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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일기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 머릿속이 복잡한 일이 자주 있지 않은데 ㅎㅎ 대학원도 다녀야 하고 그러니 대학원 학비도 벌어야 하고 하고 있는 일 중에 점점 마음이 떠나가는 것도 있고. 간만에 출장 다녀와서 마음이 어수선하기도 하고. 자신감은 원래도 없었지만 더 없어지고 있고. 자신감이 아니라 늘 재미로 무언가를 해왔는데 재미가 없다=마음이 가지 않는다=자신이 없어진다. 다음달 오빠 10주기 추모 모임도 생각해야 하고. 지금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그렇게 일찍 세상을 떠날 수가 있어? 그리고 오늘 우리 홉이가 제대함.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권력과 진보>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10/8 서둘러 다 읽고 출장 갔다 왔더니 아세모글루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탔네? ㅎㅎ 그동안 출간된 책들을 재밌게 읽은 사람으로서 어쩐지 반갑다. "공유된 번영"의 사례들은 기술 진보 자체에 내재된 요인에 의해 자동적으로 보장되어 있던 결과가 아니었다. 공유된 번영은 기술 진보의 방향과 사회적으로 이득을 분배하는 방식이 협소한 지배층의 이익에만 복무했던 제도적 배열에서 멀어졌을 때, 오로지 그랬을 때만 생겨날 수 있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상보다 생활 수준이 높은 이유는 우리 앞에 있었던 산업 사회 국면들에서 시민과 노동자가 스스로를 조직해 테크놀로지와 노동 여건에 대해 상류층이 좌지우지하던 선택에 도전했고 기술 향상..

딸기네 책방 2024.10.15

[구정은의 ‘수상한 GPS] 유리병 편지

프랑스의 디에프(Dieppe)라는 곳이 있다. 프랑스 북부, 영국과 마주보는 해협을 낀 노르망디 지역에 위치한, 3만명 정도 사는 작은 마을이다. 9월 말 거기서 편지 한 장이 발견됐다. 유리병 편지. 유리병 안에 종이를 말아서 넣은 것을 가리킨다. 디에프에 고대 갈리아 유적지가 있다. 거기서 고고학 발굴 작업을 하던 자원 봉사자들이 작은 유리병을 발견했는데, 그 안에 메시지가 있었던 것이다. 고대로부터 온 것은 아니지만, 200년 전인 1825년의 메시지였다. 당시 이곳 Cité de Limes 유적에서 P.J. 페레Féret라는 고고학자가 발굴 작업을 했다. 그러면서 “이 광대한 곳에서 나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적어 병에 넣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왜 이런 걸 남겼을까. 일종의 기념 아..

툴루즈 로트랙 전시회

선릉역 부근 마이아트뮤지엄에서 하고 있는 툴루즈 로트랙 전시회. 로트랙을 특별히 좋아한다기보다는 라는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항상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데. 주인공을 칠하지 않고 비워두는. 구도가 매우 역동적. 는 오지 않았고 이번 전시회는 판화작품만. 하지만 작품 숫자도 많고 기대 이상으로 알차고 재미있았다. 이 작품 인상적이었음. 이 작품도 구도가 특이하고. 서커스 판화집 작품들 하나하나 다 좋았음. 맨 마지막 전시실은 로트략 외의 19세기 말 아르누보 포스터 작품들. 순간 알폰스 무하인 줄 알았으나… 이것도 무하는 아니었고… 이제 진짜 무하. 아르누보에 무하 안 나오면 안 되지. 무하의 사계. 정말 이쁘당. 전시장 벽 색깔이 참 이뻤다. 영화 보면 아르누보 풍으로 색깔이 정말 정말 이쁘다. 이번 전시..

[구정은의 ‘현실지구‘] 테겔 공항의 난민촌과 독일의 난민 정책

대형 천막 안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비좁다. 천막마다 여성과 아이들, 노인과 환자들 380명이 뒤섞여 산다. 잠은 14명씩 무리지어진 구획 안에서 잔다. 독신 남성은 담요나 문조차 없이 지내곤 한다. 사생활은 고사하고 개인 소지품을 둘 곳조차 마땅치 않다. 이층 침대 사이의 복도는 너무 좁아서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도 힘들다. 기침하는 사람, 우는 아이,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 잠을 푹 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텐트 안에는 쥐와 해충들이 많아 수시로 감염이 일어나고 수두와 홍역이 창궐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저개발국의 슬럼가나 난민촌 풍경이 아니다. 지난달 말 독일 슈피겔이 전한 베를린의 테겔 난민캠프 풍경이다. QR코드를 목에 건 ‘승객’들이 융페른하이데(Jungfernheide)..

