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새 교황, 맘에 안 들어...

딸기21 2005. 4. 2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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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냉담자'이다 못해 성당 근처에 가본지도 오래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가톨릭에 심정적으로는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소녀시절'의 거의 모든 추억이 성당과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새 교황이 탄생했다. 요제프 라칭거, 베네딕토 16세. '베네딕토'는 '축복'이란 뜻이라는데 이 사람이 선출된 것은 과히 축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 외신기사들을 읽고 스케치하면서 보니 나 뿐만 아니라 가톨릭 신자들 중 상당수가 새 교황을 맘에 안 들어하고 있었다. 기뻐해야 하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생기신 거 봐라... 맘에 안 들지)


바티칸의 베드로 광장을 메운 수십만 순례자들은 시스티나성당 굴뚝에서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비바 일 파파(교황만세)”, “아반티 파파(교황성하 발코니로 나오세요)를 외쳤다. 새 교황은 발코니로 나와 “우르비 엣 오르비(바티칸과 전세계에)”라는 말로 첫 축복을 했고, 세계 각지에서 온 군중은 환호를 보냈다. AP·AFP 등은 “진보·보수 노선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이번 콘클라베는 역대 최단 시간에 교황을 선출했다”고 논평했다. 이거 이거, 혹시 짜고 친 고스톱 아냐 -_-a


시스티나 성당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오를 때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프랑스도 '한 카톨릭' 하는 나라다. 노트르담 앞에 시민 & 관광객들이 모여서 나름대로 행사를 하고 있었나본데, 외신에 실린 표정이 재미있다. 시스티나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를 때 노트르담 성당에서는 새 교황 탄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광장에 모인 군중은 대형 스크린에 ‘베네딕토 16세’라는 이름이 발표되자 박수를 보냈으나, 일부에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 미국 여성은 보수적인 교황이 선출된 것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고, 스페인 관광객은 "라칭거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향한 인물" "그의 선출은 진전이 아닌 퇴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말들 잘하네...

어쨌거나 '각국 정상'들은 이런 일이 있으면 메시지 보내는 것이 일이렸다. 재섭기로 소문난 부시는 머라머라 떠들었나 들어봅시다. 


부시는 “새 교황은 큰 지혜로 하느님께 봉사하는 분”이라며 “새 교황이 카톨릭 교회를 강하고 지혜롭게 이끌어가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당시 부시는 부인 로라랑 같이 놀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자들한테 지난번 라칭거 설교를 일전에 들었던 얘기를 꺼내면서 "우리 부부는 깊이 감동했었다"고 했다는데, 난 왜 부쉬가 말하면 뭐든지 듣기가 싫을까. 암튼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교황청과 협력, 전세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환영 논평을 내놨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과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가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각국 정상들의 축하논평이 뒤를 이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새 교황이 평화와 사회정의, 인간존엄, 종교적 자유, 종교간 협력 등의 가치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길 바란다”는 환영논평을 내놨다는데... 아마 요새 미국에게 목졸리는 아난 입장에선 남을 축하해주고 자시고 할 기분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상들이 지극히 정상스러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을 때, 한쪽은 한껏 상심하고 있었다.


제일 크게 실망한 것은 중남미. 사실 이 동네가 카톨릭 밀집지역인데 여지껏 교황이 하나도 안 나왔으니 섭할 만도 하다. 그렇다고 '우리 동네 출신 짱'이 안 나와서 실망한 것만은 아니다. 중남미 가톨릭은 라칭거 류와는 분위기가 다르단다. 세계 최대 카톨릭 국가인 브라질 신문들은 새 교황이 동성애 등 사회윤리 이슈를 놓고 개혁적인 중남미 카톨릭과 견해차를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남미 가톨릭의 진보적·개방적 분위기를 대표하는 칠레의 알레한드로 고이크 주교회의 의장은 새 교황의 나이가 78세인 점을 들어 “과도기적 교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럼... 새 교황은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일까 ^^;;)


첫 흑인 교황이 탄생하기를 바랬던 아프리카도 아쉬운 표정이었다. 교황 후보였던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의 고국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국가의 언론들은 새 교황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하는데에 그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새 교황이 얼마나 논란거리인지는, 독일 여론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새 교황의 모국인 독일에서는 자국 출신 교황의 탄생에 환호하는 목소리와 초(超) 보수주의자의 취임에 반대하는 여론이 뚜렷이 갈렸다.
1940년대 교황이 신학을 공부했던 성미카엘 신학교에는 오전부터 학생들이 강당에 모여 바티칸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학생들은 환호했으며, 교사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진짜로 울었대요... 


