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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어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저 어디 갔나 궁금하셨죠?(별로 안 궁금했나?) 일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어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3박4일간의 제주도 여행을 했는데요. 이번에는 저의 컨디션이 컨디션인지라, 사진은 별로 안 찍었어요. 덕분에 아지님도 혼자 몇장 박고 말았죠. 스캐너가 있어서 보여드리면 좋을텐데^^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먹는데에 중점을 둔 여행이었다고나 할까요. 가기 전에 먹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두고 갔거든요. 갈치구이, 옥돔구이, 전복죽, 해물뚝배기, 갈치조림 등등. 갈치조림은 못 먹었지만 다른 것들은 다 먹었구요, 또 제주 흑돼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구이랑 아주 맛있는 해물돌솥밥도 먹었답니다. 버터에 뜨거운 밥 비벼먹는 거,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맛있었습니다. 아휴, 또 먹고싶..

천 년 동안에

천 년 동안에 1, 2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문학동네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밑바탕으로 하는 꿈이나 이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소도구로 문학이 존재한다면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 집단으로 형성된 세계는 그것이 어떤 세계든 나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샐러리맨의 세계를 거기에서 또다시 재연하다니 넌덜머리가 났다.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세계이기에 뛰어든 것이다. " 마루야마 겐지의 재미없는 소설에 반했습니다.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라는 소설을 비교적 재미있게 봤지요. 흥미진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문장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걱...'천년동안에'는 두 권으로 이뤄진, 아주 긴 소설입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면 10권 짜리라도 ..

딸기네 책방 2001.07.18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엄마, 우리 눈가에는 왜 털이 많아" "사막에 모래가 많아서." "발톱은 왜 두개야" "사막에서 잘 걸어 다니려고" "등에 있는 혹은 뭐고" "사막에서 오래 견디려고" "근데 왜 우린 동물원에 있어?" 늘 들르는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다들 어디선가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내용일텐데. 그런데 갑자기, 아, 이게 웃긴 얘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죄책감과 위화감, 긴장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꿈대로라면 서른 한살의 나는 지금쯤 이집트의 어느 고분에라도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콘티키같은 뗏목을 타고, 혹은 짐 크노프의 기관차를 타고, 돛단배라도 타고서 어딘가에서 모험을..

향수 - Ignorance

향수 L'ignorance 밀란 쿤데라 (지은이) | 박성창 (옮긴이) | 민음사 아무리 영어단어 실력이 줄어들었다지만 내가 정말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하고 잠시 고개를 갸우뚱 했습니다. Ignorance. 곱씹어봐도 ‘무지’ ‘모른다’는 뜻이 분명한데 왜 이 책의 제목이 ‘향수(鄕愁)’로 번역됐을까 해서 말이죠. 밀란 쿤데라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향수는 단지 고향을 그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시간과 장소와 그 속의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인데, 그 그리움은 ‘기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끊어져 있으면서도, 그리움의 대상이 대체 어떤 형상으로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몹시 궁금해하고 괴로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 괴로운가 하면, 내가 어떤 사람을 몹시 그리워하는데 그 사람을 10년이고 20년..

딸기네 책방 2001.06.19

제롬 무슈로의 모험

프랑수아 부크, 이세욱 옮김, 교보문고 거기 서라, 벵갈 호랑이! 심심한 인간들이 괜히 귓바퀴에 담배 끼우고 다니던데, 벵골호랑이는 만년필을 코 밑에 끼우고 산지사방을 돌아다닌다. 코가 밑으로 늘어진 프랑스 아저씨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보험외판원인 제롬 아저씨는 남편을 아끼고 사랑하는 뚱뚱한 아내, 전혀 안 귀엽게 그려져 있지만 '귀여운' 것으로 설정돼 있는 아이들과 함께 시내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 가족들을 위해 때로는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면서 정글같은 현대사회를 헤치고 나아가는 이 아저씨를 뚱뚱한 아줌마는 '벵갈호랑이'라 부른다. 남편을 하늘같이 아는 사랑스런 아줌마! 그래서, 자신만을 믿고 바라보는 순진무구한 가족들의 눈망울, 저 꿈과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오늘도 ..

