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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퍼니 베이비 - 엄마 되는 험한 길

마이 퍼니 베이비 김지윤/대원씨아이 "내가 아주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 내 선배 부인 얘긴데, 실화야. 쌍둥이를 낳고 두달만에 임신이 됐는데 또 쌍둥이였대. 무더운 여름인데 집에 에어컨이 없었던 거야. 두번째 쌍둥이가 태어나니까 남편의 눈길이 싸늘해지더래. 집안은 네 아이로 와글와글. 이 누나의 친정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시어머니는 와병중. 그런데 하필 옆집이 공사중이라 여름에 창문도 못 열어놓고, 방 두개짜리 좁은 집에서..." 남편이랑, 아내랑 여름밤 에어컨 바람 시원하게 틀어놓고 마루에 드러누워 나누는 납량특집 엽기괴담의 내용입니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쌍둥이 남자아기들을 키우는 종민이와 수진이, 아직 학생티를 벗지 못한 '어린' 부부에게는 임신, 출산, 더위가 그야말로 납량특집이지요. 간담..

딸기네 책방 2002.05.25

13억의 충돌 - 시장의 신화와 중국의 선택

13억의 충돌 - 시장의 신화와 중국의 선택 한더치앙 (지은이), 이재훈 (옮긴이) | 이후(시울) 13억의 충돌. 이른바 '신좌파'로 불리는 중국의 소장 경제학자 한더치앙은 중국의 시장경제 실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약 아닌 '충돌', 그것도 13억명의-. 지구상 인구 5분의1의 운명이 달린 이 실험에 대해 현지의 젊은 경제학자가 내쏟는 비판은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 다소 구태의연하고, '유행에 뒤떨어진' 소리처럼 들리는 주장이다(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 유행이 그렇다는 얘기다). 책꽂이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책을 찾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 책을 주교재로, 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을 부교재로 삼아 공부 아닌 공부를 하게 됐다. 한더치앙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딸기네 책방 2002.05.25

리처드 르원틴, '3중 나선'

3중 나선 -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 리처드 르원틴 (지은이), 김병수 (옮긴이) | 잉걸 리처드 르원틴의 '학자적 면모'를 드러내 주는 책이라고 알라딘 서평에는 써 있었는데. 과학과 철학의 문제, 생물학(방법론)의 도그마와 오류들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결국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은 '같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별로 재미는 없었지만, '과학은 은유다'라는 그의 지적만큼은 과학痴인 나에게는 큰 격려가 됐다.(저자의 목적은 그런 류의 위로사를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었겠지만) 과학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너무 작은 미립자, 너무 큰 우주,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은유'들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실상 실체를 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은 이런 은유를..

굴드의 죽음.

아침에, 뉴욕타임스 프론트 페이지에 덜커덕(!) 실린 부음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세계 최고의 진화생물학자이자 인간복제 반대론자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의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가 20일 지병으로 숨졌다고 합니다. 지병인 선암종(腺癌腫)으로 뉴욕 맨해튼의 집에서 숨졌다네요. 이제 60세 밖에 안 됐는데...올초 저의 관심사가 잠시 '진화'에 가 있었을 때, 굴드 교수의 '풀하우스'를 열심히 읽었거든요. 안타깝네요, 대중적인 면에서나 학문적 측면에서나, 그 명쾌한 논리와 신랄하면서도 자기반성적인 면모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말입니다.('풀 하우스'에도 얼핏 그 얘기가 나오는데, 실은 굴드 교수는 암으로 오랫동안 투병해왔고, 이미 죽을 고비를 한번 넘긴 일이 있습니다. 그것과 관한 에세이를 한편 냈다고 ..

조너선 스펜스, '칸의 제국'

칸의 제국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김석희 (옮긴이) | 이산 . 서양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금세기 이전까지 여러 차례의 접촉(주로 정복과 관련있는)을 통해 형성된 중국의 모습은 바로 저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중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의 접근 방법은 늘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일전에 제가 무지하게 칭찬했던 는 정통 역사책 글쓰기를 보여주는 반면 또다른 저술인 (게을러서 서평을 못 올렸습니다--;;)는 황제의 회고록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아주 훌륭합니다. 은 마르코 폴로에서부터 보르헤스까지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적어놓은 텍스트들을 꼼꼼이 분석해서 '서양인의 마음 속에 비친 중국'을 설명합니다. 마르코 폴로 이후 서유럽의 탐험가들과 예수회 선교사들, 중국을 방문한..