토마스 프라우엔로프 교장은 “우리와 함께 지냈던 사람이 교황이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곳 주민들은 “바깥에서는 그를 보수적인 신학이론가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자상한 면모를 모두 알고 있다”면서 새 교황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이 된 것은 독일의 영광”이라며 “새 교황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훌륭한 계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유주의적인 독일 사회에서 새 교황에 대한 지지도는 당근 낮다. 시사주간 ‘데르 슈피겔’ 여론조사에서는 독일인 중 라칭거 추기경의 교황 추대에 반대하는 사람이 36%로, 찬성(29%)보다 더 많았다. 
종교개혁의 본산인 독일은 개혁 전통이 강하게 배어있는데다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늘어 이슬람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피임, 동성애, 생명윤리 등 사회적 이슈를 놓고 예전부터 라칭거 추기경과 갈등을 빚어왔다. 독일의 한 가톨릭 개혁운동단체는 “그가 새 교황에 오른 것은 재난”이라며 “교회에 등돌리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혹평했다.


자국에서조차 '재난'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교황 자리에 오르다니. 교황이 비록 우리 생활에 별 관련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영 맘에 안 든다...


푸른여우



나도 맘에 안들어. 이 양반이 이슬람이나 유대교는 차치하고라도, 로마가톨릭 사제들한테 독일 루터교단이나 영국 성공회 , 프로테스탄트들 하고도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그랬다대. 혼전성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십대 미혼모들을 돌보고 상담하는 것들도 사제들에게 하지 말라 그러고... 아무튼 부시만 신났다. 이런 분이 교황됐으니, 부시는 "거봐라 내가 가는 노선이 맞지" 그러고 있을거아냐? 성당엔 근처도 가보지 않았는데 우울하다....

 
세상에, 미혼모 상담조차 금지시킨다고요!

저도 맘에 안들어요.


저 사람 머리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한 예수님의 말은 어디로 간 거래요? 과도기 교황으로 빨리 다음 교황 선출만 바랄 일이죠.


나도 웃긴다고 봐.

benedictxvi@vatican.va


교황청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새 교황 베네딕토16세의 이메일 주소다. 이미 추기경 시절부터 인터넷 팬클럽을 갖고 있던 새 교황의 취임과 함께, 교황청도 ‘온라인 바티칸’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교황청은 이날 새 교황의 이메일 주소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교황청 사이트(http//www.vatican.va)를 개편, ‘교황님께 인사를(Greetings to the Holy Father)’ 아이콘을 클릭하면 곧바로 이메일을 쓸수 있게끔 해놨다고 밝혔다.


교황이 이메일을 쓰게 된 것은 전임 요한 바오로2세 시절인 2001년. (오홋... 연로하신 분에게 저런 면모가...)당시 교황의 컴퓨터는 요한바오로2세의 시신이 안치되기도 했던 바티칸 클레멘티나 홀에 설치돼 있었다. 교황청은 지난 2일 요한바오로2세의 선종 사실도 언론에 이메일로 알린 바 있다. 전임 교황은 “2000년 전 주님이 가신 길을 따르면서 새로운 기술 수단을 사용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교황청의 정보화를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왜 콘돔은 쓰면 안된다고 하는 걸까?)


오는 24일 열릴 예정인 새 교황 취임식도 ‘새로운 양식’에 따라 거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교황은 취임 미사가 끝난 뒤 삼중관(三重冠)을 쓰고 성베드로 대성당을 나섰지만 이는 지난 1978년 요한 바오로2세가 폐지했다. 베네딕토16세는 고위 성직자의 권위를 나타내는 십자가가 수놓인 어깨띠만 두를 예정이다. 교황청은 성 베드로 광장과 델 포폴로 광장 등 로마 시내 주요 광장에 대형 TV 스크린을 설치해 새 교황 취임 미사를 중계하기로 했다. 취임 미사에는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을 비롯해 가톨릭권 국가 원수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로마 시 당국은 약 50만명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탈리아 신문 라 레푸블리카는 새 교황이 콘클라베(교황선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총 115표 중 100표 정도를 얻어 압도적 표차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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