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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 아이티와 네팔, 재난의 미래

네팔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게 만든 일 중 하나는 2001년의 ‘미스터리 왕실 살인 사건’이었다. 왕세자가 친부모인 비렌드라 국왕 부부를 비롯한 가족 9명을 총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못 선정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엽기 살인극의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 후 숨진 국왕의 동생 갸넨드라가 왕좌에 올랐으나 이 사람은 국민들에게 통 웃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고 한다. 마오주의 반군이 농촌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었고, 정부는 늘 위태로웠다. 말 많고 탈 많던 왕정은 240여년 역사를 뒤로한 채 2008년 종말을 맞았다. 마오주의 반군에 눌려 왕정을 폐지한 인물은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총리였다. 수실 코이랄라 현 총리의 사촌이다. 네팔 정치는 코이랄라 집안의 역사나 다름없다. 그 집..

파묻힌 아이 구해내는 ‘기적의 구조’ 동영상  

남자들이 모여서 맨손으로 땅을 파고 있다. 건물이 무너진 듯, 콘크리트 더미가 널려 있고 흙먼지가 가득하다. 그 사이를 헤짚으며 시멘트 조각, 자갈과 모래를 파내는 남성들의 손길은 다급하다. 몇 분이 흐르고, 마침내 그들이 파고 있던 이유가 드러났다. 어린 아이가 잔해 속에 파묻혀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울음과 비명이 새어나온다. 흙을 파내는 손길이 더욱 급해진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다. 지난해 1월 벌어진 일이다. 정부군 전투기가 민간인 거주지역에 폭격을 퍼부었고, 두 살짜리 여자아이 기나 바삼은 무너진 집터에 매몰됐다. 엄마는 목숨을 잃었다. 기나는 일곱 자매의 막내로, 위로 여섯 언니가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집터에 묻혔다가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남성들은 아이 울음소리를..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와의 간담회

“미국은 역사 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까다로우며 또한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한국과 일본, 두 민주국가 간에 양국 국민들을 모두 만족시킬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28일 서울 종로구의 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언론과도 ‘솔직하고 격의 없이’ 만나고 싶다며 한·미 간, 그리고 동북아 지역 현안에 대한 생각들을 털어놨다. 그는 방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에 대해 “역사문제는 어렵고 까다로우며 중요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지역 내 화해와 치유를 도모할 수 있는 솔직하고 건설적인 합의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미국 하버드대학을 방문한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재차 ‘인신매매’라 표현한 것에는 “국무..

“불 좀 꺼주세요” 뉴욕 주가 불끄기에 나선 까닭은?

미국 뉴욕 마천루들의 화려한 불빛과 야경을 보고싶은 사람들은 다음달 말까지는 여행을 피해야 할 것 같다. 뉴욕주가 봄철 ‘조명끄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공 조명에 홀려 길을 잃는 철새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는 철새들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주 정부 소유 건물이나 주 정부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밤 11시 이후에 필수적인 전등 이외의 불을 끄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민간 빌딩들에도 조명의 세기를 낮추거나 꺼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해마다 봄·가을에는 대서양을 건너온 철새들이 미국 동부 해안을 지나 북쪽으로 대이동을 한다. 수천 ㎞를 비행하는 철새들은 낮 동안 새들이 주로 태양을 나침반으로 이용하고, 밤에는 별이나 달의 위치를 ..

[네팔 강진]재앙 훑고 간 ‘신들의 도시’ 사람이 보듬다

무너진 건물 밑에 한 남성이 깔려 있다. 시민 4명이 맨손으로 시멘트 더미를 들춰 남성을 빼낸 뒤 치료소로 옮긴다. 옆에선 또 다른 시민이 손에 쥔 잡지로 먼지투성이가 된 남성의 얼굴에 부채질을 해준다. 미국 CNN방송이 27일 전한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풍경이다. 시민·관광객 너나없이 폐허 속 맨손 구조 앞장 구호품도, 제대로 된 구조장비도 아직 없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시신을 수습하고, 생존자를 찾고, 다친 이들을 이송하고 있다. 군인들도, 외국인 관광객들도 모두 뛰어들어 구조에 나섰다. 전기와 수도는 대부분 끊겼다. 식당들도 문 닫고 마실 물조차 모자라자 곳곳에 ‘공동부엌’이 생겨나고 있다. 식재료와 음식을 모아 나누고, 집 잃은 이들도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카트만두 의대 외과의사들은 ..