딸기네 책방 2002.04.25

[스크랩] 마르코폴로와 쿠빌라이칸의 대화

"네가 한사코 말하지 않는 도시가 아직 하나 있다" 마르코 폴로는 고개를 숙였다. "베네치아." 칸이 말했다. 마르코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지금까지 폐하께 말씀드린게 베네치아 말고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러자 폴로가 말했다. "저는 다른 도시를 설명할 때마다 항상 베네치아에 대해 무언가를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호수의 수면에 잔물결이 일었다. 송나라 때 지은 오래된 왕궁의 구릿빛 물그림자가 산산이 부서져 물에 떠다니는 나뭇잎처럼 반짝거렸다. "기억 속의 이미지란 것은 일단 말 속에 붙박이면 지워지는 법입니다." 폴로가 말했다. "베네치아에 대해 이야기하면 베네치아를 완전히 잃어..

딸기네 책방 2002.04.13

꼼꼼이는 이담에 지휘자가 될 것이다

우하하! 저렇게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요즘 꼼꼼엄마(=딸기)의 기분은 꼼꼼이의 컨디션에 좌지우지됩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아기를 돌보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정말 피곤하거든요. 오늘은 꼼꼼이나, 엄마나 모두 기분 좋은 날입니다. 오늘 식목일이고, 걸맞게 날씨가 화창하고 좋았는데요 베란다에 나가보니 꼭 초여름 날 같더군요. 그래서 방안과 마루에 모두 환기를 하고, 꼼꼼이 바지도 홀랑 벗겼습니다. 꼼꼼이 엉덩이에 바람 쐬라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태어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아기랑 하루 24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장난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열댓 시간을 잠자면서 보내던 꼼꼼이가 지금은 컸다고(?) 같이 놀아줄 것을 종종 요구하고 나오거든요. 같이 놀자고, 엄마를 부르는 방법은..

[스크랩] 곤충이 살충제를 이기는 방법

조너던 와이너의 에서 읽은 겁니다. "이 세계적인 저항운동을 연구하는 진화학자들은 네 부류의 적응이 일어난 것을 본다. 공격받는 곤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로가 네 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적인 저항운동'이란, 다름아니라 살충제에 맞선 곤충들의 저항을 얘기하는 겁니다. 인간은 자신들을 위해, 어느 한 종류의 동물을 아예 절멸시키겠다는 생각을 서슴지 않고 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 '살충제'라는 핵폭탄(벌레들 입장에서는)을 만들어냅니다. 하긴, 같은 인간들을 겨냥해서도 핵폭탄을 터뜨리는 종이 우리들일진대, 그깟 나방이나 나비, 파리 따위야 안중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곤충들은 '적응'을 합니다. 토인비 식으로 보자면 인간의 도전에 대한 곤충의 '응전'인 셈입니다. 첫째, 곤충은 그냥 피할 수..

내 생애의 책 중 한 권, '핀치의 부리'

핀치의 부리 The Beak of The Finch 조너던 와이너 (지은이) | 이한음 (옮긴이) | 이끌리오 | 2002-01-15 핀치의 부리(The Beak of Finch). 네이처지에서 '그동안의 과학저술 중 최고'라고 격찬했다...고 책 뒤표지에 써있는데, 정말 네이처지에 그런 서평이 나왔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정도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어떤 호평을 붙여도 이 책을 다 칭찬하기에는 미흡할 거예요. 실은 저는 말이죠, 이 책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난 오늘 오전에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동' 때문에 정신이 막막할 정도였답니다(조금 허풍을 떨자면 ^^;;) 계속 도는 칼, 보이지 않는 해안, 보이지 않는 문자들..

[스크랩] 가아더의 '지평',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

주시기에게.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우커의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고. 늘 그렇지만, 친구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줄 수 있는 때는 없다. 대신에 요슈타인 가아더의 글을 하나 선물로 보내줄께. 지평, 요슈타인 가아더 나는 공고문이라면 언제나 꼼꼼하게 읽는다. 국가정보국에서 보낸 통지문들이라면 특히 성심껏 연구하는 기분으로 읽는다. 결국 그것들은 나를 위해서 씌어진 것이 아닌가. 국가는 그의 아들들 중의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마치 아버지나 어머니가 내키지는 않지만 그의 자식들과 그 어떤 심각하고 교육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라도 할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도 윗사람의 말을 거역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담배를 끊어야겠어. 보다 적게 마셔야겠어. 왜 세금을 ..

딸기네 책방 200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