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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부여] 2박3일 낯설고 즐거웠던 부여 여행

동생이 회사의 복지혜택의 일환으로 숙박권을 구할 수 있다고 해서 부여에 갔다. 벌써 너무 오래전이 돼버린... 2021년 9월 14~16일의 여행이었다고 아이폰 사진 기록이 알려주네 -_-;; 부여군 소개에 따르면 ... 이라고 한다. 대학 1학년 때 가보고 30여년 만에 다시 가본 부여. 생각보다 굉장히 작고(부여가 '시'가 아니라 '읍'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음;) 먹을 것은 참 없고(심지어 먹으러 간 식당들 엄청 불친절+퉁명+맛도 없음) 백제 무왕 시절 이래로 쇠락을 거듭해온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너무 좋았다. 코로나 때여서 그랬는지 여행객은 별로 없었지만 잘 다듬어진 산책로, 슬슬 걸어 올라가서 백마강을 내려다보며 선선한 강바람을 맞을 수 있는 낙화암, 그 주변 돌아다니다가 만난 누각들, 맑고 ..

아시스 난디, <친밀한 적>

친밀한 적 아시스 난디. 이옥순, 이정진 옮김. 창비 읽고 곶감 빼먹듯 하나하나 챙겨 읽은 책. 읽기는 젤 먼저 읽었는데 정리가 늦었다. 근대 식민주의는 군사적•기술적인 힘보다는 전통적인 사회질서와 배치되는 세속적인 위계질서를 창출하는 능력을 통해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다. 이 새로운 질서는 다수에게, 특히 전통적인 사회에서 착취당하거나 궁지에 몰린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전망을 열어주었다. 그들에게 새로운 사회질서는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세계를 향한 첫걸음으로 보였고, 바로 거기에 식민주의의 심리적 유인이 있었다. -14-15쪽 제3세계는 적어도 지난 여섯세대동안 두번째 식민주의를 해방의 방식으로 여기도록 교육받아왔다. 이 형태의 식민주의는 신체와 더불어 정신을 식민화했고, 식민화된 사회에서 문화적 우선순..

딸기네 책방 2023.06.15

[2021 남해 여행] 독일 마을과 양떼 목장

핸드폰에 사진이 너무 쌓였다. 오래전 것들부터 정리 삼아 올림. 남해의 '독일 마을'은 들어보기만 하다가 처음 가봤다. 2021년 8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된 모든 이들처럼 가족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게 됐는데 덕택에 처음 구경가본 곳. 2박 3일 묵었는데 아주 상쾌하고 좋았다. 마을이 참 예뻤고, 우리가 묵은 집도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노리타케 비싼 라인의 고급스러운 본차이나 식기에 빵과 계란 등등 아침 식사를 차려주셨는데 그 뒤 울집에도 휴일에는 그 식사를 흉내낸 '브런치'가 도입됐었지. 첫날 저녁 독일마을 초입 식당에서 독일식 족발;;과 맥주를 먹었다. 음식은 그냥 그랬지만 분위기는 좋았음. 둘째 날에는 남들 다 간다는 보리암을 우리도 방문. 여기도 정말 좋았다! 안개가 짙게 끼었는..

린 마굴리스,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김영 옮김. 리수. 6/7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히 슈뢰딩거의 그 유명한 강연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언젠가 슈뢰딩거 트리니티 강연 50년을 맞아 펜로즈, 굴드, 다이아몬드 등등 쟁쟁한 이들의 글을 모은 을 읽으면서 번역;; 문제로 골치아팠던 기억이. 이 책은 아주아주 재미있다. 이것도 를 통해 알게 됐는데, 근래 읽은 최고 재미난 책이다. 슈뢰딩거의 질문 이후, 50년 플러스 알파의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얼마나 많이 확장됐는지를 생각해봄. 기후위기라는 달갑잖은 액셀러레이터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1944년에 출간된 명저

푸틴을 옹호하는 '진보적 지식인'들

벌써 10년이 돼 간다. 우크라이나에서 존엄혁명(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소련에서 떨어져나온 뒤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원하면 러시아가 찍어누르고, 시민들이 다시 일어나고, 그러면 다시 러시아가 찍어누르고... 이것의 반복이었다. 러시아는 마이단 혁명 뒤 아예 우크라이나 땅덩이를 떼어가려고 했다.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러시아군 표식만 뗀 군인들 혹은 용병들을 동원해 우크라 동부를 내전 상태로 만들었다. ('그 나라 정부의 통제력이 미치지 않는 지역'으로 만들어 영토를 갈라놓는 것은 패권국들의 흔한 수법이다.) 그 때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이자 유명한 환경운동가였던 어느 선생님은 이런 주장을 했다. 1. 우크라이나 '시민혁명'은 없었다. 2. 키예프의 시위는 CIA가 사주한 쿠데타 음모였다..

[2022 이탈리아] 남들 다 가는 두오모, 나도 갔다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 정식 이름은 Santa Maria del Fiore,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이제 올라가야지.... 올라가서 본 피렌체의 풍경. 옆에 딸려 있는 산조반니 세례당. 그리고 성당에 딸려 있는 Opera del Duomo Museum.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레나'. 1440년 경 작품이라고 하는데 좀 기괴하다. 찾아보니 도나텔로의 이 작품, '세례자 요한'과 비슷한 분위기. 아래 것은 베네치아 프라리 교회에 있다고. 피렌체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두오모를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뺑뺑 돌면서 다니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자꾸 보게 되고, 볼 때마다 멋있고... 해질녘에 보면 더 멋있음.

[2022 이탈리아] 베키오 다리, 피렌체 야경 보며 와인 마시기

첫 사진들이 야경이다. 아르노강 언덕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내려다본 피렌체의 야경이 좋다 해서 우리도 올라갔고, 야경은 좋았고, 하지만 야경이야 뭐... 밤 되면 어디든 대체로 다 이쁘지 않나? 강바람이 시원하고 기분은 좋았다. 낮에는 진짜 볼 것들이 많지 말입니다! 아카데미아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카데미아에서 본 것들. 정식 명칭은 GALLERIA DELL'ACCADEMIA DI FIRENZE. 여기가 왜 유명하냐. 이분 때문이다. 바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나는 베르니니의 다비드가 더 보고 싶었으나, 로마 보르게세 예약을 안 한 관계로 못 보고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다비드로 만족. 그런데 이 다비드, 정말 너무나 멋졌다.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이랄까, 그런 기개가 느껴지는 조각상. 뭐 이런 분위기?..

[구정은의 '세계, 이곳'] '미사일의 도시'가 된 차이콥스키의 고향

러시아 중서부, 모스크바 동쪽 우랄산맥과 이어진 구릉지대에 우드무르트가 있다. ‘초원의 사람들’이라는 말에서 나온, 러시아 연방 안의 작은 공화국이다. 봇킨스크는 그 우드무르트 공화국에 있는 도시다. 인구가 10만명도 채 안 되는 소도시이지만 차이콥스키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1840년 차이콥스키가 태어난 집은 세계적인 작곡가를 기리는 박물관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차이콥스키의 도시가 아닌 미사일의 도시로 더 유명하다. 봇킨스크의 역사는 쇠와 함께 시작됐다. 도시보다 제철소가 먼저 생긴 곳이기 때문이다. 18세기 중반 우랄산맥의 철광 부근 숲이 고갈되자, 제정 러시아는 제철산업을 새로 키울 중심지로 봇킨스크를 낙점했다. 철광과 멀지 않고, 아직 숲이 많이 남아 있는데다 근처에 카마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