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여행을 떠나다

[2022 문경·예천] 예천 용문사, 뜻밖의 명소

딸기21 2023. 7. 10. 21:22
728x90

'명소'라니... 이런 구닥다리 같은 표현을 ㅠㅠ 하지만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으므로 ㅋㅋ

 

당초 문경새재가 목적이었고, 숙소를 찾다 보니 예천으로 가게 된 것뿐. 예천은 정말 인연이 없었던 곳이고 평생 가볼 마음 한번 먹어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숙소가 거기였고 전날 이미 문경새재를 걸었으니 동네 구경이나 하자 싶었다. 

 

헌데, 우리 숙소가 있는 시골 마을이 담날 환할 때 보니 너무나 정갈하고 고풍스러운 것이 아닌가? 마을 안에 '예천 권씨 초간 종택'이라는 고택이 있는데, 보존이 잘 돼 있는 것은 물론이며 지금도 주인들이 살고 있었다! 무려 문화재, '보물'이다!

 

 

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초간 권문해 선생(...)이 지은 초간정이 있다. 정자 주변에 원림도 있고. 

 

 

초간정 입지 끝내준다! 작지만 건물 아래로 90도 각도로 꺾어 흐르는 계곡이 있다. 아쉽게도 문이 닫혀 있었지만 담장 너머로 구경했으니 그걸로 됐지. 사실 건물이 크지는 않다.

 

 

다음 목적지는 용문사. '예천 8경'이라고 돼 있었는데 처음 들어본 절이다. 

 

 

별 기대 없이 갔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으니... 신라 때 지어진 절이라는데, 국보에 보물에... 세상에나. 풍광 좋은 것은 물론이며 더 놀라운 것은, 절 안팎에 시주 받고 녹차 팔고 기념품 파는 매점이라든가 하다 못해 사하촌 산채비빔밥 식당 하나 없었다는 것. 이런 절은 처음 보았다! 궁색해보이기는커녕 역사와 권위와 멋짐이 뿜뿜 뿜어져 나오는데 이토록 고상할 수가.

 

 

허나! (사극 톤;;) 가장 신비로웠던 것은 윤장대였다.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목조 기둥에 경전함을 두고, 경전함 기둥 아래위를 아예 건물을 지을 때부터 천정과 바닥에 함께 설치해 돌아가게 한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윤장대'다. 국내에 몇 곳 없다고 한다. 하지만 국보님이신 관계로 사진 촬영 금지. 그래서 윤장대가 있는 대장전 건물만 밖에서 찍었다. 

 

 

사실은 어떤 아저씨가 나를 유혹했다. 둘이 눈 딱 감아주고 윤장대 사진 한 장씩 찍자고. 몇 안 되는 윤장대들을 보러 다니고 있는데 대전에서 여기까지 왔단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다만 아저씨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기 위해 잠시 자리를 피해줬다는...

 

 

이 절은 언제고 다시 가고 싶다...

 

참, 용궁리라는 곳에서 맛난 점심을 먹었는데 말이지. 아니 용궁은커녕 물이라고는 그날따라 추적추적 내리던 이슬비밖에 없었던 곳이 왜 용궁리란 말인가.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