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212

딸기 선정 오늘의 인물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저주 FT가 저주를 했다...는 말은 농담이고, '저주성' 보도를 했다는 얘기다. 요약하자면 "한국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전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월드컵 주최국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냈었다(이른바 홈 어드밴티지?). 잉글랜드(FT는 영국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컵 72년 사상, 자기나라에서 개최하면서도 결승 못 올라간 나라는 1954년 스위스 한 나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잘 했다고 해서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축구를 잘 할 것인지는 아무도 몰라. 66년 8강 진출이라는 쇼킹한 업적을 달성했던 북한을 봐라. 그 뒤로는 아예 콧배기도 못 내밀지 않니? 62년 개최국인 칠레도 그 뒤로는 영 꽝이다... (이렇게 한참 악담 아닌 ..

누가 칸에게 바나나를?

국면이 좀 바뀐 것 같다. 심판의 공정성을 둘러싼 '스캔들'이 우리가 예기치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로운 선지자의 광야의 외침...은 아니고, 아침에 이 문제를 놓고 잠시 부서 내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혹자들(주로 국제문제를 다루지 않는 부서의 관계자들)은 "축구 못하던 나라가 갑자기 잘 하니까 시샘해서 하는 소리들"이라는 말로 일축해 버렸는가 하면, 또 다른 축에서는 "각국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서 심판 판정 문제를 편들거나 혹은 비난하거나 하는 분위기"라며 조금 다른 맥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것은, 판정 시비가 이제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외신들을 훑어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지금까지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제'로 취급됐었지만 스페인전 이후로..

기억의 궁전

얼마전에 라는 영어책을 봤다. "딱 50문장만 외우면 영어의 말문이 터진다"는, 그런 책이다. 심심한 차에 문장 50개를 외워버리기로 했다(아직 출근하기 전의 일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은 쉬웠다. 아주 쉬운 문장들이었으니깐... 문제는 50개를 순서대로 외워야 한다는 것. 이 시점에서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으니, 단 하루만에 50문장을 00번에서 49번까지 순서대로 좌라락 외우는 개가를 올렸다는 것이다. 별로 힘 안 들이고, 침대에 드러누워 그림을 한번 훑었더니 정말 책에 써있는대로 쭈욱- 외워지는 것이었다. 이 어찌 '기적의 학습법'이라 아니할쏘냐. 머릿 속에 그림을 그려놓고 그 그림의 부분부분에 문장을 걸어두면, 그림을 떠올리면서 문장들도 함께 떠올릴 수 있다는 건데, 오 놀라워라... 사..

[스크랩] 라픽 샤미 '말하는 나무판자가 말을 하지 않게 된 이야기'

다니엘 삼촌은 타고난 발명가였다. 그렇게 어린아이 같은 동심을 지닌 삼촌이 세 번이나 구속되어 고문을 받았던 건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첫번째 구속은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된 싸움 때문이었다. 손님 하나가 수리비를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삼촌은 손님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 손님의 친척이 비밀경찰이라는 것을 몰랐던 삼촌은 시계를 가져가기 전에 수리비를 달라고 고집했다. 말이 말을 부르고 언성이 높아지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당신이 사기꾼이라는 건 우리 가게에 들어설 때 벌써 알아봤지." 삼촌이 소리쳤다. "어떻게 알았다는 거지? 예언가라도 되나?" 손님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래 예언가다." 흥분한 삼촌이 말했다. "어디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지." 손님이 빈정댔다. "그래, 난 예..

딸기네 책방 2002.06.21

라픽 샤미, '1001개의 거짓말'

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지은이) | 유혜자 (옮긴이) | 문학동네 | 2002-04-08 오랜만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책을 읽었다. 라픽 사미의 소설이라면 예전에 '한줌의 별빛'을 읽은 적이 있다. 시리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소년 사이의 우정을 그린 것이었는데, 아주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1001개의 거짓말'은 소설이라면 소설이고, 우화라면 우화이고, 또 주인공 사딕의 주장대로,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어느 것이 거짓말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이 다단한 세상에서 선뜻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무엇이든 진실의 일면과 거짓의 일면을 갖고 있는데. 순환논법에 회의론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그건 아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유려한 말솜씨로 사딕이 풀어내는 여러가지..

