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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방정식

딸기21 2002. 11. 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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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방정식 

God's Equation ; Einstein, Relativity and the Expanding Universe 
아미르 D. 악젤 (지은이), 김희봉 (옮긴이) | 지호



아마 신(神)은 하늘나라에 간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만났을텐데, 아인슈타인에게 뭐라고 했을까.


얼마전부터 이 홈페이지를 통해 교류를 하게 된 김희봉님의 번역서다. 과학서적 번역가로서는 아주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해서 보증수표 받은 기분으로 <믿고> 읽기 시작했는데 믿음이 유효했다. 아인슈타인의 마당방정식(기존 용어로 얘기하면 場이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아인슈타인의 일생과 사람됨을 같이 보여주는데, 위인전 중에서 재미있는 위인전처럼 재미있다.

마당방정식을 만들어가는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유클리드기하학(공간)에서 非유클리드기하학(공간)을 향해 나아가는 수학자들의 노력과 궤를 같이 한다. 뒷부분에는 현대 우주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소개하면서 이를 마당방정식을 입증하는 과정과 맞물리게 보여주는데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가장 아름다운 방정식> 즉 <신의 방정식>을 찾으려는 인간의 노력과도 일치한다. 'E=mc²'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더랬는데, 서술방식에서는 'E=mc²'과 비슷하고 재미도 비슷하다. 'E=mc²'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이 책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게 됐다.

사실 이 책만큼 공간에 대한 설명을 쉽게 풀어서 해 주는 책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방석 조각같은 것을 놓고 가운데에서 조금 비껴간 부분에 핀으로 쿠션을 찍어누른 것처럼 쏙 들어간 부분을 만들어 "여기가 블랙홀입니다"하면서 뫼비우스의 띠이니 하는 것들을 들먹이면 나는 통 이해를 못 한다. 전에 읽었던 우주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그런 식이었고, 나는 그런 똑같은 그림도 여러번 봤지만 매번 내가 그 그림에 무시당하는 일이 빚어졌었다. 


그런데 이 책은 잘난척 하기 위해 알아보기 힘든 그림을 집어넣는 대신에 정말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을 넣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과학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인문학도의 자괴감, 치명적인 <과학적 상상력의 부재(不在)>를 조금은 상쇄시켜 주는 도우미들이 많아 반가웠다.

수학이나 물리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금도 후대 사람들이 뇌 조각을 잘라서 연구하고 있을 만큼 <불세출의 천재>로 각인돼 있는 아인슈타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얘기들만으로도 재미가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어렸을 때부터 우주란 무엇이며 무한하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시간과 공간은 어떤 성질을 갖고 있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한 개념 안에서 통합될 수 있는지를 궁금하게 생각했었는데 똑똑한 사람들이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떻게 접근하는가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수학공식은 너무 어려워서 거의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념 삼아 마당방정식을 노트에 베껴써봤다. 벌레같이 생긴 문자들로 돼 있어서 옮겨쓰기도 힘들었지만, 그 공식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자꾸 그러니까 어쩐지 내 눈에도 예쁘게 보였다. 또 하나, 아인슈타인 자신의 말을 인용해 신의 존재와 의도에 우주(천지창조)의 원리를 빗대는 것도 재치있었다. 

그런데 사족을 붙이자면, 아인슈타인이 프러시아 학술원의 회원이 된 것이 책 앞부분에는 1914년7월2일이라고 나오는데 뒤에서는 1913년7월3일로 나온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김희봉님, 프린시페섬 옆에 있는 섬은 사오토메가 아니라 상투메라고 읽더군요. 지금은 상투메 프린시페라는 국가가 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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