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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루 여행기 2탄- 라나와 리사, 안녕!

나우루의 현실은 답답하고 아팠지만 그래도 며칠 간 거기서 지내면서 마음은 참 따뜻했다. 그곳 사람들 마음이. 무엇보다, 거기서 만난 친구 라나와 리사. 라나의 집에는 정말 우연히 들렀다. 사전 섭외를 이렇게 전혀 하지 않고 출장을 가는 것은 처음이었던 듯 싶다. 맨땅에 헤딩도 이 정도면... ㅎㅎ 가기 전까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아이들이 모여 있길래 기웃거려본 곳이 라나의 집이었다. 기사에 쓴 대로 라나는 나에게도 초콜릿을 권했고, 나는 다짜고짜 라나의 집에서 저녁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처음엔 "그러자, 같이 중국 식당에서 사먹자"고 했던 라나는 "집에서 밥을 해달라"고 조르자 흔쾌히 응낙했다. 그날 저녁은 라나의 집에서 보냈다. 밥을 먹고, 잠시 수다를 떨고, 라나가 만들어 파는 옷들과 퀼트 제품들을..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

아마존- 정복과 착취, 경외와 공존의 5백 년존 헤밍 지음. 최파일 옮김. 미지북스 영어 제목이 TREE OF RIVERS다. 책은 ‘나무의 강’인 아마존의 역사를 강물이 흐르듯 굽이굽이 따라가면서 숲과 습지와 역사를 아우르며 펼쳐 보인다. 대작이다. 책이 두껍기도 하지만, 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무게와 깊이가 워낙 크다. 저자는 캐나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탐험가라고 한다. 아마존의 역사는 물론이고 생태와 지리와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망라했는데, 정말 재미지다. 서양인들이 그 땅에 들어가 기웃거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을 죽여 없애는 시기의 역사는 참혹하다. 탐험하고, 죽이고, 잡아서 부리고, 고문하고, 죽이고, 또 탐험하고, 잡아들이고, 죽이고.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정도의 묘사는 예사이고, 끔찍하기..

딸기네 책방 2015.08.04

'사자 세실'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트로피 헌터'

‘사자 세실(Cecil the Lion)’. 영화 제목도 아니고, 디즈니 캐릭터도 아니다. 최근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 사냥꾼에게 희생된 사자의 이름이다. 세실은 현지인 가이드를 고용한 미국인 관광객에게 사살됐다. 세실 사건을 계기로, 아프리카 ‘동물 사냥 비즈니스’의 실태가 도마에 올랐다. 세실이 발견된 것은 지난 27일이다. 열 세살짜리 숫사자 세실은 짐바브웨 서부 황게 국립공원에 살고 있었고 이 공원의 명물이자 국민들의 자랑거리였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연구해온 대상이기도 했다. 세실이 사냥감이 됐다는 것도 충격이었으나, 끔찍한 사냥 방식이 더 충격적이었다. 사자는 화살과 총에 맞았고, 목이 잘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미국에서 온 치과의사 월터 파머(55..

지구의 밥상- 남태평양의 '콜라식민지' 나우루

나우루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다. 인구가 채 1만명도 되지 않는 외딴 섬이지만 이 곳의 식생활은 세계의 다른 어떤 곳보다도 ‘글로벌화’돼 있다. 먹고 마시는 거의 모든 것은 외국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사방이 바다로 에워싸여 있으나 어업은 무너졌다. 이곳 사람들은 더이상 고기를 잡지도, 채소를 키우지도 않는다. 통조림과 인스턴트 음식, 청량음료를 수십년간 먹고 마신 끝에 섬 사람들은 모두 비만이 돼버렸다. 이 섬 인구의 94.5%는 비만·과체중이고, 성인들은 거의 전부 당뇨병을 앓고 있다. 정크푸드가 들어가고 반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이 섬은 학자들이 ‘콜라식민지’라 부르는 곳이 돼버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다. 그러나 두바이의 대형마트에는 신선한 채소들이 냉기 속에 쇼핑객..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에 가다

평생 언제 다시 가볼까 싶은 곳들이 있다. 그런 곳에 가면 즐거운가요~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답은 "아니다"이다. 평생 다시 가볼까 싶은 곳들은 대개 접근하기 어렵거나, 간다 해도 별로 볼 게 없거나, 그리 달갑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곳들이니까. 하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이 엽서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지 않아도,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유적이 없다고 해도, 마음 속에 남은 풍경은 소중하고 따뜻할 수 있다. 나우루에 다녀왔다. 나우루................................................... 한 마디로는 설명하기 힘든 여행이었다. 나우루 공항. 주기장은 따로 없고, 비행기가 들어오면 옆길로 휙 돌아 공항 건물 옆에 선다. 공항 청사. 비자는 따로 받을 필요 없..