딸기네 책방 2001.06.09

배에 인터넷을 깔다

인체의 일부분을 기계화한 안드로이드, 생체기계 따위를 공상과학영화에서 많이 보신 분들! 여기에 있는 한 인간은 배에 인터넷을 깔았으니 참으로 대단한 네티즌이 아닌가요. 나는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여덟개의 손가락으로 배를 두드리고 있다. 인체의 일부(혹은 상당부분, 혹은 전부)가 로봇화한 생물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1) 기능적 기계인간 이른바 '후크 선장 증후군'. 인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한 것. 그러나 기계의 몫은 어디까지나 상실된 신체기능을 보전하는데 국한될 뿐, 인간의 총체적 자아와 사고기능에까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다만 논란거리는, 기계의 범주를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것. 딸기의 독단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안경이나 보청기 따위를 몸에 장착해 신체 기능을 보완한 경우는 기능..

키리냐가

키리냐가 마이크 레스닉. 열린책들. 방금 전 TV뉴스를 보는데, '우리는 지금'이라는 코너가 있네요. 처음 봤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고쳐야 할 것들'을 지적하는 순서인 모양입니다. 질서 안 지키고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고, 우리 사회에서 고쳐야 할 것들, 범인인 저의 눈에도 거슬리는 것들이 숱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조금 특이해 보이네요. '점심 시간 너무 길다'가 그 주제였습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점심시간이 너무 길어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강남의 한 대중음식점에서 와글바글 점심먹는 직장인들 모습을 보여주고 외국계 기업 주재원들의 '평가'를 덧붙인 것만 봐도 의도는 명백하죠. 강남의 저 식당에서 점심 때 부대찌개를 먹으면 기다리는 시간, 찌개..

딸기네 책방 2001.06.08

[스크랩] 버나드 루이스, '중동의 역사'

중동의 역사 버나드 루이스. 이희수 옮김. 까치글방. 서론 ▲ 의복의 근대화: 군복→술탄→궁성으로. 모자는 마지막 보루. 지금도 여성의 복장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케피야 kefiya : 부족이나 지역을 나타내는 독특한 디자인과 색깔의 전통적인 머리덮개) ▲ 커피는 에티오피아→남부 아라비아→이집트, 시리아, 터키로. 이미 16세기에 카페가 생겨 카페사회가 형성됐다. ▲ 고대 언어는 대부분 소멸되거나 종교용어로만 잔존. 다만 히브리어는 종교언어로 보존되다가 정치적인 언어로 부활, 지금은 이스라엘의 일상용어가 된 이례적인 경우. 터키에서는 케말 아타튀르크가 터키어의 아랍식 표기를 폐지, 라틴어 표기로 대체. ▲ 전통사회에서 통치자가 대중에게 뜻을 전달하는 방식은 ① 주화 발행 ② 모스크에서 금요설교. ▲ ..

딸기네 책방 2001.06.01

[스크랩] 조지프 나이, <국제분쟁의 이해>

국제분쟁의 이해 조지프 S. 나이 (지은이) | 양준희 (옮긴이) | 한울 1. 세계 정치에 일관된 분쟁의 논리가 있는가? 1) 두 가지 이론적 전통: 현실주의와 자유주의 2) 국제정치란 무엇인가? 근대 이전 유럽의 3가지 세계정치 체제-세계제국체제(로마), 봉건체제, 무정부국가체제 1648 베스트팔렌 조약-주권영토국가 체제의 확립 ▲무정부정치에 대한 두 가지 견해 ① 현실주의-국제정치연구의 지배적인 전통. 리처드 닉슨과 헨리 키신저가 대표적. "국제정치는 무정부체제다"라는 전제에서 출발. ② 자유주의-국가 뿐 아니라, 지구적 사회(무역, 시민사회, 국제적인 관습 등)의 영향력도 중시. ③ 새로운 조류-'연역적 이론'(일종의 미시적 국제정치 이론), 신자유주의자들. 국제체제에 의해 제재를 받는 합리적 행..

딸기네 책방 2001.05.30

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소크라테스와 헤르만 헤세의 점심 Le Miroir des Idees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김정란 (옮긴이) | 북라인 번역자인 김정란교수는 이 책에 대해 ‘먹을 수 있는 철학책’이라면서 ‘철학지망생이었던 한 명의 작가가 써낸 매우 흥미로운 철학요리서’라는 설명을 붙였다. 벌써 지난 봄에, 이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그만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옆의 선배 자리에 쓰레기처럼 쌓여 있던 더미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이 책을 찾아냈다. 알고보니 그 더미는 내 ‘쓰레기들’이었는데. 책상과 책상 사이의 좁은 틈을 기준으로 ‘내 세상’과 ‘타인의 영역’을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규칙이 많고 꼼꼼한 사람들의 얘기인데도 난 내가 그런 사람인줄 착각하고 있었다. 고양이 이야기는 전에도 한번 한 일이 있..

딸기네 책방 2001.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