존 아이캔베리,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 G. 존 아이캔베리, 홍지수 옮김.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10/4 재미있었다. “민주주의가 안전한 세상”은 우드로 윌슨의 말이면서 아이캔 베리의 주장을 담은 제목이다.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위기는 얼마나 심각할까? 새로이 성장하고 새로운 주도 세력이 등장하면서 역전될 수 있는 위기일지도 모른다. 전후 국제 질서가 구축된 초기 몇 십 년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그리 태평성대는 아니었다. 혹자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미국의 패권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주장한다. 세계가 "덜 미국적으로 변하면 덜 자유주의적으로 변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는 더욱 심각하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자체를 뒷받침하는 논리에 대한 의문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

딸기네 책방 2024.10.04

마틴 울프,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마틴 울프. 고한석 옮김. 페이지2북스. 9/30 인간은 엄청나게 번성했지만, 나머지 영장류는 그러지 못했다. 지구상에는 침팬지 30만 마리, 서부고릴라 20만 마리, 오랑우탄 7만 마리 미만의 영장류가 살고 있을 뿐이다. 인간, 그리고 인간이 기르는 가축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포유류의 96%를 차지한다. -42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쿠데타를 시도 한 이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공화당이 증거도 없이 대선 결과를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를 지지하기로 한 이후, 민주주의의 침체'는 더 이상 적절한 표현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대공황 전야'라는 표현이 2021년 미국과 전 세계 민주주의의 상황을 더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2016년에 미..

딸기네 책방 2024.09.30

[관훈저널] 전쟁의 시대, 기자의 역할

미리 말해 두자면, 전쟁 보도에 대한 글을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청탁 전화를 해온 손제민 편집위원에게 먼저 이야기했다. 현재 한국 언론의 전쟁 보도들을 놓고 잘 한다 못 한다 품평하고 싶지는 않다고. 신문사를 그만둔 뒤 국제전문 저널리스트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고 있으니 내 정체성은 여전히 ‘기자’다. 소속된 회사는 없지만 30년 가까이 신문사에서 일을 배웠고 일을 했다. 회사를 떠나고 난 뒤에 언론 보도들을 비판하면서 이게 나쁘네 저게 부족하네 하는 것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안다. 더 나은 보도를 지향한다면 신문사에서 일하는 동안에 나 스스로 더 잘 했어야 했다. 그러니 이 글에서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지금 쏟아져 나오는 전쟁에 관한 보도들에 대한 구체적인 비평이나 질타가 아..

[구정은의 ‘수상한 GPS‘] 병자가 돼가는 독일 경제, AfD와 ‘자라 바겐크네히트‘

9월 1일 독일 튀링겐주,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승리했다. 득표율 32.8%, 2013년 창당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에서 제1당에 올랐다. 기민당 23.6%로 2위, 급진좌파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3위. 집권 연정의 사민-녹색-자민당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로 참패했다. 사민당 지지율이 6.1%였단다.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AfD(아에프데)가 30.6%를 얻어 2위로 선전했다. 22일 치러진 브란덴부르크 주 선거에서는 사민당이 체면치레를 했지만 역시나 '극우의 약진'이 돋보였단다. 독일은 연방국가다. 외교 및 국방은 연방이 맡지만 나머지는 주와 연방의 공동 권한이다. 16개 주로 구성돼 있는데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은 슈타트슈타텐 (도시 주)이고 나머지 13개..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이스라엘은 왜 레바논을?

레바논에서 9월 18일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헤즈볼라 이동식 통신장비를 해킹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테러공격으로 의심된다고 한다. 레바논,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면서도 뉴스에 늘 등장해 이름만큼은 귀에 익은 나라다. 어떤 역사가 있기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왜 그렇게 복잡해졌을까. 먼저 위치를 알아야 레바논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북쪽과 동쪽으로는 시리아, 남쪽으로는 이스라엘, 서쪽으로는 지중해와 접한 나라다. 인구는 530만 명. 면적은 10,452제곱킬로미터이니 꽤나 작은 편이다. 수도인 베이루트가 최대 도시다. 지중해 문명권의 일부였고, 역사가 아주 길다. 7000년 전부터 사람이 거주했다. 멀리 동쪽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부터 지중해로 이어지는 비옥한 초승달의 서쪽 끝부분 정도로 보면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