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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의 라니아 왕비

딸기21 2003. 3. 30. 16:20

요르단 국왕 압둘라2세의 왕비 라니아랍니다. 미모가 배우 모델 뺨칩니다. 이 여자의 시어머니, 즉 선왕 후세인의 부인 누르 왕비도 미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인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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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아 왕비는 팔레스타인 출신입니다. 원래 중동에서 오늘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요르단 지역은 '트란스요르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서방의 식민지 분할로 지금은 갈갈이 찢어졌지만요.


1967년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들간의 이른바 '6일 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요르단에 쏟아져들어왔습니다. 현재 요르단 인구의 60%가 팔레스타인인입니다. 지리적, 역사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은 한 나라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핍박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훨씬 억세고 영악하고 똑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중동에서는 뭐랄까, 20세기 초반 유럽의 유태인들 같은 입장이라 하니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사실상 중동 아랍국들의 상권은 팔레스타인 출신들이 다 쥐고 있다고 그곳 사람들은 말합니다. 시샘 섞인 과장도 물론 들어있겠지요.

이스라엘이 건국되고 유태인들이 중동에 몰려와 땅을 사들일 때 팔레스타인 지주들은 다 땅 팔고 유럽이나 사우디, 쿠웨이트, 이라크 같은 나라들로 가버렸거든요. 그들은 말하자면 난민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부자들이었던 셈이고요.


반대로 소작농 출신들은 갑자기 유태인 '지주'들이 땅 내어놓으라고 달려드니 싸워봤다가 깨져서 이리저리 흩어진(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정말 난민들입니다. 팔레스타인 부자들이 각국에서 중산층 이상의 계급으로 정착한 반면 팔레스타인 농민들은 각국에서 하층노동자, 빈민으로 전락했습니다(중동에서는 '노동자 탄압=팔레스타인 탄압')

어쨌든 중산층 이상의 팔레스타인출신들은 각국에서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아주 이재에 밝고 계산이 뛰어나대요. 대표적인 사람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라 하더군요. 


서방 언론들은 툭하면 아라파트 재산이 몇억달러라더니, 국제 금융가의 큰손이라느니, 수억달러를 숨겨놨다느니 하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아라파트를 흠집내기 위한 마타도어들이죠. 그러나 전적인 뻥은 아니고, 아라파트가 과거에(지금도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중심으로 투쟁할 때에 싸울 자금을 만드느라 주식을 투자했던 것은 분명한 듯 합니다. 또 많은 수익을 거뒀다고도 하고요. 이재에 밝고 수완좋다는 것은 아라파트라는인물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입니다.

계속 딴 길로 샜는데, 다시 라니아 이야기로 돌아가서.

요르단인 택시기사에게 들은 얘기인데요, 암만의 국제공항 이름이 '알리아'인데 죽은 후세인 전 국왕의 부인 이름이 알리아였대요. 후세인 국왕이 알리아를 몹시 사랑해서, 부인이 죽은 뒤에 공항에 그 이름을 붙였대요. 후세인 국왕의 첫 부인인 디나는 이집트 사람이었는데 1955년 결혼해서 얼마 안 가 이혼했고, 나중에 디나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고위 간부와 재혼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부인 무나(앤투인 가디너)는 영국 사람이었는데 역시 이혼. 이 사람이 현 국왕 압둘라2세의 생모이고요. 세 번째 왕비가 알리아(이슬람 식으로 부인을 여럿 둔 것이 아니라, 부인이 자꾸 죽었답니다)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르왕비랑 결혼을 했는데. 
후세인 국왕이 죽고난 지금 누르 왕비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자선활동 같은 걸 하면서 미국에서 살고 있답니다. "아니, 왕비가 미국으로 건너가요?" 제 질문에 택시기사는 "라니아가 보내버렸다"고 하더군요.

요르단판 고부갈등...사실은 고부갈등이 아니라 압둘라 국왕이 보내버린 것이라고 봐야죠. 결정적으로 누르 왕비는 아랍어를 못 한답니다. 요르단 왕비가 아랍어를 못 하다니. 왕비 재직(?) 시절에도 영어만 썼고, 국민들 앞에서는 웃으며 아이들 안아주는 것이 전부였대요. 


그래도 국민들 사이에서 이미지는 좋았는데, 팔레스타인 출신의 똑부러진 새 왕비 라니아나 전처 아들인 압둘라 입장에서는 더이상 누르를 요르단에 머물게 할 이유가 없는 거죠. 누르 입장에서도 남편 죽은 마당에 전처 자식들한테 얹혀 살기 힘들어졌던 모양입니다.

요르단은 이라크식 독재국가는 물론 아닙니다만, 시내 곳곳에서 후세인과 압둘라, 그리고 압둘라와 라니아의 사진을 볼 수가 있습니다. 후세인과 압둘라 부자(父子)의 사진은 정책적으로 배려된 것이다 라는 느낌을 팍팍 줍니다. 후세인 전국왕은 인기가 아주아주 좋았고 국민들이 지금도 진심으로 좋아하는데요, 아무래도 압둘라는 인기가 아버지만 못하다보니--광고모델처럼 평화롭고 따사롭고 캐주얼하게 찍힌 두 사람의 사진을 전국에 깔아놓은 거죠. "압둘라는 후세인의 아들이다, 고로 우리는 압둘라를 좋아(해야)한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압둘라 가족의 사진을 보면--아버지 후세인 국왕이 항상 양복차림이었던 것과 달리 압둘라는 희한하게도 늘 군복(고종황제옷) 차림입니다. 그리고 모델같은 라니아가 언제나 활짝 웃는 얼굴로 옆에 앉거나 서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