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180

100년 된 물건들이 들어왔다

엄마네 집 이사를 앞두고, 오래된 물건들을 우리집으로 가져왔다. 놋쇠 상자는 외할아버지가 20대 때 만드신 거라고 한다. 외할아버지가 1900년대 초반생이시니까 100년 가까이 된 물건이다. (비포 사진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못 찍었음.) 우리 집 재미난 여대생과 함께 어제 오후 내내 과탄산소다와 식초를 가지고 수세미로 문질렀다. 거의 암갈색이던 것을, 비록 얼룩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반짝거릴 정도로 환하게 만들었다. 안에는 금은보화를 넣어놨…..;; 외할아버지는 내가 서른 무렵에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와 얽힌 추억은 별로 없다. 늦게 결혼하셔서 늦게 엄마를 낳으셨기 때문에 다른 집 할아버지들보다 훨씬 연세가 많았다. 그래서 내게 할아버지는 언제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나이 드신 분이었다. 선원이었고 ..

[구정은의 '현실지구'] '작은 우크라이나'와 브라질의 난민 정책

프루덴토폴리스는 브라질 남부 파라나 주에 있는 도시다. 면적 2308km², 서울 4배 크기의 땅에 5만2000명이 산다. 오스네이 스타들러 시장의 소셜미디어에 들어가보니 숲속에 흩어진 집들을 잇는 도로를 까는 모습, 수도관을 설치하는 사진들과 함께 색색으로 꾸며진 부활절 달걀이 올라와 있다. 동방기독교라고도 불리는 ‘정교’의 부활절이 지난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장식된, ‘파이산키’라 부르는 우크라이나식 부활절 달걀이 눈길을 끈다. 주민 75%가 우크라이나계인 이 도시의 가게 간판들에는 포르투갈어와 함께 우크라이나어가 적혀 있다. 브라질 우크라이나계 매체 ‘라디오 스보보다’에 따르면 2021년에는 시 의회가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지난해 이맘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

[기자협회보] GPT가 말하고 딥플이 옮겨주는 세상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고령화와 연금 고민은 프랑스만의 것이 아니죠죠. 세계의 언론들, 전문가들은 이 이슈를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구글 영문 뉴스에서 프랑스 시위와 연금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을 하고, 제목을 보며 몇 가지 기사를 골라 읽어볼만한 것들을 클릭합니다. 연금과 관련된 국내 기구들과 연구자들이 프랑스의 사례를 보고 분석해놓은 과거 자료들도 찾아봅니다. 외교부 자료도 나오네요. 둘러보니 프랑스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비기여식 연금(ASPA)이 있고, 그 외에 평생에 걸친 노동기간과 개인 기여분 등을 연계해서 받는 돈이 있습니다. 의무가입해야 하는 개인 연금과 직장(직역)연금,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민간 연..

[라운드업] 1991년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의 역사

1991 12.1 독립 국민투표, 92% 찬성으로 독립 가결 1994 1. 14 러-우크라-미 대통령 공동성명,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전략 핵탄두 모두 러시아로 옮긴 뒤 해체하기로.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 받게 될 안보 보장도 명시. 2.8 나토와 파트너십 체결 7.10 레오니드 쿠치마 대통령 집권 12.5 '핵 포기'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한 부다페스트 각서(The Budapest Memorandum) 서명 러시아, 영국, 미국은 우크라 주권, 영토 보전, 독립을 존중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 1996 6.28 새 헌법 비준. 대통령제, 언론자유와 사유재산 소유권 보장, 우크라이나어를 유일한 국어로 인정 1997 7.9 쿠치마 대통령, 마드..

[2023 캄보디아] 반떼아이스레이의 예쁜 부조와 훈센에 관한 대화.

오늘은 가이드 속 Sok과 함께 반떼아이스레이 투어, 앙코르 와트를 중심으로 한 스몰 서킷보다 좀 크게 도는 그랜드 서킷 투어를 했다. 거의 비슷하게 생겼고 지어진 시기도 비슷한 Eastern Mebon Temple. 제일 먼저 간 것은 프레룹 사원. 그다음에, 지금은 말라붙은 이스탄 바라이 즉 동쪽 인공호수 가운데에 있는 이스턴 메본. 이어서 불교 사원인 따솜을 들렀다. 앙코르 패스 3일권을 샀는데 하루만 보고 버리기 아까우니 투어를 한번 더 하자 하는 생각으로 신청. 코스는 쁘레룹, 이스턴 메본, 따솜, 네악 뻬안, 반떼아이스레이, 쁘레아칸. 의외로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다. 너무 덥지 않았고 적당히 흐렸고 오후에는 살짝 해가 비치다가 이내 비가 오면서 날이 선선해지고 사원들 분위기는 점..

