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튀니지의 ‘국민4자대화기구’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4년여 전 ‘재스민 혁명’이라고도 불리는 튀니지 민주화 혁명을 촉발시킨 것은 한 청년 노점상의 분신 자살이었다. 먹고살 길이 막힌 청년층의 분노는 독재권력을 몰아낸 힘이 됐다. 하지만 튀니지는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외국인 전사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혁명은 성공했지만 청년층에게 여전히 일자리는 없고, 좌절한 이들은 극단주의에 눈을 돌린다.
튀니지는 지금 세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를 보여준다. 바로 청년실업이다. 지난 13일 세계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침체의 최대 희생자이자 저성장 시대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 될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진단한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세계의 15~29세 인구는 사상 최다인 18억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개발국 청년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5억~6억2000만명은 일자리가 없거나 임시직 노동자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지난 8일 웹사이트에 ‘2015년 청년 고용트렌드’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15~24세 청년실업자는 7억3300만명으로 세계은행 추산치보다 더 많다. 세계 젊은이 10명 중 4명은 일이 없거나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저임금 노동자다. 세계 전체 실업률은 올해 8%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청년층의 고통은 유독 크다. 세계 실업자의 40%는 24세 이하 젊은이들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일자리가 있어도 청년노동자의 3분의 1은 하루 2달러가 못 되는 돈으로 살아가야 한다.
소외된 청년들은 변화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세계를 피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극단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폭력사태가 늘어나는 곳에는 어김 없이 좌절한 청년들이 있다. 민주화 혁명을 퇴색시킨 IS의 인력풀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청년들이다. 두 곳 모두 청년실업률이 25%가 넘는다. 이주자 살해·공격과 폭동이 수차례 일어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청년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
반 이민 극우파들이 부상하고 있는 유럽도 청년실업률이 높다. 2007년 15.7%였으나 몇년 새 20%를 훌쩍 넘겼다. 경제난을 겪은 그리스는 청년실업률이 50%가 넘고, 좌파들의 저항운동이 일어났던 스페인도 50%에 육박한다. 2013년 유럽연합은 60억유로(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청년고용기금을 만들었지만 경제 침체로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년실업률이 7%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독일이 이주민·난민에게 관대한 데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저소득 국가의 젊은이들 중 31%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전망은 더욱 어둡다. 아지타 아와드 ILO 고용정책국장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과 함께 기술교육 투자를 늘려,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설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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