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 어제 로마가 아스날한테 3대1로 깨졌다...
사실 아스날은 아주 잘 하는 팀이다. 앙리의 슛은 시원하고- 얼마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앙리가 무려 60여m를 돌파해서 골을 넣는 걸 봤는데, 정말 대단했다.
로저 르메르 전 프랑스 국대 감독이 "앙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던가. 결국은 앙리에게 <지단 이후>를 기댈 수 있으리라는 얘기였을테고. 앙리는 한일 월드컵 때에는 기껏 한 경기 출전, 그리고 두번째 경기에서 빨간딱지 받아 마지막 덴마크와의 경기에는 나오지도 못했기 때문에 플레이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컨페드컵 때에도 빠졌었고. 그치만 아스날에서 요즘 뛰는 거 보면 장난 아니다. 그 돌파력!
피레는 발재간 장난 아니고 예술성도 다분하고, 또 비에이라는 어떤가. 월컵 전에 지단이, "비에이라가 세계 최고의 수비수"라고 했는데 솔직히 그 말에는 자기네 국대 동료 띄워주려는 마음이 들어있었던 것 같아 나로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세계 최고의 수비수는 종국이라니깐) 어제 아스날은 대단했다.
사실 내가 앙리와 비에이라, 마누엘 루이 코스타 등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들은 모두 월컵 D-1년 기념 축구공부를 시작했을 때 책에서 본 것들이라서 업뎃이 좀 덜 되기는 했다. 정작 월컵 때 그 스타플레이어들은 다 무너졌으니까.
그런데 어제 아스날은, 앙리는, 정말 잘하드만...해설자랑 캐스터가 무려 5번이나 아스날의 플레이가 <아기자기>하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아기자기...는 아니지...그렇게 전광석화같은 패스를 아기자기라고 하면, 아기자기가 웃지...
사실 로마가 바티의 팀만 아니었더라면 난 당연히 아스날을 응원했을 거다. 그러나 로마에 바티가 있는 것이 현실인데 어쩌랴.
무작정 시비걸고 보는 또띠, 경기 내내 인상쓰고 심판한테 항의하고 시뮬레이션 버릇 있는 또띠는 플레이만 놓고 보면 괜찮은 선수다. 실은 아주 잘 한다--;;
그리고 카푸. 세계 최고의 오른쪽 날개라고 하는데 그 말도 허언은 아니다. 진짜 잘 한다. 오른쪽 돌파 무섭다. 월드컵 결승전 3연속 출전에 2회 우승(94. 2002), 1회 준우승(98) 했으니 선수 개인으로 그보다 더한 영광을 누린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호나우두도 3연속 월드컵 출전했지만 94 대회 때는 넘 어려서 벤치를 지켰다).
실책 잘 하는 빼싹 마른 파누치도 약간은 귀엽고, 요즘 로마가 키우고 있다는 카사노인가 하는 아해(근데 얘는 내가 본 경기들 중에선 사실 어제가 젤 잘한 거였는데)도 싹이 파란 것 같지만.
그런데도 어제 초반 한골 넣고서도 3대1로 졌다니, 치욕이다 치욕...
문제의 바티는...바티를 보기 위해 로마 경기를 기다렸다가 정작 <바티의 노쇠화>만을 확인하게 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더욱이 어제는 옐로 카드에 불건전한 파울까지...바티만 나오면 해설자와 캐스터가 앞다퉈가며 "예전만 못하다"고 깎아내리는 것도 듣기 싫고. 아, 정녕 바티는 이제 <바티의 눈물>로만 내 마음에 아프게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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