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아이 귀여워, 귀여워~

딸기21 2002. 10. 6.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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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면, 바로 얘. 호아킨 산체스.

1981년생, 아주 싱싱한 애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레알 베티스>에서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월컵 열심히 봤던 사람들은 다 알걸.
MBC ESPN이 축구중계를 밤 11시로 늦춰버리는 바람에 지난주에는 챔편스 리그 경기도 거의 못 봤는데, 어제는 이러다 축구결핍증 걸리는 거 아닌가 싶어 졸린 걸 참고 꿋꿋하게 봤다. 게다가 어제 경기는 내가 좋아하는 발렌시아와 귀염둥이 호아킨이 있는 베티스간의 경기였기 때문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발렌시아는 사실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쟁쟁한 톱스타들로 구성된 팀은 아니지만 선구들이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럼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안 빠른가? 물론 걔들도 빠르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걔들은 스타일+재주+명성+...+...+...이런 것들이 더 우선이지, 조직 전체의 스피드(부지런함)로 싸우는 팀은 아니지 않은가. 호나우두가 빠른 거야 주지의 사실이지만, 마드리드 팀 전체가 휙-휙- 그물치듯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발렌시아가 뛰는 걸 보면 "야, 쟤들 진짜 부지런하네"하는 생각이 절로 든단 말이다. 그래서 신나고, 대견스럽고, 귀엽다. 게다가 이번 챔편스 32강전에서는 얄미운 영국넘들(리버풀) 작살내 주어서 더욱 기특하다. 특히 아이마르, 재간둥이다. 쪼마난 귀염둥이다.

그럼 베티스는. 베티스는, 발렌시아보다는 스페인 리가 순위에서나 실력에서나 좀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팀의 경기를 내가 꾸준히 챙겨보는 것은, 위에 나온 저 놈, 호아킨이 있기 때문이다. 베티스에서는 호아킨이 최고 스타이기 때문에 카메라도 계속 호아킨을 비춰준다.
특히 베티스 경기에서, 넘어져 있거나 오프사이드 반칙하는 건 몽땅 호아킨이다. 적들의 태클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뻑하면 넘어지고, 다리가 빠른 건 좋은데 나이가 어리고 수완이 모자라서인지 툭하면 오프사이드다. 그러니 어찌 귀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지난주 말라가 경기에서는 넘어져서 시체처럼 팔을 뒤로 쫙 뻗는게 넘 귀여웠다. 꼭 강아지같다. 잘 키운 호아킨 하나, 열 모리엔테스 안 부러울 것이 스페인 팀이다.

바보같은 소리인지 모르지만, 난 호아킨이 단 2-3년이라도 베티스에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제2의 루이스 피구>로 불리는 호아킨이 그런 결정을 할 리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바티스투타를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 시즌 시작하기 전에, 레알마드리드가 피구의 후계자로 호아킨을 눈독들이고 있다는 소식이 업계(?)를 달궜었는데, 호아킨은 충분히 그럴 만한 선수다. 아직 재주부리기에서 실수가 종종 나오긴 하지만.

이런 선수가 스타행진의 꽁무니에 안 쫓아가고 <언제나 그늘에서 투쟁해왔던> 베티스에서 팬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구 볼 마음이 생긴다는 얘기다. 베티스의 빅토르 페르난데스 감독이 "호아킨은 베티스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선수"라고 했다는데, 호아킨은 월컵 끝나고 <뜬> 다음에 베티스와 계약을 연장했다. "언젠가는 마드리드에서 뛰고 싶다"면서도 베티스랑 8년 장기계약 맺고, <바이아웃>(이적료 하한을 정해놓는 것)에도 동의를 했다고 한다. 짜식, 정말 귀엽단 말야.

(사족: 베티스 유니폼 웃옷은 초록색이다. 이탈리아 국대 애들 입는 것 같은, 신축성 좋아뵈는 쫄티인데 실제 이탈리아 상표라고 한다. 그런데 왜 초록색을 입냐구...잔디밭에서 뛰면 잘 안 보인단 말야...축구선수들이 보호색 입는 건 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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