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결국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베 총리는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승전기념일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국회의 상황 등을 감안하여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 대신 “국제회의 등을 활용해 중국과 정상끼리 솔직하게 토론할 기회를 만들어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총리가 중국 방문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중국으로부터 다양한 설명을 들었지만 참석을 전제로 한 조율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미 중국에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승전 70주년에 맞춰 열병식 등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면서 각국 정상들을 초청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 등은 참석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국들은 중국의 군사력 과시장이 될 행사 참석을 거부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베이징에는 가되 열병식은 참관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베이징에 가더라도, 행사 당일이 아닌 2일이나 4일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지난달에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이 중국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만나 아베 총리의 방중 일정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일 색채의 행사’를 전후해 중국에 가는 것에 대한 일본 내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미국이 불참을 결정한 데에도 큰 부담을 느껴 결국 보류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미국과 유럽 각국 정상들이 행사 참석을 보류했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보법안’ 문제도 방중 계획을 미루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아베 정권은 지난달 중의원에서 헌법의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법안은 현재 참의원에서 심의 중인데, 다음달 초가 법안 통과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24일 참의원 예산위 발언에서도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을 거론하며 안보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평화안전 법제(안보법안)는 특정국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 상황과 러시아·중국의 동향을 생각할 때 안보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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