 비옥함과 같은 자원 배분과 지리적 이유에서 발생하는 전략적 기회가 불균등하게 분포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국가 간 기회의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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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전투가 벌어진 겨울에 철학자 피히테는 당시 프랑스 가 점령하고 있던 베를린에 강의를 하러 갔다. 당시 대학이 없었던 프로이센 수도에서 피히테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청년들이 아니라 국가 위기를 맞아 초조함에 사로잡힌 최고의 두뇌 집단이었다. 피히테는 독일 대학들이 추상적인 지식과 예술을 숭배하던 시기에 애국주의 철학을 가르쳤다. 이후 1806년부터 1813년 사이에 군대•관료와 학교 사이, 다시 말해 정부의 필요와 교육의 목적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만들어 졌다. 이는 프로이센 체제의 기초와 권력을 구성했다. 1870년 영국이 교육법을 채택하기 두 세대나 앞서, 프로이센은 보편적인 의무교육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국민개병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탁월한 교수단을 자랑하던 베를린대학은 군 총참모본부의 자매기관 격으로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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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을 되찾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거 대 대륙의 상당 부분이 언젠가 단일 세력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없는지, 무적의 해양 세력이 이 대륙을 기지로 삼을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위협을 이번 전쟁을 통해 제거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앞으로 이를 막기 위한 새로운 시도의 기반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전략의 관점에서 이것이 전 세계의 자유에 대한 궁극적 인 위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치체제로 맞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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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고 얼음으로 뒤덮인 시베리아 해안에서부터 경사가 가파르고 무더운 발루치스탄 해안과 페르시아에 이르는 이 지대는 바다에서 배를 이용한 접근이 불가능했다. 대륙의 이 거대한 지역을 심장지대 heartand'라고 부르기로 한다.
심장지대의 북부와 중부, 서부는 해발고도가 수십 미터 수 준에 불과한 평원이다. 지구상 최대 규모의 이 저지대는 서시베리아, 투르키스탄. 유럽의 볼가강 분지를 아우른다. 우랄 산맥이 길게 이어지기는 하나 그리 높지 않으며 카스피해로 부터 북쪽으로 약 500킬로미터 거리에서 소멸되어 시베리아에서 유럽으로 진입하는 드넓은 관문이 된다. 이 광활한 평원을 대저지대 Great Lowland'라고 부르자.
대저지대의 남쪽 경계에 있는 고원은 평균 고도가 800미터 가량이고 능선은 약 2400미터 높이다. 페르시아, 아프가니스탄, 발루치스탄이 위치한 이 일대를 이란 고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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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금으로서는 세계 대전의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전쟁은 동유럽에서 독일과 슬라브 간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로마의 한 개선장군은 ‘승리'로 거둔 화려한 전리품과 함께 로마에 입성했다. 이때 장군이 탄 전차를 따르던 한 노예가 다가와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영국의 정치인들이 패전국과 협상을 진행할 때도 천사들 이 이따금씩 다가와 속삭여줘야 한다.
동유럽을 지배하는 자가 심장지대를 호령하고
심장지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도를 호령하며
세계도를 지배하는 자는 전 세계를 호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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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폴란드에게는 반드시 발트해로 접근할 수 있는 방안 을 마련해줘야 한다. 경제적 독립에도 중요하지만 심장지대 의 전략적 폐쇄해인 발트해에 선박을 띄우는 편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독일과 러시아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을 수 있는 완충지대 역할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비스와강 동편의 프로이센과 포즈난 지역의 거주자들을 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해본다… 인류애를 발휘해 인구 교환이라는 파격적인 방안을 추진하면 모든 방면에서 그 토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평하고 관대한 처사가 되지 않겠는가.
-207-208
(양차 세계대전 전후의 ‘인구 교환‘이야말로 엄청난 폭력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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