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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들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 중에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연금술사'였다. 어떻게 그 책을 고르게 되었을까? 당시 나는 코엘료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듣고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알라딘을 돌아다니다가 정말로 우연히 책의 표지를 보게 됐다. '연금술사', 매혹적인 제목, 예쁜 표지, 라틴스러운 이름. 그런 것들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책을 샀고, 그다지 두껍지 않은 저 소설을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읽어내려갔다. '아주 오랜시간'이 되어버린 것은 내 게으름탓도 있지만, 저 책을 읽기시작한 뒤 잠깐의 여행을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여행지에서 미처 읽지 못한 결말 부분을 이리저리 예상해보고, 저 책이 '지금 내게' 무슨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해봤다. 생각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

딸기네 책방 2004.12.19

터키에서 본 물건들.

안탈리아 박물관에서 본 고대 그리스 유물. 물담배(아랍에선 '나르길레'라고 하고, 터키에선 '아르길레'라고 하고... 딸기네 집에선 '물담배'라고 부른다). 이 물담배는 중동에선 역사가 꽤 오랜 것이고, 아랫부분 물통의 재질과 장식에 따라 값도 천차만멸이다. 액운으로부터 지켜준다는 Blue Eye를 모티프로 한 팔찌들. Turkish Delight 이라고 부르는 과자??들. 우리나라의 엿이랑 똑같다. 터키와 우리나라는 공통점이 많지만, 엿을 여기서 보게될 줄은 몰랐다. 너무 예쁜 도자기 접시들! 도자기의 고향은 세계적으로 역시나 중국이고, 이스탄불의 박물관에도 오스만제국의 술탄들이 모아놓은 중국도자기들이 많이 전시돼 있다. 하지만 터키에서도 나름대로 중국 자기 기술을 받아들이거나 페르시아 자기들을 들여와..

드디어... 카파도키아

여행하는 즐거움이라 하면, 좋은 경치 유별난 경치 보는 것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카파도키아는? 최고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우선 경치- 카파도키아는 관광대국 터키에서도 이스탄불과 함께 특히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다. 도대체 하느님이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기기묘묘한 풍경, 그리고 거기에 기대어 2천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흔적. 터키는 현재 인구의 98%가 무슬림이라고 하지만 이 지역은 기독교 유적이 압도적이다. 모스크라고 해봤자 동네의 자그만 모스크 정도. 반면에 동굴 속에 숨어들어갔던 초기 기독교인들이 만든 오래된 교회들과 주거시설들은 지금도 발굴이 다 끝나지 않았다고 하고, 지하도시가 7층에 걸쳐 있다고도 한다. 특히 관광가이드북에 많이 나오는 ..

2004년의 책읽기

91년부터 독서카드를 정리해왔으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여지껏 연말결산은 해본 적이 없다. 책을 '결산'한다는 웃기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여지껏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연말결산을 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라딘 서재질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연말 독서결산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난 좋아보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따라해본다. 그래서 지금 연말결산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지금 나의 처지가 처지이니만큼 올해 읽은 것들 중엔 일본에 대한 책들이 많았다.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정신의 기원'으로 시작해서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마루야마 마사오 '번역과 일본의 근대' 그리고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도쿄이야기', 박지향 '일..

나의 유토피아-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은이) | 이덕형 (옮긴이) | 문예출판사 | 1998-10-20 어쩌면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라는 멋진 반어법으로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해낸 이 사람은, 사실은 누구보다도 유토피아에 대해 많이 상상해본 사람이 아니었을까. 이건 그냥 나의 상상이다. 어쩌면 올더스라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이름의 소유욕과 폭력적 배타적인 가족제도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 자신 유달리 독점욕이 강한 사람이었고, 그의 연인 혹은 아내는 끊임없이 그에게서 ‘해방’되는 것을 마음속으로 꿈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올더스는 자기 내부의 욕망에 스스로 질식해 죽을 것 같았고, ‘짐승같은 본능’이 판치는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를 옥죄어왔던 현실은 ..

