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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여워, 귀여워~

누구냐면, 바로 얘. 호아킨 산체스. 1981년생, 아주 싱싱한 애다.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에서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월컵 열심히 봤던 사람들은 다 알걸. MBC ESPN이 축구중계를 밤 11시로 늦춰버리는 바람에 지난주에는 챔편스 리그 경기도 거의 못 봤는데, 어제는 이러다 축구결핍증 걸리는 거 아닌가 싶어 졸린 걸 참고 꿋꿋하게 봤다. 게다가 어제 경기는 내가 좋아하는 발렌시아와 귀염둥이 호아킨이 있는 베티스간의 경기였기 때문에 도저히 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발렌시아는 사실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쟁쟁한 톱스타들로 구성된 팀은 아니지만 선구들이 빠르고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럼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안 빠른가? 물론 걔들도 빠르다. 그런데 느낌이 다르다. 걔들은 스타일+재주+..

[이라크]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요르단의 암만에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까지는 총 950km. 거의 대부분 사막으로 이뤄진 이 길을, GMC밴을 렌트해 달려가기로 했다. 밴의 운전사는 이라크 국경이 가까워오자 가게에 들러 바그다드의 가족에게 가져갈 물건들을 잔뜩 사들였다. 콜라와 초콜릿 따위를 하나 가득 실은 차는 요르단-이라크의 접경인 케라메에 도착했다. 허름한 단층건물로 된 입국심사장에 들어서 맨 처음 부닥친 것은 에이즈 검사였다. 에이즈를 '동성애자들의 죄악의 결과물'로 간주하는 이슬람권에서도 유독 이라크는 입국시 에이즈 검사를 위한 채혈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해 세계에이즈 총회에서 이슬람권은 총회결의안에 동성애가 지탄받아야 할 도덕적 죄악임을 명시하자고 주장했었다. 북유럽 등의 거센 반발로 결이안에 그런 문구가 들어가..

그놈의 아시안게임

...때문에 축구를 못 보고 있습니다. 치사한 MBC, 아시안게임 중계한다고 챔편스 리그 중계 빼먹고...수백억 주고 사온 미 MLB 중계한다고 축구 중계 빼먹고...왜 공중파랑 케이블에서 똑같은 걸 보여주냐고...전파낭비에, 시청자들과의 약속 위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슴다. 스타스포츠는 최소한 3주전부터 편성표가 나오는데 MBC ESPN은 매주 월요일이 돼야만 그 주의 편성표가 나옵니다. 웃기는 짬뽕. 나쁜 넘들. 확 불이라도 질러버릴까 보다...(원래 축구는 사람의 감정을 과격하게 만드는 법이죠^^;;) 와나캣님이 축구 중계 스케줄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오는 저녁 8시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하일라이트 30분 방송해줍니다. 아마 광고 빼고 뭐 빼고 하면 20분이나 될까말까겠지만. 담주 월욜에는 저녁 7..

지단의 검은 옷

어제 레알마드리드-바야돌리드 경기를 봤다. (생각해보면 좀 우습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선수가 스페인에서 뛰고, 나는 그것을 홍콩 TV를 통해 보면서 영어로 해설을 듣는다) 마드리드가 흰 유니폼 대신 검은 유니폼을 입었다. 아디다스 줄무늬 가운데 축구공이 그려진(축구공 그림은 아무래도 부조화스러워 보이지만) 마드리드 본연의 대신. 역시 마드리드는 을 입어야 제맛이 난다. 그치만 검은 옷 입은 지단은 아주 멋있었다. 아무리 마드리드라 하더라도 선수 하나 빠지니까 어쩔 수 없었다. 경기 결과를 알고 봤는데, 그저께 스코어만 확인하고서 궁금해했었다. 무적함대 마드리드가 그닥 뛰어날 것 없는 바야돌리드를 만나 1:1 무승부로 끝냈다는 것이 의아하게 생각됐었다. 처음에 라인업을 보니 엘게라가 없었다. 이에로와 함..

[스크랩] 살렘의 왕 멜키세덱

조그만 도시인 타리파의 경사지에는 예전에 무어인들이 건설한 오래된 요새가 있었다. 그 요새의 성벽 위에 앉으면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고, 바다 건너 아프리카 땅도 시야에 들어왔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은 그날 오후 요새의 성벽 위에 앉아 불어오는 레반터(동풍)를 맞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양 여섯 마리가 주인이 바뀐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끊임없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먹이와 물 뿐이었다. 멜키세덱은 부두를 떠나는 작은 배 한 척을 보았다. 그 젊은 양치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브라함에게서 십일조를 받은 후에도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일이었다. 신들은 욕망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신들에게는 자아의 신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살..

