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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성냥과 버섯구름' 글로벌 뉴스로 보는 세계사

2022-08-2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발병 1년여만에 경쟁적으로 개발됐다. 전에 없는 빠른 임상과 허가를 거친 코로나19 백신은 순식간에 전세계에 배포됐다. 그러나 팬데믹 앞에 똘똘 뭉친 인류가 빚어낸 성과라고 하기엔 찝찝한 구석이 있다. 말라리아처럼 백년이 넘는 기간에 천천히 백신이 만들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5만∼10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유럽의 과학자들이 말라리아 모기와 원충 연구로 노벨 생리학상을 받은 것이 120년 전인데, 말라리아 백신은 2021년에야 국제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았다. 짐작하듯이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다. ‘가난한 나라의 빈민의 질병’인 말라리아에 기술과 자본을 가진 부자 나라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역사는 으레 승..

[프레시안] 훔친 다이아몬드, 콩고인의 잘린 손목, 머스크의 우주여행, 그리고...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09.17. 12:07:06 지난 8일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타계를 계기로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던 여왕의 온화한 이미지 속에 가려진 과거 제국주의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영국 왕관에 박힌 105.6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코이누르'는 과거 식민지인 인도에서 강탈한 것이라며 이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해시태그(#KohinoorDiamona)와 함께 올라오고 있다. 또 1950년대 케나 학살 피해자 후손들도 여왕의 죽음을 애도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1952년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개월 뒤 있었던 케냐 마우마우족 독립운동으로 반란에 가담했다는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42만 명이 학살당했다. 케냐 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

[서울신문] 성냥·배터리·못·샴푸… 작은 물건이 바꾼 역사

서울신문 2022-08-18 신문의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도통 흐름을 따라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 태평양 건너의 홍수와 산불, 지구 반대편의 독재와 시위…. 물리적·심리적으로 모두 멀리 떨어진 국제 뉴스는 자주 ‘남의 일’로 여겨진다. 책 ‘성냥과 버섯구름’은 이런 남의 얘기 같은 글로벌 뉴스와 세계사의 맥락을 짚어 주는 해설서와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배터리, 못, 샴푸, 생리대, 바코드 등 물건들의 기원을 짚는가 하면 이 작은 물건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꿨는지 돌아본다. 언론사 기자로 국제부·문화부 등에서 오래 일한 저자들이 취재력을 바탕으로 촘촘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구전동화 같기도, 백과사전 같기도 하다. 백인 남성 위주로 기록된 힘과 헤게모니의 세계사가 아..

블라디슬라프 주보크, <실패한 제국>

실패한 제국 - 냉전시대 소련의 역사 1, 2 A Failed Empire 블라디슬라프 M. 주보크. 김남섭 옮김. 아카넷 소련 사람이 쓴 소련 역사책. 아주 재미있었음. 소련 출신으로 영국 LSE 교수인 저자는 20세기 러시아사 전문가라고 하는데, '혁명'과 '제국'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소련을 분석한다. 혁명으로 세워진 거대한 제국. 혹은, 혁명으로 세워졌지만 제국이 되고자 했고 끝내는 '실패한 제국'이 되고 만 나라. 혁명-제국 패러다임이라고 저자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분석틀을 일관되게 강조했다기보다는 기록과 자료들을 꼼꼼히 뒤져 소련 시기의 정책 결정과정을 재구성한 책으로 보는 편이 낫겠다. 전체적인 서술은 지도자 중심으로 돼 있다. 저자는 지도자의 개인적인 특성은 때로는 흔히들 얘기하는 것보다..

딸기네 책방 2022.10.04

[구정은의 세계, 이곳] 우크라이나의 핵 중심 자포리자

자포리자 Zaporizhzhia.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주의 중심도시다. 드니프로 Dnipro(Dnieper) River 강변에 자리잡은 이 도시에는 올 초까지만 해도 71만명이 살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발원해 우크라이나를 거쳐 흑해로 흐르는 2200km 길이의 강이 자포리자를 두 구역으로 나눈다. 강 가운데에는 호르티차 섬이 있다. 자포리자 사람들은 섬을 기점으로 넓은쪽 강물을 ‘옛 드니프로’, 좁은 쪽을 ‘새 드니프로’라 부른다. 자포리자는 ‘느려지는 곳’이라는 뜻으로, 드니프로 강의 물살이 느려지는 지점에 있다 해서 나온 이름이라 한다. 자포리자의 사진들을 찾아보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호르티차 섬과 오래 전 이 일대에 살았던 ‘자포리자 코사크’ 부족의 문화를 간직한 옛 성채의 아름다운 풍광이 ..

