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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세계 꿀벌의 날

딸기21 2025. 5. 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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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미국에서 꿀벌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지난 겨울 동안 꿀벌 군체의 약 62%가 사라졌다고. 미국에서 생산되는 과일, 견과류, 채소의 약 75%는 꿀벌이 수분을 해주기 때문에 대규모 폐사는 농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 서식지 감소, 살충제 사용, 영양 부족, 기생충 및 질병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날씨 요인을 보자면, 지난 겨울 미국은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을 겪었다. 특히 '폭탄 사이클론'이라 불리는 강력한 겨울 폭풍이 미국 전역을 강타, 대규모 정전에 주민들이 고립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겨울 폭풍 때문에 미국인 60%가 혹한 경보나 주의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기후 변화와 관련된 극단적인 날씨 현상이 꿀벌이 사라지는 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확실한 원인은 모른다.

벌꿀이 많이 비싸지겠구나... 맨 먼저 떠오르는 생각일 수 있지만, 여기서도 글로벌 시장의 힘이 작동한다. 월드아틀라스 자료를 찾아보니 세계적으로 연간 약 185만 톤의 꿀이 생산된다고. 중국이 연간 45만 톤 이상을 생산해서 1위. 그 뒤로 튀르키예가 11만톤, 아르헨티나가 8만 톤.
이 외에도 미국, 인도, 러시아, 멕시코 등등, 꿀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농업 생산품 중의 하나다. 얼마 전 가성비 높은 베트남 꿀을 샀는데 자료 보니 베트남은 꿀 나라 축에도 못 낀다.

꿀만 중요한 것은 당연히 아니고. 꿀벌은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꽃가루를 수컷 꽃 기관에서 암컷으로 옮기는 수분 매개체이기 때문에 식물의 번식, 씨앗이나 과일 생산에 필수적이다. 세계에 약 25,000종의 꿀벌이 있는데 다양한 식물과 상호작용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해준다. 꿀벌의 수분 활동은 세계 식량 작물의 약 70%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소비하는 과일과 채소의 경우는 약 35%가 꿀벌에 의지한단다. 특히 사과 아몬드 딸기 등은 꿀벌이 없으면 생산량이 확 떨어질 수 있다고. 2011년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공급하는 100가지 작물 중 70종 이상이 꿀벌에 의해 수분된다.

또한 꿀벌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태계는 서로 연결돼 있고, 식물종 중에 일부가 급감하면 거기 의존하는 미생물, 동물들도 곤란해진다. 꿀벌의이 줄면 먹이 사슬이 깨져 생태계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1. 식물군의 변화: 꿀벌이 꽃가루를 날라다 주던 식물들이 타격을 받으면, 다른 수분 매개자에 의존하거나 자가수분 같은 방식으로 번식하는 식물들이 우세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의 식물군 분포와 생태계가 달라질 것이다. 특히 꿀벌이 좋아하는(그리고 아마 인간들도 좋아할) 약 20,000종의 꽃식물이 사라질 수 있다고.

2. 생물 다양성 감소: 꿀벌이 수분을 돕는 식물들이 번식을 멈추면, 그 식물에 의존하던 동물들의 먹이와 서식지가 줄어든다. 전체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치고,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3. 토양 건강과 물 순환 문제: 꿀벌이 수분하는 식물들이 사라지면 토양 침식과 물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

4. 인간의 농업과 생계: 농업 생산량이 줄어들고, 식량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농업에 의존하는 지역 사회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 나비의 날갯짓이 아니라 꿀벌의 날갯짓이 세계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뭘까.

1. 기후 변화:꽃 피는 시기가 달라지면, 그 지역 꿀벌이 먹이를 찾기 어려워짐. 또한, 극단적인 날씨는 꿀벌의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를 테면 온도 변화. 꿀벌은 일반적으로 33~35°C의 온도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활동하며, 이 범위를 벗어나면 생리적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벌집 온도가 35°C를 초과하면 꿀벌의 애벌레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47.8°C 이상에서는 꿀벌이 생존할 수 없음.
낮 기온이 12°C 이하로 떨어지면 꿀벌은 먹이 활동을 멈추고 여왕벌의 산란에도 차질. 또한, 겨울철 한파와 이상 고온이 반복되면 꿀벌이 봉군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기온이 5°C 이하로 떨어지면 꿀벌의 활동이 정지되고, -2°C에서는 얼어 죽게 된다.
습도와 건조한 날씨: 꿀벌은 습도 변화에도 민감하며, 건조해지면 꿀벌 군집 내 종다양성이 떨어짐. 즉 취약한 종은 사라짐. 가뭄 조건에서는 몸집이 큰 꿀벌만 살아남는 경향.