딸기네 책방 2002.10.01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Tuva or Bust!: Richard Feynman's Last Journey 랠프 레이턴 (지은이), 안동완 (옮긴이) | 해나무2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내게서 떠나가지 않는다. 오래동안 생각해오던 자금성에도 가고 싶고, 마음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이집트, 이란, 이라크, 터키에도 가보고 싶고, 시원한 밤바람 맞으러 홍콩에도 가보고 싶고, 축구 보러 스페인에도 가고 싶고. 현실에서 떠나고 싶은 생각과는 좀 다르지만 어디에든 가고 싶다. (랠프 레이튼. 해나무刊)이 가져다준 위안이 있다면, 굳이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리교사인 랠프 레이튼과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그리고 몇몇 친구들은 우연히 투바라는 곳에 가고 싶다는..

우주 양자 마음

우주 양자 마음 The Large, The Small And The Human Mind 낸시 카트라이트 | 로저 펜로즈 | 스티븐 호킹 | 에브너 시모니 (지은이) 김성원 |최경희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2-10-30 언제인가, '괴델의 정리'를 놓고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수학자가 수학적 원리로 풀리지 않는 세상에 대해 일종의 불가지론을 선언하다니. 공리(公理)란, 그리고 인간의 이성과 의식이란 얼마나 우스운 것이 돼버리는가. 큰 물리학(고전물리학)과 작은 물리학(양자물리학)의 간극, 정신(의식)과 물질의 간극. '이 세상에서 유일한, 진정한 의미의 거시이론'인 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의 지침인 양자론의 통합은 물리학자들의 지상과제다. 그런가 하면 물질로 이뤄진 ..

플레이어 vs 플레이어

월요일 바르셀로나-에스파뇰 경기로 시작해, 어제는 저녁때 레알마드리드와 오사수나 경기를 보고 곧이어 챔피언스리그 발렌시아-리버풀 경기를 시청. 마드리드에서는 지단이 지난번 AS로마와의 경기에서 다친 탓에 출장을 못했다. 어쩐지 걱정스럽더라니...지단이 빠지니 마드리드의 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피구가 잘 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스코어 상으로는 4대 1이라는 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피구의 연속 어시스트는 멋있었지만 사실 상대팀이 너무 못했다. (여담이지만, 중계 도중 캐스터가 "한국의 종국 선수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는 걸 들었다. 영어라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우리 종국이 칭찬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마르 vs 오언 발렌시아-리버풀 경기는 개중 재미났던 게임이었다. 선수들의 이름값으로만 보자면 리버풀이 ..

옛날 떡볶이.

주말에 운동화를 샀다. 회사에 신고다니기에도 무리없도록 시커먼 색깔로 샀는데, 어제 비닐봉지에 넣어서 회사에 들고왔다. 체육부장이 지나가다 보고 고 물어서, 이라고 대답했다. (어제 집에 그걸 신고 갔는데, 내 자리에 남겨진 구두를 본 옆자리 선배는 밤늦게까지 내가 집에 안 간 줄 알았단다. 사실은 일찌감치 튀었는데...^^) 여튼, 본격 산책 겸 운동 겸 퇴근을 하기 위해 집으로 가는 길. 우선 액세서리 가게에 가서, 아지님을 쪼아 장만한 결혼 6주년 기념선물인 금물고기 목걸이를 찾아 아름드리 목에 걸고 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보통 큰길을 따라가는데, 맘 내키면 독립문 근처의 영천시장을 통과해서 가기도 한다. 실은 이 길은 내가 하는 코스는 아니다. 시장통을 지나다보면 아무래도 먹을 것들이 자꾸 눈에 ..

어느날 무언가가 나를 부른다면

글쎄, 어느날 무언가가 나를 부른다면. 나를 '부른다'면. 고등학교 때였나, 칼뱅에 대해 배울 때 선생님이 '소명'이라는 말을 했었다. (지금도 가물가물 기억나는 그 선생님은 알고보니 우리 엄마를 짝사랑했던 인물이었대나, 어쨌대나^^) 소명, calling. 나를 부르는, 내가 달려가야만 하는 그 무엇. 어찌어찌해서, 거의 우연적인 어떤 힘에 의해서 지금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것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 부담감의 존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긴, 글을 쓰는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몇 되랴마는. 여학생 중에 문학소녀 아닌 사람 별로 없다고 하지만 나 역시 10대의 어느 시절에는 문학소녀였었다. 책 읽고, 일기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