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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여행(2)- 그림같은 초가집, 첸달 호수와 빙하

예이랑에르를 뒤로한 채 산을 넘어 또 다른 협곡으로 향했다. 노르드피오르다. 1848m 높이의 스콜라 산이 먼 곳에서 온 손님을 반긴다. 해마다 여름이면 해수면 높이부터 이 산에 뛰어올라가는 경기가 열린다고 했다. 피오르가 끝나는 곳에 7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 로엔이 있다. 로엔의 명물은 피오르와 거의 맞닿을 듯 가까이 있는 셴달 호수다. 물이 유난히 푸르다. 물속 미네랄 성분이 햇살을 머금고 에메랄드그린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람선의 선장은 “1890년대부터 증기선 관광이 성행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호숫가 언덕엔 브렝 폭포가 떨어지고, 역시 지붕에 풀밭을 얹은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림 같다’는 것이 바로 이런 풍경이겠구나 싶었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는 레스토랑이 있고 송어요리를 팔았..

노르웨이 여행(1)- 신이 그린 풍경화, 예이랑에르 피오르

여름으로 향하는 길목, 아직 날씨는 변덕스러웠고 바람은 쌀쌀했지만 해는 밤 10시가 넘도록 지지 않았다. 평화롭고 느렸다. 어디든 깨끗하고 소박했다. 노르웨이 남서부, 오슬로에서 40분간 비행기를 타고 크리스티안순에 도착했다. 이곳을 출발점으로 피오르(fjord) 순례에 나섰다. 64번 지방도로, 아틀란테하브스베이엔(Atlanterhavsveien·대서양길)이라 불리는 8.3㎞의 길은 스키점프대처럼 치솟은 다리로 섬과 섬을 잇고 있었다. 바다 위를 달리고 시골길을 지나 바닷가 소도시 몰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예이랑에르(Geiranger),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피오르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페리를 타고, 다시 자동차로 달리고, 또 페리를 타고, 눈 덮인 산봉우리 밑 해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버스 분리승차’ 논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이 자국민들과 같은 버스를 타는 것을 막기로 했다. 과거 미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분리를 연상케 하는 조치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0일 모셰 야알론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라 당국이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스라엘 버스 노선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우선 3개월간 시범실시된다. AFP통신은 “이제 이스라엘로 출퇴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인들이 탄 차를 탈 수 없어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고 전했다. 당국은 또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아침저녁 드나드는 검문소들에 대해서도 통제를 강화, 반드시 아침에 통과한 검문소로만 저녁에 다시 나갈 수 있게 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의 분리장벽에 막혀 봉쇄된 처지나 다름없고,..

인니·말레이 “로힝야족 보트피플 수용하겠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바다 위를 떠도는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인도네시아 측과 논의한 끝에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인 등 해상 난민 약 7000명에게 임시 피난처를 내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난민들은 일단 배를 떠날 수 있게 됐다. 아니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1년 안에 이들의 재정착과 송환을 위한 절차를 진행시킨다는 조건에서, 난민들에게 인도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더스타 등은 전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북서부 아체주와 말레이시아 랑카위섬 사이 안다만 해에는 미얀마 불교도들의 탄압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과 가난을 벗어나려고 밀입국자 행렬에..

참모들에게 우산 받쳐주는 대통령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함께 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우산을 든 사람은 대통령뿐. 이럴 때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오바마가 외부로 이동했다가 헬기를 타고 돌아와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내리는데, 비가 쏟아진다. 오바마는 우산을 꺼내 든다. 오바마는 누군가에게 손짓을 한다. 뒤이어 나오는 사람은 오바마의 ‘가신’이자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진 발레리 재럿 백악관 선임고문이다. 오바마는 우산이 없는 재럿을 자신의 우산 밑에 서게 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손짓한다. 뒤이어 나온 사람은 애니타 브레켄리지 부비서실장이다. 작은 양산 밖에 없던 브레켄리지 역시 오바마의 우산 밑으로 들어간다. 세 사람은 사이 좋게 우산을 나눠 쓰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

스테파노 리베르티, '땅뺏기'