[뉴스 깊이보기]대만은 No? 네팔 지진 구호의 ‘숨은 정치’

노르웨이 40억원, 미국 10억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에서 지진이 일어난 다음날 두 나라 정부가 밝힌 긴급지원 액수다. 역시 북유럽의 인도주의 국가 노르웨이는 ‘긴급원조’의 대국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선가 참사가 일어나면, 국제사회가 일제히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그 중에는 노르웨이의 네팔 지원처럼 인도주의적인 도움이 있는가 하면 중국과 인도의 ‘구호 경쟁’처럼 지정학적 배경이 깔린 행위들도 있다. 미국 정부는 25일 지진 참사를 당한 네팔에 100만달러(약 1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 국제개발국(USAID)은 또 구호전문가들과 버지니아주 소방·구조국 소속 구조팀 등 54명을 카트만두에 급파하기로 했다. 미군도 파견해 구조를 돕는다. 독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도 긴급 원조를 ..

우주로 향한 지구의 눈, 허블망원경 25주년

거대한 버섯구름같은 별무리가 우뚝 솟아오른다. 1888년 스코틀랜드 여성 천문학자 윌리어미나 플레밍이 처음 발견한 이래로, 100년 넘게 아마추어 천문관측가들과 과학소설 작가들의 관심거리가 돼왔던 ‘말머리 성운’의 모습이다. 2013년 마침내 이 성운이 지구인들 앞에 생생한 모습을 드러냈다. 캄캄한 우주를 배경으로 붉게 빛나는 별들은 장관이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광범위광학카메라(WFC3)가 지구로 찍어보낸 초고해상도의 사진들은 1500광년 떨어진 성운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다. 허블망원경이 25일로 가동 25주년을 맞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허블의 업적을 기념하는 성대한 축하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20일부터 26일까지는 ‘허블 기념주간’이고, 26일에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허블이..

‘현대판 노예제와의 전쟁’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남성들과 여성들, 멀리 있고 가까이 있는 모든 이들, 민간기구의 고위층에 있는 사람들, 오늘날에도 이뤄지는 노예제의 채찍질을 목도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이 악(惡)의 공범이 되지 말아 주십시오. 자유와 존엄성을 빼앗긴 우리 형제자매들, 우리의 형제 인류가 겪는 고통에 등돌리지 마십시오.” 지난 4월 14일(현지시간) 바티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하나가 개설됐다. ‘노예제를 끝내자(www.endslavery.va)’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줄곧 제기해왔던 인신매매와 아동노예·성노예 등 21세기에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늘어가는 노예 문제를 다루고 있다. ‘노예제를 끝내자(www.endslavery.va)’는 이름으로 바티칸이 개설한 웹사이트. 교황은 20..

골치아픈 우주쓰레기들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은지 오래됐지요. 인류가 내다버린 쓰레기들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고장난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의 잔해 같은 ‘우주쓰레기(space junk)’들은 지구 궤도를 돌며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가동 중인 인공위성에 부딪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참 인류는 여러가지를 지구에, 그리고 지구 밖에까지 남기고 있네요. 우주쓰레기는 지구에서 인간들이 쏘아올린 물건이 부서지고 버려진 채로 지구 궤도 주변을 도는 걸 가리킵니다. 옛소련이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 인공물체를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쇼크’(1957년) 이래로 인류는 계속 무언가를 쏘아보냈습니다. 미-소 냉전 시기의 스타워즈 경쟁에 더해 중국·일본·인도·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위성발사와 우주탐사에 나..

[월드피플] 뉴욕주지사가 쿠바에 가는 건 ‘힐러리를 위해서’?  

미국과 쿠바가 화해의 길로 접어들면서, 미국 정·재계에도 ‘쿠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주요 정치인들 중 누가 가장 먼저 쿠바에 발을 디딜까.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지난 12일 정상회담을 했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만났다. 하지만 정상들과 외교장관들의 만남은 쿠바가 아닌 파나마에서 이뤄졌다. 가장 먼저 아바나에 발을 딛는 것은 아마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57·사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쿠바 아바나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19일 쿠오모 주지사가 미국 주지사들 중에선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쿠오모는 20일 쿠바 아바나로 떠나기 앞서 성명을 내고 오바마 정부의 쿠바 정책을 지지하면서 “교역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