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The Red Queen
매트 리들리 (지은이), 김윤택 (옮긴이) | 김영사
<게놈>과 <이타적 유전자>를 통해 국내에서도 탁월한 과학저술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 리들리가 性선택 이론을 근간으로 인간의 성격과 행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학습이냐, 본능이냐. 저자의 주장은 두 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엄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매트 리들리의 공통점은? 유전자 과신론자가 아니라, 유전자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건, 그들을 <차별>해야 된다는 얘기랑은 다르다. <실재하는 차이>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교육>과 <환경>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리들리의 주장대로 <인정>하고 맞닥뜨리는 쪽이 낫지 않을까.
난 리들리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특유의 재치있고 명쾌한 설명. 낙관적이면서도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전공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과학맹신론과 과학낙관론은 엄연히 다르다. 리들리는, 리처드 르원틴이나 스티븐 제이 굴드처럼 '인간 복제 이뤄지면 큰일난다'는 식으로 겁주는 대신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과학낙관론자에 해당된다.
미리부터 겁을 내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실 무시한 채 과학의 발전을 겁내기보다는, 과학의 성과들이 공정하고 생태지향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면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성의 유전학>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할 것 같다. 유전자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지식들을 <유전자 결정론>이나 <성차별적 주장> 혹은 <신 우생학>으로 평가절하하지 말고, 그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여자와 남자는 분명 다르고, 그 차이점은 우리 유전자가 지난 수백만년 동안 형성해온 역사적 과정의 일환이다. 남아선호 역시, 역사적 맥락과 함께 <유전적 맥락>을 갖고 있다. 우리의 본능은, 더 좋게 나아지기 위해 있다는 것이라는 인용구가 머리에 남는다.
리들리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과학사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장점이다.
후일담
내가 구판(왼쪽 표지, 16900원)으로 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신판(오른쪽, 24000원)으로 다시 나왔네? 이래도 되나?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지...
'딸기네 책방 > 과학, 수학, 의학 등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드바흐의 추측 (0) | 2003.01.10 |
---|---|
쿼크로 이루어진 세상 (0) | 2002.12.04 |
신의 방정식 (0) | 2002.11.14 |
바라바시, '링크' (0) | 2002.11.08 |
천재의 유전자, 광인의 유전자 (0) | 2002.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