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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읽은 책

1. 불의 기억 1, 2, 3.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박병규 옮김. 따님. 1/13 2. 대서양의 두 제국. 존 H 엘리엇. 김원중 옮김. 그린비. 1/19 3. 수탈된 대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박광순 옮김. 범우사. 2/9 4. 칼리반. 로베르토 페르난데스 레타마르. 김현균 옮김 그린비. 2/13 5. Factfulness. Hans Rosling. FLATIRON BOOKS. 2/18 6. 문화적 냉전, CIA와 지식인들. 프랜시스 스토너 손더스. 유광태, 임채원 옮김. 그린비. 3/20 7. 아랍의 봄. 구기연 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3/27 8. 유럽중심주의. 사미르 아민. 김용규 옮김. 세종출판사. 5/5 9. 신의 은총을 넘어서. 마이클 그린. 장휘, 권나혜 옮김. 아산정책연구원. 5/..

스티븐 핑커 <지금 다시 계몽>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 김한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12/29 핑커의 책은 대체로 다 보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책도 구입. 그런데 언어학자, 인지과학자로서의 핑커를 보여주는 은 재미있었는데 부터는 너무 ‘모든 것 평론가’로 간 느낌. 그렇다 해서 딱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얘기하는 것들 대부분에 동의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장밋빛 안경을 끼고 본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발견했다. 자신은 이혼, 해고, 사고, 병, 혹은 범죄의 희생양이 될 확률이 일반 사람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론 연구자들은 이것을 낙관주의 간극(Optimism Gap)이라고 부른다. 20여 년 동안 좋을 때도 있고..

딸기네 책방 2023.12.31

[구정은의 '현실지구']누가 이스라엘에 '폭격할 권리'를 줬나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을 공습했다. 현장에 있던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급 인사가 사망했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숨진 사람은 사예드 라지 무사비라는 인물이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무사비는 “이란의 역내 동맹 네트워크의 중요한 축인 시리아와의 군사동맹을 조율하는” 책임자였으며, 혁명수비대 내에서도 시리아와 레바논 지역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사령관이었다. 1980년대부터 이 지역의 동맹을 강화하는 일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이스라엘이 암살을 시도한 것도 여러차례였다고 한다. 이스라엘과 서방은 이란이 이라크에서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헤즈볼라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를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거기에 종파의 딱지를 붙이는 것이 합당하든 아니든, 이란이 특히 2003년 미국의 이라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마음 아픈 요즘. 이스라엘은 하마스 없는 가자지구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그게 가능할까. 가자지구에서조차 하마스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일전에 만난 모 교수님 말씀으로는 20%도 안 될 거라고. 하지만 하마스를 없앨 수 있을까. 지도부가 지금 카타르에 망명 중인데,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카타르를 압박해서 하마스를 내쫓게 하고, 아랍국들이 더 이상 지원해주지 못하게 하면 고사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아랍권을 상대로 한 압박이 통할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로이터] Qatar open to reconsidering Hamas presence in Qatar, US official says 근본 원인은 세계 최대의 난민캠프, 하늘만 뚫린 감옥이라는 가자지구의 현실 그 자..

[기자협회보] 2024년, 미국과 아시아의 선택은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올해 국제 이슈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여파가 큰 사건이 있다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겠지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에서마저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서 세계는 시끄러웠고, 숱한 이들이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80억명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일어날 일들을 미리 내다보지는 못한다 해도, 11월 5일의 미국 대선을 비롯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선거 일정이나 기념하고 기록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요. 중요한 일정들을 통해 한 해를 얼추 그려볼까요. 먼저 중요한 선거 스케줄이 있습니다. 아시아에 유독 큰 선거가 많습니다. 인구대국들이 줄줄이 선거를 치르는 까닭에, 내년에 한 표를 행사하는 지구 ..

구정은, 오애리 <전쟁과 학살을 넘어>

2023년 여름, 저자들은 동유럽을 함께 여행했다. 숱하게 기사를 쓰면서 지명으로만 남았던 보스니아가 첫 방문지였다. 1990년대 옛 유고연방의 내전 시간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갔고 묻혔던 곳이다. 아름다운 사라예보의 노을 지는 언덕에 줄지어선 흰 묘비들은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안겼다. 세르비아와의 국경선 근처에 있는 스레브레니차를 찾아갔다. 세르비아계 혹은 정교도들은 그곳에서 사흘 만에 8000명이 넘는 보스니아계 혹은 무슬림을 학살했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어째서 이런 학살이 벌어졌을까. 민족이란 무엇이며 종교란 무엇이길래 이런 잔혹사가 펼쳐지는 것일까. 유고 연방의 70년 역사는 이들에게 어떤 것을 남겼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고,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보스니아의 상점들에서는 옛 유고의 지도자이..

[구정은의 '현실지구']엑스포 유치, 사우디 '오일머니'에 밀렸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가 이탈리아 로마와 부산을 제치고 2030년 세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 119표 대 29표를 '석패' '졌잘싸'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 언론들은 아무튼 "오일머니에 밀렸다"는 점을 일제히 부각시켰다. 정말 그것 때문이었을까? 경제의 사활을 걸고 엑스포를 유치해야 할 만큼 한국의 사정이 절박하냐는 일단 제쳐두고, 사우디에 밀린 것이 과연 오일머니 때문이었을까를 생각해보자. 지금보다 훨씬 경제력이 약했던 시절에도 올림픽과 월드컵을 유치한 한국이었는데 말이다. 파이살 빈 파르한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파트너들의 이야기를 듣고, 엑스포에서 뭘 기대하는지 이해하고,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에 집중했다고 했다. 의례적인 말 같지만, 그의 표현대로 엑스포..

장 자크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 장자크 루소. 주경복, 고봉만 옮김. 책세상. 11/14 김용민 교수님 수업을 듣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미있다. 특히 루소!!! 우리가 이 법[자연법]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법이 되기 위해서는 법의 강제를 받는 사람의 의지가 그 법을 의식하고 그것에 복종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이 자연적이기 위해서는 그 법이 자연의 소리에서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 영혼의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작용들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기에 이성보다 앞선 두 개의 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안락과 자기 보존에 대해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우리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혐오감을 느..

딸기네 책방 2023.11.14

[구정은의 '현실지구'] 이스라엘이 국제전범재판소(ICC)에 회부될까

이스라엘군이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면서 전선을 레바논으로 확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다이라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인 백린탄을 썼다는 증거를 지난달 29일 공개하고 “전쟁범죄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틀 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카림 칸 검사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봉쇄하고 식량과 의약품마저 끊은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회견에 앞서 그는 소셜미디어에 동영상 성명을 올리면서 이스라엘이 로마 규약에 따른 ‘형사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공격뿐 아니라 ‘2014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조사하고 있다”고 했고, 가자지구 무장조직 하마스 역시 조사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러시..

[창비주간논평] 팔레스타인의 비극과 세계 시민의 역할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은 ‘중동 분쟁’ 따위의 모호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 자체에 프레임이 녹아 있다. 어느 정도는 ‘대등한’ 세력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슈를 가지고 다투고 있다는 듯이, 그로 인한 난민이나 사망자 수도 전쟁이라 하기엔 아무래도 적다는 듯이 인식을 호도하는 용어이니 말이다. 세계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띄우고 미사일을 쏘고 팔레스타인 땅에 탱크를 들여보내도 이스라엘의 침공 혹은 전쟁이라 부르는 대신 양측의 이름을 동시에 붙인 분쟁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용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였던 듯싶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공격한다며 레바논을 침공한 2006년, 하마스를 응징한다며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국제법상 금지된 백린탄까지 쏘았던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