땅뺏기 Land Grabbing스테파노 리베르티. 유강은 옮김. 레디앙 번역자 이름만 보고도 고를 수 있는 책이 있다. 내게는 유강은이라는 번역자가 그런 사람이다. 국제문제와 관련된 책들을 주로 번역하는 분이고(물론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며 일면식도 없다) 하워드 진의 책들을 많이 옮겼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땅뺏기' 실태를 다루고 있다. 부제는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는 또다른 이유- 새로운 식민주의 현장을 여행하다'이다. 마다가스카르 대우 사태를 비롯해, 한국은 이런 문제제기에서 자유롭기는커녕 손가락질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에티오피아의 셰이크들 여기는 아와사 Awassa,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쪽으로 300킬로미터 떨어진 에티오피아 지구대 Ethiopian Rift..

딸기네 책방 2015.05.19

팀 쿡, 대학 졸업생들에게 “불의와 싸워라”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54)이 이례적으로 대중 앞에서 연설을 했다. 대상은 대학 졸업생들이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학 졸업생들에게 축사를 하면서 쿡은 ‘평등한 것이 옳다’는 가치관을 정립하게 해줬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소개하며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맞서 싸우라고 강조했다. 쿡은 “이 세상이라는 경기장은 당신들을 필요로 한다. 풀어야 할 문제들이 있고, 끝내야 할 불의가 있다. 박해받는 사람들, 질병에 걸린 사람들이 있다”며 젊은이들이 가져야 할 책임감을 강조했다. 그는 “부당함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면 휴대전화 카메라로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커밍아웃 뒤 연이어 사회적 발언 쿡은 16세 때 작문대회에서 입상해 처음 워싱턴에 와봤다며 “그때는 집안..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얼마 전 가디언에 흰코뿔소 기사가 실렸지요. 세상에 단 하나, 이 생물종(種)으로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 코뿔소의 이름은 ‘수단(Sudan)’이라고 합니다. 케냐의 사바나 지대, 라이키피아 주의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이 코뿔소의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서글퍼지게 합니다. 전 세계에 단 5마리만 남아 있고, 올페제타에는 수단과 함께 암컷 두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세계에 수컷은 오직 수단뿐이고요. 번식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이 종은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1900년대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는 코뿔소 50만 마리 정도가 살았습니다. 그 숫자는 1970년대에 7만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 숫자가 되면 멸종위기에 인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는군요. At home w..

집권 1년 모디, ‘메이크 인 인디아’ 내세워 아시아 순방  

“인도에서 만들라(Make in India).” 중국을 잇는 세계의 생산기지를 자처하고 나선 인도의 구호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14일부터 중국·몽골·한국을 연달아 방문하며 대대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이달 말 취임 1년을 맞는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모디는 14일 중국의 역사 도시 시안(西安)에 도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환대를 받았다. 시안이 있는 산시성은 시 주석의 고향이다. 중국 지도자가 베이징이 아닌 곳에서 외국 정상을 맞는 것은 이례적이다. 시 주석은 “외국 정상을 제 고향에서 맞는 것은 처음”이라며 반겼다. 모디는 트위터에 “시안은 현장법사의 인도 여행과도 관련 깊은 곳”이라는 글을 올렸고, 병마용을 둘러본 뒤 이날 밤 베이징으로 향했다. ..

분쟁 속의 첼리스트 카림 와스피, 그리고 '전쟁 속의 예술'

건물은 불이 났는지 검게 그을려 있다. 무언가를 막 치운 듯 길 복판에 쓰레기 더미가 그대로 놓여 있다. 울퉁불퉁한 도로 가운데 첼로 박스가 보이고, 한 남자가 의자에 앉아 첼로를 연주한다. 기괴한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율. 이제 막 테러가 휩쓸고 지나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풍경이다. 번화한 만수르 거리에서 지난달 말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10명이 목숨을 잃었고 27명이 다쳤다. 그 곳에서 남자는 첼로를 켠다. 거리로 나온 마에스트로 카림 와스피는 43세의 첼리스트다. 이라크국립교향악단의 지휘자로 이라크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다. 20대에 미국으로 유학해 인디애나주립대학에서 헝가리 출신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를 사사했다. 보스턴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정치학도 출신이기도 하다. 미국에 남아 음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