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14일 발표할 예정인 전후 70주년 담화에 ‘침략’과 ‘사과’라는 표현을 반영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NHK방송은 10일 내각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나흘 뒤 아베 총리가 발표할 담화에 ‘사과’, ‘침략’, ‘식민지 지배’, ‘통절한 반성’ 같은 문구가 명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14일 각료회의 뒤 최종 검토된 내용을 담화로 공표할 계획이다. NHK는 아베 총리가 ‘통절한 반성’의 뜻을 담아 ‘부전(不戰)의 맹세’를 표명하는 동시에, 역대 내각의 기본 입장을 이어갈 것임을 명기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송은 아베 담화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와 2005년 ‘고이즈미 담화’의 키워드인 ‘통절한 반성’, ‘식민지 지배’ 외에도 ‘사과’와 ‘침략’이라는 문구들을 명기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가 지난 주부터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와 만나 담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담화 원안을 본 자민당과 공명당 간부들 사이에서 “전체적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돼 있지 않은 게 아닌가”라는 평가가 나왔고,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내각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문구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NHK 웹사이트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0일 아베 담화에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내각의 기본적인 입장을 계승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아베 담화가 역대 내각의 기본 방침을 계승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국회 답변에서 이미 밝힌 바 있으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또한 아베 담화를 중국어와 한국어로 번역해 발표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가능한한 그런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전후 70주년 담화에서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총리 담화에 명시됐던 ‘침략’과 ‘사죄’ 같은 표현들을 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7일 밤 아베 총리가 자민·공명당 간부들에게 담화문 초안과 자문단 보고서를 보여주고 내용을 설명했는데,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가 옛 담화들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강조하기는 했으나 정작 담화문에는 ‘사죄’와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또 아베 담화가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을 거론하면서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서는 명확한 평가를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NHK 보도가 사실이라면, 아베 총리가 여권 내부로부터도 반발을 산 담화문 초안을 수정해 ‘침략’과 ‘사과’를 집어넣음으로써 한발 물러서기로 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공명당은 아베 총리에게 “사죄의 의미가 세계에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담화에 명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베 담화가 ‘침략’이라는 표현을 집어넣는다 해도 과거사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라기보다는 비난을 피해가려는 물타기에 그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 60주년을 기념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침략 또는 침략의 위협, 무력에 의해 타국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우익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아베 담화가 이 연설을 바탕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침략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내용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며, 일본의 과거 잘못들을 침략의 대상으로 명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교도통신도 아베 담화에 ‘침략’이라는 문구가 담길 가능성이 크지만 반둥회의 연설과 비슷하게 모호한 표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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