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어선 길에서 Auf Abwegen und Andere Verirrungen 귄터 쿠네르트 (지은이) | 권세훈 (옮긴이) | 문학과지성사 1. 거리 풍경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다. 아마도 평소보다 더 많은 짐차들이 도시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완벽한 교통 경찰관들에게나 눈에 띄었을 뿐이다. 고요한 새벽녘과 마찬가지로 매일 저녁 어둠이 깔리고 나면 그때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던 이 수많은 짐차들이 갑자기 이집 저집 앞에 멈춰서서는 상자나 궤짝 혹은 나무로 된 입방체를 내려놓은 다음 운전기사와 조수들이 그것을 들고 익숙한 솜씨로 급히 현관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어쨌든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가끔 그들은 그것을 질질 끌고 가는가 하면 심지어는 한 주택 건물에 열 개 이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