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을 결성한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55)가 사망했다고 아프간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압둘 하시브 세디키 아프간 국가안보부 대변인은 29일 AP통신에 “오마르가 2013년 4월 파키스탄 카라치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며 “그의 사망을 공식적으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영국 BBC방송은 아프간 정부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 오마르가 2~3년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그간 오마르가 건재하다고 주장했으나 이전부터 사망설은 끊이지 않았다. 탈레반 내부의 한 분파인 ‘피다이 마하즈’는 오마르가 수하의 탈레반 지휘관들이던 악타르 무함마드 만수르와 굴 아가 측에 의해 2013년 7월 피살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파키스탄의 익스프레스트리뷴은 “오마르는 2년 전 폐렴으로 숨을 거뒀고, 탈레반 중앙의 지도부도 이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탈레반 정권의 각료를 지낸 사람의 말을 인용, 오마르의 아들이 아버지의 시신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반 소련 항쟁서 눈 잃은 ‘애꾸는 지도자’
무엇보다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한 것은 여성 교육을 전면 금지시키고 모든 여성들을 집안에 가둔 조치였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 부인 등이 나서서 국제무대에서 탈레반을 비판했던 것도 여성탄압 정책 때문이었다. 탈레반은 모든 여성들이 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입게 만들었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을 전면 금지시켰다. 심지어 집 밖에 여성들만이 외출하는 것도 막았다. 남성이 특정 여성을 ‘간통했다’고 지목하기만 하면 돌로 때려죽이게 하는 끔찍한 사형제도도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특히 아프간은 옛 소련 점령시절 사회주의 교육정책으로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았고 사회활동도 다른 이슬람권 국가들보다 훨씬 활발하게 벌였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들이 가져온 충격은 더욱 컸다. 세계를 또 한번 충격에 빠뜨린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얀의 거대 불상들을 대포로 파괴한 것이었다. 2001년 봄 벌어진 이 사건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빈라덴 숨겨준 죄’로 미군 침공 받아 산악지대로 피신
미국은 1993년 소말리아, 수단에서 미군을 공격한 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빈라덴이 아프간에 오래 전부터 근거지를 두고 있었으며 1996년부터 탈레반 정권의 보호 아래 아프간에 숨어있다고 주장해왔다. 2001년 9월11일 대참사가 일어나자 미국은 곧바로 알카에다와 빈라덴을 범인으로 지목했으며, 그해 10월 빈라덴을 색출한다며 아프간 전쟁을 시작했다. B2 스텔스기, 무인전투기 프레데터 등을 총동원한 미국의 막강한 화력 앞에 탈레반은 변변한 저항도 못 해보고 무릎을 꿇었다.
탈레반 정권은 축출됐으며 무하마르 오마르는 동부 파키스탄 접경지대로 피신했다. 하지만 미국이 10년 넘게 수색작전을 벌이고 1000만달러(약 116억원)의 현상금까지 걸었음에도, 오마르는 건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올초 탈레반은 이례적으로 오마르의 ‘전기’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탈레반이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이 전기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오마르의 출생에서부터 봉기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한 것이었다. 오마르의 나이와 출생지가 ‘공식 확인’된 것도 이 전기를 통해서였다. 전기에 따르면 오마르는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특별한 유머감각’을 갖고 있고, 행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지만 그럼에도 조직 상층부와 늘 ‘접촉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프간과 세계 뉴스를 날마다 체크하고 있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지난 15일에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몇 년 동안 오마르 명의의 메시지를 발표해 왔다. 하지만 15일의 메시지는 탈레반 웹사이트에 텍스트 형태로 올라왔을 뿐, 음성이나 동영상은 붙어 있지 않았다.
오마르 없는 탈레반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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