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에서 24년째 되풀이되는 투표가 있다. 미국의 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 표결이다. 1992년 이래 매년 쿠바는 결의안을 제출하고, 미국은 매년 반대표를 던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런 투표가 반복됐고, 달랑 두 나라가 결의안에 반대했다.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이었다.
27일 유엔 총회에서 미국에 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193개국 중 191개국이 찬성했다. 미-쿠바 국교 정상화 석달 만의 투표여서 미국이 찬성이나 기권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있었지만, 미국은 이번에도 반대했다. 로널드 고다드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표결 전 연설에서 쿠바 정부가 양국 관계를 더 정상적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런 결의안을 내놓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쿠바와 관계를 회복하는 것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의식, 또다시 반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27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미국의 쿠바 금수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찬성 191표 대 반대 2표로 압도적으로 가결된 뒤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이 각국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유엔본부 _ AP연합뉴스
쿠바 측은 실망감과 불만을 드러냈다.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세계가 금수조치에 반대했다”면서 미국을 비판했고,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은 “금수조치가 끝날 때까지 매년 결의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결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명분 없는 금수조치에 세계가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쿠바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된다. 미국 CNN방송은 “유엔은 압도적으로 미국의 쿠바 제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만 해도 이 결의안에 미국과 이스라엘, 남태평양 섬나라들인 마셜군도, 마이크로네시아, 팔라우 5개국이 반대했으나 올해엔 반대표가 2표로 줄었다. 쿠바는 1973년 이스라엘이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빌미로 이집트를 침공했을 때 ‘비동맹권 동지’인 이집트 편에 서서 이스라엘과 단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쿠바 제재를 푸는 데에 반대하는 것은 오랜 악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맹방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표결 소식을 전하면서 “이스라엘은 유엔에서 미국 편에 선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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