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어제 상암동에서

딸기21 2002. 11. 2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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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흐...드뎌 축구장에서 축구경기를 봤다! 것두, 울 대표팀과 브라질팀의 경기를. 브라질팀이 어떤 팀인가, 그리고 또 울 대표팀은 어떤 팀인가. <6월의 영광 재현> 어쩌구 하는 신문 제목들이 아니더라도, 이미 그 슬로건이 머리 속에 번쩍번쩍 떠오를, 그런 경기.

재미있었다. 역시 호나우두. 사실 <전력투구>했다는 느낌은 안 들었지만 옾사이드 전문가다운 예의 빠른 돌파, 인간으로 안 보이는 그 몸놀림, 게다가 그 덩치에 발재주까지 대단해서 <과연 호나우두로구나>하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딩요? 당근 귀엽지. 내 뒤에 앉은 꼬맹이들은 변성기 덜 지난 목소리로 딩요가 공 찰 때마다 <외계인>이네 마네 떠들어댔지만 웃기는 소리다. 누가 딩요의 외모를 탓할 수 있는가. (딩요 엣날 머리 짧을 때 사진 보면 되게 귀엽다)

설기현과 송종국, 더불어 이영표는 대단히 잘 했다. 반면 안정환에 대해 말하자면- 골게터가 골 넣었으니 제 몫 다한 것 아니냐고 한다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 마땅하겠지. 그치만 그건 한가닥의 진실일 뿐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축구 경기 90분 보지 말고, 골 장면 모은 하일라이트만 보면 될 것 아니냐고. 난 <90분>을 즐기기 위해 축구를 보는 것이고, 그 시간동안 선수들이 보여주는 격정 넘치고 때로는 예술적이고 극적인 모든 것을 감상하는 것이다.
구구절절이 늘어놓을 필요 없이, 난 언제나 맘속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안정환을 마구 깎아내리고 싶다. 안정환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선수다. 그걸 비아냥거릴 마음은 전혀 없다. 오히려, <경기 외적인 면에서> 나는 안정환이라는 젊은 선수가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버지 없이 늙은 할머니 손에서 자라 문제 많은 엄마 때문에 계속 고생해야 한다는 건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그 선수가 애처로와보이고, 이쁜 아내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고, 마냥 행운을 빌어주고 싶다.
그치만 솔직히 안정환 플레이는 영 <아니올시다>인 걸 어떡해. 왜 그렇게 공 간수를 못하는지. 공 흘리고 뺏기고 잃어버리고, 누구에게든 부딪히기만 하면 넘어지고. 어쨌든 <찬스>를 잡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경기는 아주 재미있었고, 90분은 너무 빨리 흘러갔다. 걱정했던 것처럼 춥지도 않았다. 담요 대신 쓸 타올까지 갖고 갔지만 번데기 안에 들어간 것처럼 구장 안에는 외풍이 전혀 없어서 괜찮았다. 공짜표 지정석도 비교적 괜찮은 위치였고^^
명보오빠와 황선홍 국대 은퇴식을 보니 맘이 좀 아팠다. 명보오빠는 이번 월컵 전까지 울나라 국대팀에서 <유일하게> 좋아했던 선수였는데, 노장이 되어 물러서는 걸 보니 가슴이 알싸했다. (난 황선홍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상이 없다)

그런데 동방예의지국 국민으로서 하나 좀 맘에 안 드는 것이 있었다면, 브라질팀 불러놓고 너무 멋대로 잔치한 것 같아서. 이건 무슨 울나라 국대 <갈라쇼>도 아니고...비록 대상이 최용수이기는 하지만(그런 대접 받아 싼 선수) 교체해 넣은 선수 또다시 교체해 빼내는 건 첨봤다. 몇달전 잉글-포르투갈 친선 평가전 보니 포르투갈 팀은 11명 중 골키퍼 하나 빼고 10명을 바꿨는데, 어차피 서로 전력시험하는 거니까 별로 흉해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어제 울팀 교체하는 건-전력상승을 위한 훈련 차원이라면 얼마든 환영이다. 그건 평가전의 기본 목표니까. 그런데 어제는, MJ 인기몰아주기 작전인지는 모르지만, 월컵 때 인기있었던 우리 선수들 얼굴 보여주기 위해 손님 불러놓고 무례를 저지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쨌든 인생은 행복하고, 세상은 아름답다. 난 어제 너무너무 행복했다. 경기장에서 실제로 보니까 선수들이 저쪽편 골대 근처에 가 있으면 얼굴 잘 안보여서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집중 안 되는 측면은 있었지만 집에서 보는 것보다 흥분되고 재미있었다. 정몽준 아저씨가 계속 <대통령 후보>로 나왔음 좋겠다. 그럼 비싼 팀들 불러다가 A매치도 자주 해줄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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