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더러운 전쟁

딸기21 2003. 4. 3. 14:11
728x90

세상에 깨끗한 전쟁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라크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미.영 연합군의 민간인 살상과 인권침해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미군은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일선 장병들에게 이라크의 민간인 남성들을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구금을 허용하는 전투지침을 내렸는가 하면, 이라크의 병원을 폭격하고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을 사용해 '과잉공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 더 거칠게"

미군은 지난 1일 이라크의 민간인들을 최대 한달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한 포로수용 지침을 일선에 내린데 이어 2일에는 이라크의 주요 기간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좀더 조직적인 공격을 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미군이 이같은 지침이 내려오기 전부터 나시리야 등에서 300명의 이라크 민간인을 준 전쟁포로(PoW)로 격리수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알자지라방송은 머리덮개로 눈을 가리운채 수용돼 있는 이라크 남성들의 모습을 내보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또 2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모든 민간인, 특히 18-35세의 남성들은 모두 '군인'으로 간주할 것을 지시했다. 민간인 복장을 한 이라크의 비정규군이나 테러범들의 자살폭탄공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제네바협약의 PoW 대우에 관한 규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


계속되는 민간인 살상

미군은 나자프에서 벌어진 민간인 조준사격과 바그다드 인간 힐라의 민간인 거주지대 공습에 이어 2일에는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산부인과병원을 폭격했다. 이 병원은 국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구호기관의 하나로, 폭격 부상자 25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던 곳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새벽 공습으로 병원 건물 일부가 부서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미군은 "병원 폭격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지만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라크측은 "1일 하루 동안에 민간인 55명이 숨졌다"고 2일 주장했으며, 나시리야에 있는 사담후세인 병원은 "나시리야에서만 250구가 넘는 민간인 시신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대량살상무기 사용 논란

미군은 2일 성명을 내고 집속탄을 사용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중부사령부는 B52 폭격기가 이날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중부지역에서 연합군을 향해 남하중인 이라크 탱크 대열을 저지시키기 위해 "전투 역사상 처음으로" 신형 CBU 105 집속탄 6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라크군을 향해 집속탄을 사용했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민간 거주지역에도 집속탄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미군의 힐라 민간 거주지역 공습현장에 있었던 AFP통신의 한 기자는 집속탄 파편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집속탄은 본체 속에 소형폭탄 247개가 들어있어, 투하시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넓은 면적을 초토화시키는 대량살상무기다. 특히 소형폭탄들이 불발탄이 될 경우 지표면에서 지뢰처럼 묻혀있다 폭발하기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집속탄 사용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집속탄 1200여발을 사용한데 이어, 지난달 25일과 26일 바스라 공습 때에도 투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미군이 이번 이라크전에서 접속탄 말고도 무게 1t에 이르는 초대형 MOAB 폭탄과 네이팜탄, 열화우라늄탄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MOAB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사용했던 ‘데이지커터’를 개량한 것으로, 폭탄 속에 들어 있는 암모늄 질산염이 공기와 결합해 폭발하면서 반경 550m를 무산소 상태로 만들어 초토화시키는 무기다. MOAB는 미군이 보유한 폭탄 중 가장 무거운 것으로,소형 핵공격에도 쓰일 수 있다.


네이팜탄은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열화우라늄탄은 1991년 걸프전 때 미군이 바스라 지역에서 사용, 수많은 기형아들과 소아암 환자들을 발생시켰던 악명높은 무기다.


불붙는 비판여론

국제앰네스티 등이 미 정부에 민간인 살상 관련자 처벌을 요구한데 이어, 각국 언론들도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고 미.영 연합군의 과잉 공격을 비난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르몽드와 르피가로는 2일 나란히 "미.영 연합군은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으며, 리베라시옹은 "미국은 민간인들을 포격, 이라크 국민들의 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랍권 언론들은 "연합군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대량학살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리야드 신문은 "미국은 금지된 무기를 사용하는 가장 잔인한 국가"라고 비난했으며,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일간 알바얀은 "전쟁의 양상은 미국인들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공포속에 몰아넣으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힐라의 참상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소도시 힐라의 병원은 1일 미군의 폭격으로 숨진 이라크인들의 시신들로 가득찼다. 전날 미군 폭격으로 이 작은 도시에서 48명이 죽고 300여명이 다치면서 변변한 의약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병원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처참한 시신들과 부상자들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영국의 BBC방송 등은 일가족 15명이 몰살당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은 힐라의 참상을 전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군의 폭격은 31일 아침 시작됐다. 미군은 바그다드 진격을 앞두고 바그다드 외곽에서 공습과 지상전을 병행하며 집중적으로 전투를 전개했다. 바그다드 남쪽 80km 지점에 있는 힐라는 그중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었다. 티그리스 강폭이 좁아지는 사담 운하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지점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고 힐라 시내에는 45분 동안 미군 폭격이 쏟아졌다. 이날 미군의 공격은 이라크군과 민간인 지역을 구분치 않는 무차별 폭격이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한다. 
힐라 병원의 관리인인 무르타다 아바스는 "병원 침상은 물론, 복도에까지 담요에 둘러싸인 어린이 부상자들이 누워있다"면서 "주거지역인 나데르에 미군의 폭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AFP통신 사진기자도 미사일이 민간인 거주지역에 떨어졌다고 확인했다.

1일 힐라를 방문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요원들은 "병원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시신들이 수십구 놓여 있었다"면서 "공습 결과는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길바닥에도 미처 후송되지 못한 시신 대여섯구가 놓여있으며, 병원 안에 옮겨진 시신들은 처참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라제크 알 카젬 알 카파지라는 한 남성은 미군과 이라크군의 격전이 벌어진 나시리야에서 일가족과 함께 탈출해 피난을 하다가 힐라 부근의 하이다리야 지역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의 공격을 받아 부모와 아내, 여섯 자녀와 동생 부부 4명 등 등 가족 15명을 모두 잃기도 했다.


바그다드 남쪽 바빌론에서도 미·영 연합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33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당했다. 1일 나자프에서 여성과 어린이 10명이 미군에 사살된 것을 비롯해 반전운동가들이 탄 차량이 폭격을 맞는 등 민간인 살상이 계속되자 비난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안드레아스 마브로마티스 유엔 이라크 인권감시 담당관은 민간인 피해가 날 것을 알면서도 폭격을 가한 미.영 연합군을 비난했으며 유럽연합(EU)은 연합군과 이라크군이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유엔 인권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의했다. ICRC와 국제앰네스티(AI)도 미국과 영국군의 국제법 위반을 비난하며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민간인 피해의 책임을 이라크쪽에 돌리고 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민간인 희생의 책임은 사담 후세인에게 있다는 것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민간인 희생은 이라크의 인간방패 전술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며 빈센트 브룩스 미군 중부사령부 준장은 "민간인 희생은 유감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라크 군인을 확실히 죽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