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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의 날이긴 한데...

며칠 전부터 오늘을 기다려왔는데... 오늘 AS로마와 레알마드리드 맞붙는 날이다. 그런데 오매불망 기다려왔던 바티의 플레이는 볼 수 없다고 한다...게다가 호나우두도 안 나온다니, 의 대결은 진정 볼 수 없는 것이더냐... 계속 일그러지고 있다. 그저께는 레알마드리드-레알베티스 경기가 있는 날이었는데 방송사에서 으로 딴 경기로 바꿨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세비야 경기를 봤다. 어제는 한-브라질 청소년대표팀 경기를 보려다가 마음을 바꿔서 바르셀로나-애슬레틱 빌바오 경기를 봤는데. 히바우두 없는 바르셀로나는 물론 강팀이긴 하지만 는 정도의 느낌. 다만 두번째 골인 사비올라(이놈, 월드컵 전에 기대를 좀 했었는데...)의 살짝 발끝으로 띄워넘긴 공은 해설자의 말마따나 "absolutely..

환상특급

또다시 축구가 말썽이다. 지난주 내내 저녁 7시만 되면 테레비 앞에 붙어앉아 지난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결승전을 봤다. 결승전(레알 마드리드-레버쿠젠)에서 보여준 지단의 환상의 발리슛. 그것만으로도 감동을 맛봤는데, 금요일 재방송으로 봤던 수퍼컵은 현재까지 나온 모든 축구경기의 이었다. 수퍼컵은 유에파컵 우승팀과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벌이는 인데, 유에파(난 우에파라고 부른다) 우승팀은 네덜란드의 페예노르트였고 챔피언스 우승팀은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였다. 페예노르트는 우리 종국이가 이적해간 팀이어서 각별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드리드의 호화군단이 총출동했는데, 과연 볼만했다. 골키퍼는, 이변이 없는 한 이케르 카시아스. 지난번 월드컵 때 우리랑 벌였던 8강전에서 우리팀 승부차기를 한개도 못..

우렁이를 잡으러 오라던 어떤 선배.

"...작목반에서는 제초제를 쓰는 대신 풀을 좋아하는 우렁이를 논에 넣어 모포기 사이를 돌아다니며 잡초를 먹게 했다. 아주 잘 먹었다. 겨울이면 이놈들이 일을 끝내고 죽는다. 국산 토종 우렁이는 안 죽는데 제초용 우렁이는 원산지가 아마존 열대지역이라서 겨울나기를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환경파괴(황소개구리처럼)의 우려가 없는 왕우렁이를 제초용으로 쓰게 된거다. 논의 나락(벼)을 베려면 물을 빼서 논을 말려야 하는데 논이 마르면 우렁이는 살지 못한다. 어차피 죽을 팔자인 것이다. 불쌍한 놈들! 우리는 논바닥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죽어갈 우렁이가 불쌍했다. 그래서 논의 물을 빼기 전에 우렁이를 잡아내서 식량으로 쓸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만 먹기가 미안해서 여러분을 초청해서 같이 먹어 볼라고 하는 것이다...

리얼리티에 질려버렸던 기억들

앞서 내가 니나와 다니엘라를 동경했다는 얘기를 했고, 빵빵이가 니나에 대한 을 올려놓은 걸 봤다. 덕분에, 생각난 김에 문학 이야기를 좀 하려고. 소설 읽은지 오래됐다-정확히 말하면, 예전에 읽던 그런 종류의 을 읽은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지난 주에 끝냈지만 너무 긴 세월(3년)에 걸쳐 읽다보니 긴장감이 확 떨어져버렸고, 후배가 갖고 있는 베르베르의 의 첫 몇장을 슬쩍 넘겨보다 놓았고, 어제는 스타벅스에 커피한잔에 팔아넘길 요량으로 이라는 연작소설집 중 전경린의 글을 보다가 집어치웠다. 맨처음 소설에 염증을 느낀 것이 언제였던가. 아마도 대학교 3학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비롯해 한국단편소설들을 연이어 쭉 읽다가 어느 순간 지쳐버렸다. 이라는 것은 상..

딸기네 책방 2002.09.12

<제국의 패러독스> 미국 중도우파의 '건전한' 시각?

제국의 패러독스 The Paradox of American Power: Why the World's Only Superpower Can't Go It Alone 조지프 S. 나이 (지은이) | 홍수원 (옮긴이) | 세종연구원 | 2002-07-29 | 원제 조지프 나이(Joseph Nye) 만큼 우리나라 언론에 코멘테이터로 자주 등장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미 9.11 테러 1주년 특집을 다루는 여러 신문에서 나이의 이야기가 나왔고 인터뷰까지 다뤄졌다. 지금은 그 유명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학장으로 있지만 클린턴 정권에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것을 포함해 명실상부한 로서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나이의 저서 중에는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과 그 책은 성격이 좀 다르지만 스타..

