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있는 섬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고, 전세계 생물종의 5%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하지만 낙원을 품은 이 나라는 굴곡진 역사와 정정불안, 경제 실패로 고통받아왔다. 주요 산업은 임업과 어업, 농업이다. 커피, 바닐라, 사탕수수, 코코아, 벼 같은 작물을 재배한다. 그런데 프랑스 식민지 시절부터 이어져온 플랜테이션 농업 비중이 높다보니 국제시장의 등락에 경제가 휘둘린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바닐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데, 1985년 코카콜라가 바닐라 함량을 낮춘 ‘뉴코크’를 내놓자 마다가스카르 경제가 휘청였다. 이듬해 코카콜라사가 다시 바닐라 함량을 높인 ‘코크클래식’ 생산을 늘리자 마다가스카르도 되살아났다. 그래서 이 나라 경제에는 ‘코카콜라 경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9년 이 섬에서 거센 시위가 벌어졌다. 정부군이 발포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면에는 외국 돈을 끌어오는 데에 혈안이 된 정부에 대한 반발이 자리잡고 있었다. 정부는 호주 광물업체 리오틴토에 광산 개발권을 주고, 해안유전을 파내라며 외국 기업들을 불러들였다. 토지법을 고쳐 외국 회사들에 농토를 판 것도 ‘투자유치’의 일환이었다. 그게 정변의 발단이 됐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2008년 대우와 협약을 체결, ‘99년 동안 전체 농경지의 절반을 양도받아 옥수수와 팜유를 생산할 수 있게’ 했다. 일자리 창출, 사회기반시설 확충 같은 장밋빛 약속을 붙여 토지를 무상임대하기로 했던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를 보도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고 몇 주 만에 정부가 무너졌다. 이탈리아 저널리스트 스테파노 리베르티는 외국 기업들이 가난한 나라 땅을 공짜 혹은 싼값에 빌려 농사를 짓는 걸 ‘땅뺏기’라 부르면서, 마다가스카르 대우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분란 끝에 협약은 없던 일이 됐으나 지금도 비슷한 일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탄자니아에서도 수출용 농업생산을 명분으로 외국 기업들이 땅 투자를 하는데 아랍국가들과 한국인들이 주로 여기에 관여한다고 리베르티는 지적한다. 기업들에게는 해외시장 개척이지만 농민들의 토지 소유권이 법적으로 정비돼 있지 않은 가난한 나라 시골에서 이런 ‘투자’는 말 그대로 땅뺏기가 되기 십상이다.
알카에다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집단으로 불리던 시절 오사마 빈라덴을 둘러싼 소문 하나가 있었다. 빈라덴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숨어들기 전에 동아프리카 수단에 머물면서 사업도 하고 ‘테러자금’도 모았는데, 가장 성공적인 사업이 아라비아고무회사에 대한 투자였다. 이 고무는 산업 여러 부분에 쓰이는데 그 중 한 용도가 음료캔이다. 액체가 캔 안쪽에 들러붙지 않도록 고무를 입히는 것이다. 알카에다 네트워크를 다룬 <새로운 전쟁>의 저자 사이먼 리브는 “콜라 한 캔을 사먹을 때마다 세계인들이 오사마에게 돈을 보태주는 셈”이라고 했다. 세상 모든 일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지구의 밥상>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콜라 천국’이 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와 걸프 산유국들에 채소를 파는 에티오피아 이야기가 나가니 ‘못난 나라’ ‘미개한 민족’이란 댓글이 줄줄이 붙는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한국을 ‘선진국 되려면 아직 먼 나라’ ‘아직은 남에게 해를 미칠 정도로 힘이 세지는 않은 나라’로 인식하며 세계에 대한 책임과 선을 긋는다. 또 다른 이들은 ‘우리도 고생해서 성공했다, 성공 못한 나라들은 당해도 싸다’라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동정조차 거부한다.
하지만 세계는 보이든 보이지 않든 이어져 있고 어느 것 하나 외따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한 개발된 나라들의 책임과, 식민지를 착취한 옛 열강들의 원죄와, 거대 기업들의 도덕성과 소비자들의 윤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든 ‘한국의 민낯’과 마주하게 되는 요즘이다. 지구 반바퀴쯤 돌아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라 해도 온전한 ‘남의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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