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ham Lincoln's DNA & Other Adventures in Genetics
저자의 솜씨: 글도 잘 쓰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유전학 역사상의 사건들을 버무려 구성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자의 '견해'일 뿐이므로 책을 읽는 재미가 그 때문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일반적-전문적 접근의 양갈래를 잘 오가며 이해하기 쉽게, 심지어는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역자의 솜씨: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의 책을 번역하겠다고 나서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영한사전에 나오는 의학용어 표기를 그대로 썼다고 해서 충실한 의학서적 번역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자기가 전부 번역하지 않고 대학원생들이나 다른 사람들 시켜 번역할 거라면 차라리 번역을 하지 말라. 유전자에 대해 쓴 책에서 복제양 돌리 만든 사람의 이름이 '윌무트' '헬무트'(갑자기 독일 정치에 관한 책이 됐나 해서 당황했다)를 오가면 말이 되나? 제레미 리프킨을 리프킨-리프킨드 식으로 혼용하는 것을 애교로 봐줘야 하나? 남들 시켜 번역했으면 최소한 원고를 검토해서 고유명사 표기라도 통일해줬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언젠가 존 쿨리의 <추악한 전쟁>을 개판 곱배기 따블로 번역해놓은 거 보고 열받아 펄펄 끓은 적 있었는데, 이 책 역시 처음에는 재미있다가 뒤로 갈수록 번역 엉망되는 거 보면서 화가 났다. (여담이지만, 문제의 <추악한 전쟁>(제목부터 개판)에 대한 독자서평을 알라딘에서 읽어보니 대부분 독자들이 책에 대한 찬사 이상의 글자수를 번역자 비판에 쏟아붓고 있었다.)
그리고 제목- 이런 식으로 붙이는 거 정말 싫다. 재치있게, 주제 잘 잡아서 우리식으로 붙이는 것은 환영이지만 이 책의 한글판 제목(천재 운운)에서는 책 팔아먹겠다는 상술의 냄새가 너무 유치하게 폴폴 나지 않는가. 원제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DNA>인데 그 편이 훨씬 멋지다(장사는 좀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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