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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시간의 목소리'

밤이면 아베우 지 알렝카르는 금지된 임무를 수행했다. 브라질리아의 한 사무실에 숨어서 매일 밤 안보 관련 군사 기밀 문서를 복사했다. 고문과 암살 기록이 담긴 보고서와 조서 카드, 서류 파일이었다. 3년간 몰래 일한 끝에 아베우는 백만 쪽 분량을 복사했다. 문서는 당시에 브라질 전체의 삶과 기적 위에 군림하는 절대 권력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던 독재의 실체를 거의 완벽히 보여 주었다.어느 날 밤 아베우는 군사 문서를 펼치다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15년 전에 쓰인 편지였지만, 편지에 찍힌 여자의 입술 자국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 그는 많은 편지를 발견했다. 각각의 편지는 주소지에 도착하지 않은 봉투와 함께 있었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미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잊힌 사람들과..

딸기네 책방 2015.07.09

적에서 파트너로... 미국과 베트남, 애증의 역사

미국과 베트남의 수교 20주년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베트남의 응웬푸쫑 공산당 서기장이 7일 백악관에서 회동했다. 이미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았고 베트남의 총리와 대통령도 미국을 방문한 적 있지만 베트남의 ‘실권자’인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두 나라의 오랜 악연이 풀렸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만남인 셈이다. 전쟁 이후 40년, ‘관계 정상화’를 다짐한 이후로도 20년. 미국과 베트남의 악연이 풀리는 데에는 격렬했던 전쟁만큼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15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베트남전은 1975년 4월 사이공 함락과 함께 종료됐고, 초강대국 미국은 그 쓰라린 패배의 기억에서 회복되는 데에 긴 세월을 필요로 했다. 미국이 베트남과의 관계를 회복..

셀카 찍다 수류탄 ‘쾅’! 위험천만 셀카 사고

러시아 정부가 셀프카메라를 찍다가 다치는 사람들이 늘자 ‘셀카 안전 캠페인’에 돌입했다고 AFP통신이 7일 보도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최근“쿨한 셀카가 당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무기를 들고 셀카를 찍다가 죽을 수 있다”는 등의 경고가 적힌 안내문을 배포했다. 경고 동영상도 만들어 내무부 웹사이트에 올렸다. 당국은 위험한 포즈를 취하며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올들어 지금까지 100명 가량이 다치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1세 여성이 모스크바에서 권총을 들고 셀카를 찍다가 실수로 총이 발사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무모한 셀카’가 도마에 올랐다. 이 여성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랴잔 지역에서 셀카를 찍어보겠..

뉴호라이즌스 접근 일주일 전... ‘행성 탈락’ 명왕성, 9년 반만에 베일 벗나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IAU)이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명왕성을 행성 지위에서 탈락시켰을 때 과학계에선 ‘과학적 진실을 규명하는 대신 다수결로 결정짓느냐’는 반발이 쏟아졌고, 에서 ‘얼음별의 묘지’로 명왕성을 묘사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겸 작가 마쓰모토 레이지는 “어릴적부터의 꿈이 산산조각났다”며 아쉬워했다. 그 후 9년 가까이 흘렀으나 아직도 명왕성은 지구의 인류에겐 머나먼 미지의 존재다. 행성 자리에서 쫓겨나 ‘난쟁이행성’, ‘왜(倭)행성’으로 격하된 명왕성이 곧 베일을 벗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 명왕선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9년반의 항해 끝에 오는 14일 오후 8시 50분(한국 시간) 명왕성에 접근하게 된다. NASA는 웹사이트에서 명왕성 접근 카운트다운을 하며 우주탐사의 또 다른..

남중국해 '모래장성', 고민하는 미국

중국이 남중국해의 산호초에 군사기지를 만들었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남중국해는 걸프 석유가 아시아로 가는 통로이자 세계의 핵심적인 무역로 중 하나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군사력을 확대하고 나서면서 미국이 고민에 빠졌다. 단순한 산호초 문제가 아니라, 미국은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놓고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지난 4월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는 남중국해에 중국이 만든 인공구조물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해리 해리스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구조물이 미국의 국방·외교전략에 가져올 타격을 표현하며 ‘모래장성(Great wall of sand)’이라 불렀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지난해부터 인공구조물을 착착 ..