딸기네 책방 2002.09.05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출근. 일년의 52분의1 밖에 안 되는 기간일지언정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오니 기분이 20% 쯤은 갱신된 것 같다. 빵빵이 집에서 푸른하늘의 노래를 들었다. 글로 올려진 것이지만 어쩐지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사실 나는 그 노래를 모른다.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 지어야하는 것일까 왜 저런 가사를 집어넣는 것일까. 속상하게. 내 대학시절 우스꽝스런 친구가 했던 말. 우리들(보통의 모범적인 사람들) 졸업하고 벌써 몇년 지나 직장 다니고 있을 시기에 이 친구는 신림동의 자취방에서 아마도 술퍼먹고 늦잠자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넌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니"라는 뉘앙스의 질문, 그리고 친구의 대답. "나는 그대로인데 너희가 변한거야" 여수 출신인 이 친구(사실은 이 인간의..

[해남에서 화순으로] 오지여행+답사여행

해남의 산들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노고단의 산 기운이 서쪽으로 치달려 영암의 월출산을 일으키고(해남에서 화순으로 옮겨가는 길에 월출산을 멀리서 바라봤는데 아주 멋있었다) 해남반도에 들어서서 대둔산, 달마산, 두륜산 같은 산들을 세운 뒤 송지면 갈두리(땅끝마을)에서 제주 한라산을 바라보며 바다로 들어가 자취를 감춘단다. 대둔사에서 땅끝마을까지 가는 2시간 가까운 드라이브는 아주 기분좋은 여정이었다. 이라는 말이 주는 뾰족하면서도 삭막한 느낌과는 전혀 다른, 따뜻한 들판과 아담한 산들. 가는 길에 송호해수욕장에 들러 잠깐이나마 몸을 담그기까지 했다. 여름휴가 동안 어쨌든 물놀이 한번은 해본 셈이다. 정작 땅끝마을은 실망스러웠다. 그렇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횟집과 식당들, '별볼일 없는' 바다...

[해남 대흥사] 구경 잘 하고 천벌 받을뻔함.

8월27일. 별볼일 없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대둔사(大屯寺)로 올라갔다. 91년 학과 답사 때 두륜산 대둔사를 '구경' 왔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절 이름이 대흥사(大興寺)였는데 92년에 대둔사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름이 '정리'되지 않은 듯, 와 라는 이름이 표지판마다 혼용돼 있었다. 위치는 한반도 남쪽 끝자락이지만 이름만은 스케일 크다. 백두산의 두(頭)자와 곤륜의 륜(崙)자를 따서 두륜산이다. 원대한 이름과 달리 높이는 703m에 불과하다. 두륜산을 옛날 사람들은 이란 뜻의 으로 불렀는데 여기서 절 이름이 나와서 , 이라고도 했단다. 서산대사 유물이 보관돼 있다는 것이 이 절의 제일 큰 자랑거리인 모양이었다. 우리나라의 좋다는 어느 곳이건 가면 무슨무슨 8경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데, ..

[변산반도] 딸기투어 타임테이블

8/26(월) 11시20분 집에서 출발. 만남의 광장에서 점심과 간식을 먹고 오후 1시 서울 톨게이트 통과. 서해대교를 건너다-기대를 많이 했는데, 정작 건너는 동안에는 다리 난간을 하도 높게 해놔서 바다를 감상할 수 없었다. 91년식 오래된 소나타 클래식(아지님은 오나타라고 부른다)에게 어쩐지 이번 여행은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초장부터 들었다. 덜덜덜덜...운전대를 잡고 있는 아지님 손이 수전증처럼 떨릴만큼 차체가 떨렸다. 이게 왜 이럴까. 군산휴게소 못 미쳐서, 갑자기 차가 레코드판 바늘 튀듯이 퐁퐁 튀더니 아까 그 떨림과 시끄럽던 소리가 조용-해졌다. 무언가를 밟은 것이 틀림없다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차 뒤편으로 무언가가 옆 차선에 떨어져 있는 것이 거울에 비쳤다. 잠시 뒤 나는 깨달..

꽃보다 남자와 꽃미남 이야기

★ 나오는대로 주절거리는 꽃미남 이야기. 의 상품성은 정말 대단하다. 유치찬란을 넘어 유치절정휘황찬란으로까지 달려간 만화이지만, 재미와 흡입력은 어느 만화보다 낫다. 부잣집 도련님과 가난한 아가씨의 만남. '상투'의 꼭대기까지 쳐올라간 구도이지만 부자도 그냥 부자가 아니라 세계 몇째 갈만한 재벌, 아가씨도 그냥 가난한 아가씨가 아니라 지긋지긋 속물적인(동정의 여지가 없는) 부모 밑에서 죽도록 고생하는 가난한 아가씨, 왕따도 그냥 왕따가 아니라 승용차에 사람을 매달아놓고 운동장에 질질 끌고 다니는 무지막지한 폭력이고 보면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만화의 최대강점은 F4, 즉 '네 명의 남자'가 나온다는데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명이 아닌 네!명!이라는 점에 있다. 일본 만화매거진 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