그들이 철조망을 넘는 이유... 유로터널 계속되는 ‘난민 사태’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이 난민들의 집결지가 돼버렸다. 프랑스에서 ‘좀 더 돈을 벌 수 있는’ 영국으로 넘어가려는 난민들이 유로터널 입구인 칼레에 28~29일 이틀 간 3000명 이상 몰려들면서 터널이 막히고, 2명이 숨지는 일까지 생겼다. 프랑스 정부는 30일 폭동진압경찰을 배치하며 치안 경계를 강화했으나 칼레는 여전히 아수라장이라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프랑스 “폭동진압경찰 배치” 프랑스 정부는 칼레 시내에 폭동진압경찰 120명을 배치했으며, 유로터널 운영사 측에도 경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29일 밤 경찰은 헬기를 이용해 소동을 벌이던 난민 20여명을 잡아들였다. 체포된 이들은 즉시 풀려났으나 이날 밤은 물론 30일까지도 소요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에마뉘엘 아그리위스 칼..

태양계 밖 거문고자리에도 '오로라' 있다

겨울철 북극 가까운 곳에서 하늘을 뒤덮는 오로라는 ‘태양의 선물’이다. 주로 태양에서 방출된 전자나 양성자가 ‘태양풍’을 타고 지구 근처까지 왔다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주로 북극이나 남극권에서 관측되기 때문에 극광(極光)이라고도 부른다. 미국과 영국 등의 과학자들로 이뤄진 국제연구팀이 태양계 밖에서도 처음으로 오로라를 발견하는 데에 성공했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와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18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거문고자리의 한 갈색왜성의 북쪽에서 오로라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었다. 그리고 이 작은 천체의 북쪽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로라 현상을 그린 상상도(위 그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미 NRA..

[뉴스 깊이보기]사망한 오마르는 누구이며 탈레반은 어디로 갈까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을 결성한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55)가 사망했다고 아프간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압둘 하시브 세디키 아프간 국가안보부 대변인은 29일 AP통신에 “오마르가 2013년 4월 파키스탄 카라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며 “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영국 BBC방송은 아프간 정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 오마르가 2~3년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그간 오마르가 건재하다고 주장했으나 이전부터 사망설은 끊이지 않았다. 탈레반 내부의 한 분파인 ‘피다이 마하즈’는 오마르가 수하의 탈레반 지휘관들이던 악타르 무함마드 만수르와 굴 아가 측에 의해 2013년 7월 피살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파키스탄의 익스프레스트리뷴은 “오마르는 2년..

스페인 지방정부들, ‘왕실과의 전쟁’

부패와 추문에 시달리며 위신이 땅에 떨어진 스페인 왕실이 천적을 만난 것일까. 지난달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주요 도시들을 석권한 좌파 지도자들이 ‘왕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스페인 제2의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바르셀로나의 아다 콜라우 시장은 지난 24일 시 청사 대회의실에 있는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의 흉상을 치우라는 지시를 했다. 명분은 후안 카를로스가 더 이상 ‘국왕’이 아니라는 것이다. 후안 카를로스는 지난해 6월 아들인 펠리페에게 양위를 했다. 콜라우는 지난달 13일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 좌파 연합 ‘바르셀로나 엔 코무’의 후보로 나와 당선돼 바르셀로나의 첫 여성 시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주택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에서 쫓겨나는 서민들..

강단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낸 인도의 ‘미사일맨’ 압둘 칼람

평생 ‘꿈’과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젊은이들과 대화하기를 즐겼던 사람다웠다. 83세의 노과학자는 젊은이들 앞에서 머나먼 우주 어딘가에 있을 미래의 행성을 이야기하다가 쓰러져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APJ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이 27일 타계했다. 인디아투데이 등 인도 언론들에 따르면 칼람은 이날 북동부 메갈라야주 실롱에 있는 실롱경영대학에서 강연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칼람은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2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그는 트위터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에 대해 강의하러 실롱에 간다”는 글을 올리며 기대를 표시했었다. 칼람은 28일 특별기로 델리에 운구됐고, 정부는 7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며 모든 관공서는 조기를 걸었다. 프라납 무케르지 대통령과 나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