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평화 논의에 여성 목소리 늘려야...유엔 결의안  

딸기21 2015. 10. 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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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아이들과 여성들이다. 특히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의 여성 ‘성노예화’와 학대에서 보이듯, 여성들은 성적·육체적으로 직접 공격을 받는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분쟁을 끝내고 평화를 구축하는 정치협상 과정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일은 극히 적었다.

 

유엔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조치를 취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여성들이 평화구축 프로세스에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한 안보리 결의안 1325호 개정안을 공식 발표했다. 15년 전 채택된 이 결의의 개정안은 안보리의 분쟁 논의에서 여성의 권리와 여성들의 상황을 고려하고, 필요에 따라 이슈로 삼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 총장은 개정안의 의미를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사무총장 평화유지 특사로 여성 5명을 임명하는 등 평화구축 과정에서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반 총장은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의 평화유지군 사령관에 노르웨이 장군 크리스틴 룬트를 임명한 바 있다. 룬트는 역사상 첫 평화유지군 여성 사령관이다.


유엔 안보리 회의실에서 열린 ‘결의안 1325호 수정 회의’에 각국 대표들이 참석,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유엔(UN Photo/Cia Pak)


반 총장이 이날 연설에서 거론했듯, 이라크·시리아 IS의 여성 납치·노예화를 비롯해 여성들을 상대로 한 잔혹한 대규모 범죄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나이지리아의 무장조직 보코하람이 여학생 수백 명을 단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납치해간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전시 성폭력은 가장 끔찍한 전쟁범죄이면서 동시에 가장 흔한 전쟁범죄이기도 하다. 



심지어 분쟁 지역의 무장세력들 뿐만 아니라 분쟁을 없애기 위해 주둔하고 있는 평화유지군이 현지 여성들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잦다. 지난 5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프랑스군이 현지 소녀들을 성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현대 전쟁 사망자의 90%가 민간인이며 이 중 75%가 여성과 어린이다. 

 

지난 8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프가니스탄에서 무력충돌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는 4921명이었다. 사상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증가했지만, 여성과 아동 사상자는 각각 23%, 13% 늘어났다. 

 

직접적인 폭력 피해가 아니더라도 전쟁·분쟁으로 인프라가 무너지고 경제가 초토화되면서 그 피해를 여성이 떠안는 경우도 많다. 네팔에서는 지진 뒤 여성들 혹은 어린 여자아이들이 성매매 조직에 팔려가는 일이 보고됐다. 예멘이나 시리아에서는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가난에 시달리거나 성매매로 내몰린다. 난민촌의 여성들은 성폭력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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