딸기네 책방 2002.06.21

'고급언론'은 없다-

우리나라 스포츠신문들이 '피구, 담합 제의'라는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써서 나라망신을 시킨 요즘. '고급언론'으로 평가받는 다른나라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그 잘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나, 공영방송의 대표격인 BBC방송도 '민족주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일컬어지는 월드컵 브라질-잉글랜드 경기를 앞둔 20일, 양국의 열성 축구팬들의 백태와 언론들의 '설전'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양국 가운데 더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그동안의 전적에서 브라질보다 아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영국. '고급언론'으로 정평나 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이 모두 나서서 브라질 대표팀의 약점 들춰내기에 나섰다. "브라질의 약점은 중앙에 있다"..

한국의 승리, Quicksilver soccer

어제 한국 팀의 월드컵 8강 진출. 아주 재미있었다. 집에서 혼자 꼭꼭 숨어서 TV를 봤는데, 나야 뭐 이탈리아가 올라가도 좋고(잘 생긴 선수들 계속 볼 수 있어서) 우리나라가 올라가면 더 좋고 하는 심정으로 브라운관을 후벼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설기현의 골, 그 순간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이유가 뭐였을까 나 스스로 궁금해했을만큼 감동했다. 별로 민족주의자 아니고, 설기현이 예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처럼 못 먹고 자라난 헝그리의 화신도 아닌데 그래도 감동적이었다.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각 동마다 베란다 문 열어놓고 대전경기장의 함성에 맞춰 똑같이 함성을 지르는 기현상. '사회정의' 차원에서라도 설기현이 꼭 한 골은 넣어줬으면 했기 때문에, 아니 누군가가 골을 넣는다면 설기현이었으면 좋겠..

살아남은 자의 슬픔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인간계의 일에 적용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 되기 쉽다.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다가도 전쟁이나 폭력같은 사안을 접할 때면 불현듯 '본능'을 강조하면서 인간 역시 동물의 일종이더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악한에게 면죄부를 주는 짓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비유' 정도로만 해석한다면 생명체들이 겪고 있는 일들은 분명 사회의 메커니즘을 읽는데에 도움을 줄 때가 많다. 다윈의 진화론이 식민주의의 이데올로기로 환원이 됐듯, 특히 '진화'와 관련된 현상들은 사회의 흐름과 비슷하게 흘러갈 때가 많다. 기후변화와 같은 대대적인 격변기를 거치면서 멸종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생물들은 과연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을까. 격변을 거친 뒤의 혼란은 언제나 있는 것이고, 승자와 패자도 늘..

태평양小國 나우루 “호주가 미워”

호주 정부로부터 원조를 받기로 하고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수용했던 태평양의 소국 나우루가 약속했던 돈도 받지 못한 채 혼란을 겪고 있다. 돈으로 때우려던 호주 정부의 ‘난민 장사’는 이웃의 작은 나라에 고통을 떠넘긴 셈이 돼, ‘강대국의 횡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나우루의 르네 해리스 대통령은 11일 “호주가 떠넘긴 난민들 때문에 나우루는 지금 악몽을 겪고 있다”면서 호주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호주 정부는 당초 약속했던 원조자금도 아직 다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8월 아프간 등에서 온 난민 460명을 태운 배가 호주의 크리스마스섬 앞에서 좌초되면서부터. 당시 총선을 앞두고 있던 호주 연립여당의 존 하워드 총리는 국제적인 비난여론 속에서도 강경한 난민 거부정책을 고수했다. ..

축구

난 축구를 좋아한다. 운동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절대 아닌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의 TV중계에 목매다는 처지가 돼 버렸다. 당연히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즐거운' 기간이다. 역시나, TV 프로그램표를 옆에 끼고서 줄창 테레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항상 '늙는 건 서럽다'. 어렸을 때 삼국지를 읽다가 가장 마음아팠던 건 '소년장군 조자룡'이 뒷부분에 '노장 조자룡'으로 나온 부분이었다. 젊고 멋진 장수가 늙어서, 더우기 늙어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게 되어 등장한 게 아주 아쉽고 서운했다.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이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티스투타의 경기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나는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신문마다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