[2023 캄보디아] 캄퐁 플럭 수상촌

내려서 사람들 만나본 것도 아니니 가봤다고 하기도 뭣하지만. 시엠립에서 두번째 투어. 가는 길에 들러 본 시장. 바나나 튀김이 보여서 냉큼 사먹었다. 이건 지나칠 수 없지(라고 하면서 바나나도 사먹고 땅콩도 사 먹음). 전기는 대체로 다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등유를 병에 넣어 시장에서 파는 걸 보면 아직 전기화가 많이 부족한듯. 수상촌은 밤에도 거의 한 집 한 전등인 것 같았고. 수상촌 초입에서 배를 타고. 똔레삽 호수의 수상촌이 몇 곳이 있는데 대부분 베트남에서 넘어 온 사람들이 사는 곳이고 여기 캄퐁 플럭은 캄보디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에 그래도 땅에 말뚝을 받고 있는 집들이 많이 늘어서 있다. 지금 건기라 물이 말라서 기둥이 다 드러나 있는데 우기에는 바로 밑에까지 ..

[2023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따프롬. 바욘

캄보디아 시엠립. 올만에 요니도 포함된 가족 여행. 앙코르 패스 3일권 일인당 62달러. 들어가며 본 모습. 앙코르와트는 역시 장관이다. 가이드는 꽝이었음 다음 방문지는 따프롬. 나무에 잡아먹힌 사원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다. 2009년에 방문했을 때보다 나무뿌리들이 그래도 많이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엔 인도팀이 와서 복원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2009년의 앙코르와트 2009년의 따프롬 그 다음은 바욘 사원. 사실 멋있기는 앙코르와트보다 여기가 더 멋있었다. 원숭이도 많고.

[구정은의 '세계, 이곳'] 내전, 지진... 알레포의 진짜 적은 어쩌면

지진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의 유적도 피해를 입었다. 인프라는 내전으로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툭하면 정전에, 콜레라마저 돌고 있었다. 그런 곳에 지진이 겹쳤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건물이 무너져 주민들을 덮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AFP통신은 가족 12명을 잃은 남성의 절규를 전했다. "잔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구출할 방법이 없다, 구해줄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다." 내전은 거의 끝났다지만 알레포는 여전히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과 야당 혹은 무장세력 구역인 곳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 효과적인 구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얼어붙은 날씨와 비바람마저 구조를 방해한다. 내전 기간 도시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어떤 이들은 20여차례나 피란길에 올랐다 ..

이란, 신정체제, 혁명수비대, 경제상황

참 복잡하고 흥미로운, 하지만 지금은 참혹해진 이란. 그리고 우리에겐 잘 와닿지 않는 신정체제. 이란 헌법 2조- "유일신만이 주권을 갖고 입법권을 갖는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종교만으로 정치가 이뤄지지는 않음. 1979년 혁명으로 이란 정부(Neẓām)가 수립됨. 행정부, 입법부(마즐리스), 사법부가 있다는 점은 보통 공화국들과 같음. 1) 행정부-다른 걸프 왕정들과 달리 대통령 직선제, 4년마다 선거로 정권교체. 지방정부도 선거로 뽑음. 그래서 미국의 '독재국가 이란' 비판에는 허점이 많음. 2) 입법부-의회도, 지방의회도 선거로 뽑음. 3) 사법부- 형식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들과 비슷한 법체계를 가지고 있음. 이렇게만 보면 형식적 민주주의가 있다고 봐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 & 혁..

존 엘리엇, <대서양의 두 제국>

대서양의 두 제국 - 영국령 아메리카와 에스파냐령 아메리카 1492~1830 | 트랜스라틴 총서 19 존 H. 엘리엇 (지은이), 김원중 (옮긴이). 그린비 2017-08-30 갈레아노의 을 읽고 다른 책들도 좀 샀는데, 를 연달아 읽기 전에 오랫동안 꽂아두고 있던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좋겠다 싶어 꺼내들었다. 일종의 크로스체크랄까. 결론적으로, 아주 도움이 됐다. 갈레아노의 책이 '얻어맞고 억눌리고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영국 학자 엘리엇의 이 책은 반대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의 주제이자 목적은 두 제국의 지배를 받은 아메리카, 즉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경로가 어떻게 발전해갔으며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식민지 정복 이후 두 아메리카 세계의 궤적을 훑..

딸기네 책방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