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전문]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전후 70주년 담화’

딸기21 2015. 8. 14. 20:31

[전문]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전후 70주년 담화’


종전 70년을 맞이하여 앞서 일어난 대전(大戰)으로의 길과 전후의 행보, 20세기라는 시대를 우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돌아보고 그 역사의 교훈 속에서 미래에 대한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년도 더 전의 세계에는 서구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들의 광대한 식민지가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배경으로 한 식민지 지배의 물결은 19세기 아시아로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 근대화의 원동력이 된 것은 틀림 없습니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 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켜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러일 전쟁은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고무시켰습니다.

세계를 말려들게 한 제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민족 자결의 움직임이 퍼져, 이 때까지의 식민지화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이 전쟁은 천만 명의 전사자를 내는 비참한 전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평화’를 강하게 바라며 국제연맹을 창설하고 켈로그-브리앙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전쟁 자체를 불법화하는 새로운 국제 사회의 조류가 생겨났습니다.

처음에는 일본도 보조를 맞추기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대공황이 일어나 구미 국가들이 식민지 경제를 포함한 경제 블록화를 진행하면서 일본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은 고립감이 심해졌고, 외교적·경제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힘의 행사에 의한 해결을 시도했습니다. 국내 정치 시스템은 제동을 걸 힘이 부족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일본은 세계의 대세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만주사변, 그리고 국제연맹의 탈퇴. 일본은 점차 국제사회가 장렬한 희생 위에 쌓아올리려 했던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돼갔습니다. 진로를 잘못 잡고 전쟁에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70년 전, 일본은 패전했습니다.

전후 70년을 즈음하여, 국내외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들의 생명 앞에 깊이 머리를 숙이고 통석(痛惜)의 념(念)을 표하며, 영겁의 애도를 바칩니다.

앞의 대전에서 300만여 동포의 생명이 끊어졌습니다. 조국의 장래를 염려하고 가족의 행복을 바라며 전선에 흩어져 있던 분들. 종전 후 혹한 또는 뜨거운 먼 이역 땅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받고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 도쿄를 비롯한 각 도시에의 폭격, 오키나와의 지상전 등으로 도시와 농촌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참히 희생되었습니다.

교전을 했던 나라들에서도 미래의 젊은이들이 수없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중국,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등 전쟁이 벌어진 지역에서는 전투뿐 아니라 식량난 등으로 많은 무고한 백성이 희생되었습니다. 전쟁의 그늘에는 명예와 존엄에 깊은 손상을 입은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손해와 고통을 일본이 준 사실. 역사는 실로 돌이킬 수 없는 가혹한 것입니다. 한 사람  한사람에게 각각의 인생이 있고, 꿈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되새겨볼 때, 지금도 말을 잃고 그저 단장의 생각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토록 고귀한 희생 위에 현재의 평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원점(출발점)입니다.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권이 존중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앞의 대전에 대해 깊이 회개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본은 그렇게 맹세했습니다.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오로지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해 왔습니다. 70년간의 평화국가로서의 행보에 우리는 조용히 자부심을 품고 있으며 이 부동(不動)의 정책을 앞으로도 고수하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앞선 대전을 일으킨 것에 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한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써 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한들 가족을 잃은 분들의 슬픔, 전화(戰禍)에 의해 도탄을 맛본 사람들의 아픈 기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전후 600만명이 넘는 귀환자들이 아시아·태평양 각지에서 무사히 돌아와 일본 재건의 원동력이 된 사실을. 중국에 남겨졌던 3000여 명의 일본인 자녀들이 무사히 자라나 다시 조국의 흙을 밟을 수 있었던 사실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 포로가 됐던 이들이 장년이 되어서 일본을 방문해 전사자에 대한 애도를 서로 계속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전쟁의 고통을 당했던 모든 중국인과 일본군에 의해 극심한 고통을 받은 모든 포로들이 그토록 관용을 보이기까지 얼마나 마음의 갈등을 겪었으며 어떤 노력을 했을지. 우리는 그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관용 덕택에 일본은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70년이라는 이 기회를 맞아 우리는 화해를 위해 힘써준 모든 국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이제 인구의 80%가 넘습니다. 그 전쟁과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리고 그 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라는 숙명을 계속 짊어지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인도할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의 부모, 또 그 부모 세대는 전후 잿더미와 가난의 수렁 속에서 목숨을 이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우리 세대도 다음 세대로 미래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입다. 앞선 세대의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적으로 치열하게 싸웠던 미국·호주·유럽 국가를 비롯한 정말 많은 국가에서 은원을 넘어 선의와 지원의 손길을 내밀어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런 것을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전해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 아시아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을 다할 것입니다. 그런 큰 책임이 (일본에)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 앞에 놓인 막다른 골목을 힘으로 타개하려 했던 과거를 계속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은 어떠한 분쟁도 법의 지배를 존중하며 힘의 행사가 아닌 평화적·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굳게 지키고 세계 각국에 촉구하겠습니다.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서 핵무기의 비확산과 궁극적으로는 폐기를 목표로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이행하겠습니다.

우리는 20세기에 전쟁 하의 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입은 과거를 계속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여성들의 마음을 항상 받아안는 국가이고 싶습니다.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손상되지 않는 세기가 될 수 있도록 세계를 선도하겠습니다.

우리는 경제의 블록화가 분쟁의 싹을 키웠던 과거를 계속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나라의 자의에 좌우되지 않는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국제 경제체제를 발전시켜 개발도상국 지원을 강화하고 세계의 더 큰 번영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번영이야말로 평화의 기초입니다. 폭력의 온상이 되는 빈곤에 맞서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와 교육, 자립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힘을 다하겠습니다.

우리는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가 돼버렸던 과거를 계속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기본적 가치를 확고히 견지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잡고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어느 때보다 기여하겠습니다.

종전 80년, 90년, 혹은 100년을 바라보며, 그런 일본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결의합니다. 


헤이세이 27년 8월 14일, 내각 총리대신 아베 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