딸기네 책방 2004.12.18

나의 '올해의 책'- '총, 균, 쇠'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 | 김진준 (옮긴이) | 문학사상사 | 1998-08-08 책표지에 '퓰리처상에 빛나는'이라는 수식어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자랑할만 하다. 무슨무슨 상을 수상했다 하는 책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퓰리처'라는 말이 붙은 책중에서 별볼일 없는 책은 없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 '퓰리처'가 붙은 이 책은 필히 훌륭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책을 펼쳤고, 책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는 이 책이 '올해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와 밀도를 동시에 갖춘 책이고, 영화 식으로 말하면-- 오락성도 작품성도 모두 별 다섯개 짜리다. 생리학박사인 저자는 '과학자'다. 우스운 정의 같지만 이 책은, 과학자인 ..

딸기네 책방 2004.12.17

옥의 티는 있지만... '예루살렘'

예루살렘 Jerusalem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이동진 옮김. 그린비 우리는 3대 종교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라고 알고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지만, '3대 유일신교'라고 하면 통상 불교 대신 유대교를 집어넣는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이 세 종교는 모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과 함께, 구약성경이라는 공통의 텍스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유독 서로간에 분쟁과 갈등을 많이 일으켰던 종교들이기도 하고,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서로 얽혀 있는 종교들이기도 하다. 얽혀있는 정도가 아니라 물고뜯고 싸우는 점에 있어서는 이 세 종교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이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이 책은 '예루살렘'을 키워드로 해서 세 종교의 역사를 훑어보고, 세..

딸기네 책방 2004.12.17

닭고기마늘볶음

저도, 이현이도 닭고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자주 사다가 먹는데요, 처음엔 보통 하듯이 닭고기에 양파 등등 넣고 간장 넣고 볶아 먹었고요. 여기다가 고춧가루 넣어서 맵게도 해먹어봤는데요. 양념 맛보다 그냥 마늘 맛만 좀 들어가는 편이 더 맛있는 것 같아요. 1. 토막친 닭고기에 밀가루 옷을 입혀서, 기름에 약간 튀기듯이 굽는다. 2. 구운 닭고기에 마늘 다진것을 듬뿍 넣고, 후춧가루 소금 뿌려서 살짝 볶는다 근데 저게 좀 귀찮거든요. 그래서 어젠 이렇게 해먹었어요. 1. 달궈진 프라이팬에 토막친 닭고기를 집어넣고, 밀가루를 듬뿍 뿌려 볶는다. 2. 닭고기가 얼추 익으면, 마늘 다진 것과 후춧가루 소금을 넣어서 다시 볶는다 양파를 넣어도 되고요. 기름은 절대 넣지 마세요. 닭고기에 기름기가 많으니깐, 처..

시인과 여우- 너무 멋진 그림책

시인과 여우 Basho and the Fox 팀 마이어스 (글) | 한성옥(그림) | 김서정 (옮긴이) | 보림 | 2001-12-15 이제 세 돌 바라보는 꼼꼼이에게 읽힐 책은 역시 아니다. 이 책은 꼼꼼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봤다.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와 여우 한마리가 등장인물/동물. 배경은 일본의 어느 산골. 대사는 시인과 여우가 나누는 몇마디, 그리고 바쇼의 하이쿠 세 토막. 흥미롭게도 일본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글은 서양사람이, 그림은 우리나라 사람이 맡았다.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다. 그림책은 뭐니뭐니해도 그림이 좋아야 한다. 이 책의 그림은 만점짜리다. 동양화의 느낌을 살려서 냇물을 하얀 여백처럼 놓아둔 것이나, 사쿠라 가득한 화면이 너무 멋지다.

딸기네 책방 2004.12.11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기시모토 미오 | 미야지마 히로시 (지은이) | 김현영 | 문순실 (옮긴이) | 역사비평사 | 2003-09-25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더니... 가을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나의 독서는 끝장이라도 난듯이, 게으름만 늘었다. 책읽기도 리뷰 쓰기도 모두 귀찮아서 팽개치고 있었건만, 도저히 이 책은 칭찬을 해주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의 무지함을 꾸짖어야했고, 일본 학자들의 엄청난 학구열에 혀를 내둘렀다. 책은 일본의 중국사(명/청사) 전공자와 한국사 전공자, 두 사람이 각각 명-청과 조선 시대를 맡아서 근세의 여러 모습을 살펴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야 역사에 문외한이라서 ..

딸기네 책방 200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