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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푸세의 가출

꼬마 푸세의 가출 Le Coq de Bruyere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이규현 (옮긴이) | 현대문학 | 2002-11-27 투르니에의 에세이를 꽤나 읽었는데, 정작 소설은 보지를 못했다. 오늘날 투르니에 할아버지가 귀여운 잘난척쟁이가 될 수 있게 해준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라든가 '마왕' 같은 책들을 좀 읽어야겠거니 생각만 했었다. 소설 읽는게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누군가가 이 단편집부터 읽어보란다. 귀여운 제목이다, '꼬마 푸세의 가출'이라니. 곱슬머리 프랑스 꼬맹이가 가출하는 모습, 그러니까 '꼬마 니콜라' 같은 모습이 제목에서부터 연상이 된다. 그래서 나는 머리속에 점찍어둔 이미지대로, 재치와 촌철살인 번득이는 가벼운 동화성 우화집을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요런, 날개 없는 가벼운 빨..

딸기네 책방 2004.11.29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

또다시 배용준 때문에 난리다, 일본은. 하긴, 지난 3월 일본에 온 이래, 지금껏 텔레비전만 틀면 한국드라마, 음식코너에선 한국요리 소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으니, 새삼 '난리다'라고 하기도 어색하지만. 그런데 어제 오늘 방송 분위기는 전과는 조금 다르다. 그도 그럴것이, 그넘의 '욘사마'가 뭔지... 10명이나 다쳤다고 하니 언론들이 떠들어댈만도 하다. 이제부턴 '한국 헐뜯기'로 돌아가는 거냐고? 그렇지는 않다. 일본이란 나라,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뗄레야 뗄 수 없고, 서로간에 구원(舊怨)도 많다면 많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도 아니고, 욘사마 하나로 모든 관계를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니까. 아무튼 어제오늘 여기 방송 분위기를 보자면- 후지TV에선 한국의 방송보도를 잠깐 보여줬다. ..

즐거운 도쿄생활, 벌써 돌아갈 때가 다가오네요

서울에 돌아갈 날이 두달여밖에 안 남았다는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일본어도 간단한 수준의 회화는 할 수 있게 됐고, 친구도 생겼다. 코바야시 다카코, 즉 소라짱네 엄마랑 친해져서, 며칠전엔 이현이 데리고 그 집에 놀러갔었고 오늘은 소라짱네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석달만 더 있으면 우리집에 아줌마들이 바글거리게 할 수도 있겠는데 말이다. 다카코씨하고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나이가 똑같고, 얼라들 성격(하는 짓)이 비슷하고, 미술을 하는 모친을 두었고, 대학교 때 영어 과외알바를 했었다는 무지막지한 공통점이 있다. 일본에 와서 몇달 간은 시간 죽이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본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줄어든 덕에 책도 읽을 수 있고, 이현이도 신나서 룰루랄라이고... 다 좋은데, 시..

바람의 열두 방향

바람의 열두 방향 The Winds Twelve Quarters 어슐러 K. 르귄 (지은이) | 최용준 (옮긴이) | 시공사 | 2004-10-27 어술러 르귄. 이름은 들어봤는데, 이 작가를 만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었다. 어릴적엔 인간이 아닌 것들이 말하고 꿈을 꾸는 이야기(이것이 내가 판타지를 정의하는 단순한 방법이다)들을 몹시 좋아했었지만, 최근엔 반지제왕 한편 빼면 판타지를 거의 접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선뜻 장바구니에 넣었던 것은 첫째는 제목이 멋져서, 둘째는 르귄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르귄의 소설책을 본 것은 처음이지만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예전에 소리님이 여기 올려주셔서 읽어봤었다. 한동안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져서 우울증같은 기미를 보이던 때,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

딸기네 책방 2004.11.23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 강의 리처드 파인만 (지은이) | 박병철 (옮긴이) | 승산 | 2001-08-09 파인만의 물리학 책들 중에 어려운 것(other six...)과 쉬운 것(six...)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더랬는데, 이 책은 특히 '쉬운 것'에 속한다고 강조라도 하듯 '일반인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제목에 떡하니 박혀있는 QED. 하기사, 제목에 '양자전기역학'이라고 표기를 해놓으면, 웬만한 '일반인'은 이 책을 멀~리 피해가기 십상일 터이니. 미국에서 출판됐을 당시 원제목은 'QED by Richard P. Feynman'인데 국내 번역본에는 '일반인을 위한'이라는 구절이 붙었다. 양자전기역학의 중간 교주 정도로 봐도 될 파인만, 무려 이 이론으로 노벨상까지 받았던 파인만 ..

안탈리아,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터키 남부, 지중해에 면한 안탈리아의 작은 항구. 안탈리아는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곳'으로 꼽히는 곳인데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 한국 관광객들은 다들 카파도키아나 파묵칼레, 이스탄불처럼 '유명한' 곳에 집중하는 탓에. 하지만 우리에겐 아마도 이 여행에서 최고의 관광지가 아니었던가 싶다. 저 곳에서 무려 5박을 했으니까. 에게해 연안 쿠샤다시에서 버스를 타고 8시간. 가는 길에는 평원과 터키의 독특한 지형들이 펼쳐져서 구경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안탈리아에는 지중해가 있었다. 호텔 거리가 너무너무 이뻤다. 옛날 지중해식 저택들을 겉모습 그대로 두고 개조한 작은 호텔들이 모여있는 골목. 우리도 그 중 한 곳의 ARGOS라는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집들로 둘러싸인 안마당엔 작지만 깨끗하고 깊은 ^^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The Cambridge Illustrated History of China 패트리샤 버클리 에브리 (지은이) | 윤미경 | 이동진 (옮긴이) | 시공사 | 2001-04-25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까짓거, 재미없고 영양가 없는 책이라면 그냥 읽기를 포기하고 던져버리면 된다. 굳이 인내심을 시험해가면서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란, 대저 내용 자체는 꽤 괜찮거나 그럭저럭 쓸만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든지, 내용 외적인 무언가가 맘에 안들어서 꾸역꾸역 참아가며 봐야하는 그런 책을 말함이니.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거창한 제목에 '시공 아크로총서 2'라는 그럴싸한 브랜드네임이 붙은 이 책이 그 중의 한권이..

딸기네 책방 2004.11.17

일본은 있뜨라

일본엔 참 서점이 많다. 전여옥이 '일본은 없다'에서 일본 사람들 전철안에서 만화책밖에 안 본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 많다.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중에는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내가 알 수 없는(문맹;;)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당연히 훨씬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땅값이 비싸보이는 곳에 버젓이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 와나캣이 전에 도쿄에 왔을 때 시내구경을 나갔다가 긴자 복판의 대형서점이 붐비는 것을 보고서 놀랐던 적이 있다. 도쿄에는 규모가 큰 전철역마다 백화점이 있다(도쿄는 철도회사들이 거의 도시개발을 맡아 했기 때문에 철도회사들이 주요 전철역과 백화점 등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우리동네 카마타 역도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