우승훈,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내일을 위한 아프리카 공부 우승훈 (지은이) 힐데와소피 아프리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 아프리카는 구호나 원조의 대상으로만 여겨지고 뉴스의 변방에 머물 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치타, 하마 등 동물에 비유해서 쓴 신문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한국인도 적고, 체류하는 사람은 더욱 적다. 국내에 출간돼 있는 책조차 많지 않다. 특히 최근의 정보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며,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은 더욱 드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정말 값지다. 긴 세월 세계로부터 핍박과 경시를 받았지만 실상은 인류의 고향인 곳, 빈곤과 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역동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그 대륙에 머물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한 충실한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정치..

딸기네 책방 2022.09.20

<깃발의 세계사>

깃발의 세계사 - 왜 우리는 작은 천 조각에 목숨을 바치는가 Worth Dying for: The Power and Politics of Flags 팀 마샬 (지은이),김승욱 (옮긴이) 푸른숲 ‧ 해제 : 베테랑 언론인이 보여주는 깃발의 정치학 2019년 중국 정부의 억압에 항의하는 홍콩인들의 시위가 벌어졌을 때, 친중국파로 알려진 배우 재키찬成龍은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红旗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재키찬뿐 아니라 중국의 여러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이 잇달아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오성홍기를 지지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홍콩 시위대 일부가 오성홍기를 태우거나 바다에 버린 일이 알려지면서, 홍콩의 반反중국 감정 못지 않게 본토의 반홍콩 감정이 높아졌을 때였다. 대중들의 지지를 먹고사는 스타들로서..

딸기네 책방 2022.09.20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플루리버스>

플루리버스 - 자치와 공동성의 세계 디자인하기 Autonomía y diseño: la realización de lo comunal (2016년) 아르투로 에스코바르 (지은이), 박정원, 엄경용 (옮긴이) 알렙 오랜만에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은 책. 콜롬비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학자가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실험들을 예시로 들면서 '여러 세계가 있는 세계(Pluriverse)'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논의이지만, 책 자체는 굉장히 학술적이랄까. 젠더 분석을 포함한 이반 일리치의 근대 문화 비판, 라나지트 구하 등이 얘기한 '기록되지 않는 역사', 서발턴 논의, 반세계화포럼의 '더 나은 세계' 담론, 거기서 빼놓을 수 없는 반다나 시바와 아룬다티 로이, 사스키아 사센의 축출 자본주의 등..

딸기네 책방 2022.09.08

[구정은의 '수상한 GPS'] 누가 파키스탄에 홍수를 일으켰나

파키스탄에서 큰 홍수가 났다. 6월부터 계속된 물난리로 지금까지 1200명 가량 숨졌는데 그 중 400명 가까이가 아이들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3300만명, 2억 4000만 인구 가운데 15%가까이가 영향을 받았다. 가라앉거나 부서진 집이 100만 채가 넘고, 30만명 이상이 지금 천막에서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가축도 100만 마리 이상 죽었다고 한다. 경제적 손실은 100억달러, 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홍수”라면서 8월 25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파키스탄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몬순으로 196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아라비아해와 면한 신드 주와 발루치스탄 주의 피해가 특히 컸는..

삼각지-남영동-용리단-이태원 식당 카페

삼각지 고가차도 부근 시후쿠- 고가도로 아래 구석탱이에 있는데다 넘 작아 보여서 자리 없는 줄 알고 안 갔는데 알고 보니 안쪽에 자리가 생각보다 넉넉하게 있었음. 유케동(육회), 규동, 믹스동, 차슈면, 쿠로마요라멘을 먹어봤는데 다 맛있었음. 다음에 가면 탄탄면도 먹어보고, 꼭 음식 사진을 찍어보겠음. 밀도메인- 베르디움 1층 조그만 빵집. 청년들이 하는데 빵 겁나 맛있음. 달달이는 없고 주로 식량(?)용 빵들. 오전에 가서 갓구운 거 사다 먹은 뒤 빵에 대한 나의 세계관이 바뀌었음. 몽탄- 고기가 좀 느끼. 기름기가 많음. 내 취향은 아님. 맛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대기하고 먹을 일인지. 숯불나라가 더 좋음. 또한 몽탄은 알바와 직원들을 막 대한다고 함 용산 양꼬치- 양 통다리구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