시에라리온 또 에볼라 발병... 위기 재발하나  

이제는 끝나가는 듯했던 ‘에볼라 위기’가 다시 재연될 것인가.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에서 에볼라가 또다시 발발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현지 정부관리들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시에라리온 국립에볼라대응센터(NERC)는 프리타운 동부 매거진워프의 슬럼 지역에서 23일 세 명의 신규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항구도시인 프리타운은 인구가 120만명으로 고도로 밀집돼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매거진워프를 비롯한 바닷가 빈민촌에 거주한다. 지난해 에볼라 대규모 발병 때에도 감염자 다수가 슬럼에서 나왔다. 프리타운에서 마지막으로 에볼라 감염자가 확인된 것은 3주 전이었다. 이후 새 감염자가 없어 에볼라 위기가 끝난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나왔으나 섣부른 예측이었던 셈이다. 당국은 신규 감염자들과 접촉한..

폴 로버츠, '식량의 종말'

식량의 종말폴 로버츠. 김선영 옮김. 민음사 폴 로버츠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을 오래 전 재미있게 읽었는데(어, 독후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 이 책도 구성과 느낌은 비슷하다. 역사와 현실과 문제점과 대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한 권으로 이슈 따라잡기’에는 최적이다. 미국의 여느 저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저널리스틱한 글쓰기’ 대신 정석대로 통계와 자료를 조목조목 들어가며 ‘건조하게’ 접근한다는 점. 이 책이 나온 지는 좀 됐지만 식량 문제를 들여다보는 개괄서로는 역시 최고인 듯. 산업화된 농업, 그러나 산업화에 맞지 않는 ‘식품’ 현대 식품 위기가 근본적으로 경제주의적인 것은 맞지만 이는 흔히 설명하듯 식품 회사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했다거나 소비자들이 최적의 가격을 찾아 쇼핑했기 때..

딸기네 책방 2015.06.24

한국 삶의 질 만족도, 이라크보다도 낮다  

한국인이 느끼는 삶의 질 만족도가 세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보건컨설팅회사 헬스웨이가 23일(현지시간) 발표한 ‘갤럽-헬스웨이 2014 글로벌 웰빙’ 보고서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17위를 기록했다. 갤럽은 지난해 145개국 15세 이상 남녀 14만6000명을 대상으로 삶의 목표, 사회적 웰빙, 경제적 웰빙, 공동체, 육체적 웰빙의 5개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인들의 경제 항목 만족도는 53위였으나 나머지는 대부분 100위권 밖이었다. 201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위를 차지한 파나마의 경우 3개 이상의 항목에서 ‘번영하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가 53.0%에 이른 반면, 한국은 9.4%에 불과했다. 특히 한국의 만족도 순위는 201..

국정원 뺨치는 크렘린 ‘댓글 알바’  

‘트롤 팩토리(troll factory)’.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댓글 공장’이다. ‘댓글 알바단’, ‘십알단’처럼 인터넷 여론을 정부에 우호적인 쪽으로 조성하고 비판세력을 매도하기 위한 여론조작 작업을 맡은 기관을 가리킨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치하의 러시아는 국영 언론들을 활용해 정부 선전을 하며, 비판적인 민간 언론은 강압적으로 침묵시킨다. 체첸 문제 등을 꾸준히 거론해온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같은 신문은 기자들이 잇달아 살해되고 의문의 공격을 당하는 등 갖은 고난을 겪고 있다. 반면 크렘린은 인터넷 공간만큼은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인터넷에서도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친 크렘린 선전선동을 퍼뜨리는 조직을 운영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조직에 들..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정문주 옮김. 더숲 어쩐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탈성장'에 관한 책들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관심이 없는 문제를 굳이 골라서 파고드는 것일 리야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탈성장이라는 주제를 놓고 책을 골라서 읽는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따지고 보면 탈성장은 이제 우리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아니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다. 탈성장에 대한 책들을 주로 문화부 책상자에서 주워와 읽었는데, 거푸 내 손에 잡혔다는 건 이 문제를 다룬 신간들이 그만큼 많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성장, 뉴노멀, 신창타이, 이름들은 거창하지만 탈성장은 우리가 망가진 지구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가치다. 이런 책들이 계속 나오니 참 좋다. 와..

딸기네 책방 201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