2. 서식지 감소: 도시화와 농업 확대로 인해 꿀벌이 서식할 수 있는 자연 환경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꿀벌의 먹이 공급원을 감소시키고, 군체의 건강을 악화시킴.

3. 살충제 사용: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의 살충제.
곤충의 신경계를 공격하여 마비시키고 죽이는 방식으로 작용.
곡물, 과일, 채소, 견과류 등 키우는 농업에서도 많이 쓰이고 빈대, 모기, 바퀴벌레와 같은 가정 해충 방제에도 사용.
꿀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움직임.
꿀벌의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대. 실험실 연구에서는 일부 살충제와 살균제가 함께 작용하여 꿀벌에게 1,000배 더 독성이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보고됨.
제초제와 살충제가 꿀벌의 방향 감각, 기억력, 뇌 신진대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벌이 먹이로 삼는 식물과 일부 수분 매개체의 유충 단계에 필요한 식물이 줄어들게 할 수 있지.

4. 대기 오염: 2019년 꿀벌의 날에 유엔 사무차장이 밝힌 내용 보니까 1800년대에는 800미터 이상 날아갈 수 있었던 꽃향기가 이제는 200미터밖에 못간대.
우리는 물론 그렇게 민감하지 않지만 꿀벌에게는 매우 중요.
송전선 등의 전자기장이 꿀벌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있고.

5. 질병과 기생충, 해충들.
벌의 체액을 먹는 바로아 진드기, 벌집과 꿀에 피해를 주는 작은벌집딱정벌레 등등이 퍼지고 있음. 꿀벌은 또한 유럽 꿀벌을 잡아먹는 미국의 아프리카종 꿀벌과 아시아 말벌 같은 '외래종'과 경쟁해야만 하는 처지. 프랑스에서는 전에는 없던 아시아말벌이 2004년 이후 전역으로 퍼짐.
그런데 단일 작물 재배로 가면 꿀벌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해서 면역력 떨어지고 질병에 더 취약해짐. 

세계 꿀벌의 날: 매년 5월 20일. 2017년 슬로베니아가 제안해서 유엔이 승인.
꿀벌이 사라진다는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제정된 것.

꿀벌 감소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보고.
꿀벌 군체 실종 현상, 또는 군집 붕괴 장애(Colony Collapse Disorder, CCD)는 꿀벌 군체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현상을 말함. 꿀벌들이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뒤 돌아오지 못하면서 벌집 전체가 몰살되는 것. 2006년 겨울 미국에서 처음 보고되었으며, 이후 세계에서 유사 사례.

세계에 꿀벌이 몇 마리나 될까?
과학자들 추정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꿀벌 군체 수는 약 10억개가 넘음.
아시아에 가장 많은데 사실 세계적으로 몇 년 새 증가 중. 상업적 양봉과 꿀벌 보호 노력 덕분.
하지만 양봉하는 꿀벌 숫자가 늘어난다 해서 꿀벌과 관련된 생태계가 복원되는 것은 아님.

그럼 우리 나라의 상황은?

2022년 겨울에 한국에서 약 78억 마리, 국내 꿀벌의 약 16%가 사라졌다고 보도됐지.
그 해 10월 초에는 이상 고온이 지속되다가 갑자기 기온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지목됨.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숲이 줄어든 것.
꿀벌이 꿀을 채집하는 식물을 밀원이라고 하는데, 밀원 면적이 반세기 동안 70% 줄었다는 것.

기술적 해법들

1. 로봇 벌: 예를 들어, 일본과 미국의 연구팀은 꽃가루를 운반할 수 있는 드론 형태의 로봇 벌을 설계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꽃을 인식하고 수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 중.

2. 인공 수분 기술: 일부 지역에서는 브러시나 도구를 사용해 꽃을 직접 수분하기도. 특히 온실작물에 많이 쓰임.

3. 특정 화학 물질을 사용해 꽃의 수분 과정을 촉진하는 연구도 진행 중. 꿀벌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수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

4. 유전자 편집 및 생물학적 접근: 과학자들은 꿀벌의 면역력을 강화하거나 기생충에 저항성을 가지도록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 

기술적 해법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꿀벌의 자연적 수분 활동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고.
결국 환경 보호해야. 기후변화 대응하고. 제초제, 살충제 영향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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