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위로금' 준다지만...아프가니스탄 사람들 목숨값은

딸기21 2015. 10. 1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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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소속된 독일군이 탈레반을 공습한다며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 공습으로 179명이 숨졌는데 그 중 최소한 100명 이상이 아이들과 여성들을 비롯한 아이들이었다. 

 

독일 언론들은 2차 세계대전 이래 독일군이 저지른 최악의 학살이라고 보도했다. 비판이 쏟아지고 독일 정부가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사건을 축소하려던 정부의 움직임을 폭로한 군 비밀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됐고,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결국 당시 국방장관이 사임하고 합참의장도 옷을 벗었다. 독일은 사망자가 나온 86가구에 5000달러(약 600만원)씩을 일괄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5억원 조금 넘는 돈을 쓰고, 독일 정부는 피해자들로부터 “다시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독일은 내준 돈이 보상금이 아니라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The charred remains of the Doctors Without Borders hospital is seen after being hit by a U.S. airstrike. Uncredited/AP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의 공습에 숨지는 아프간과 이라크 민간인들의 ‘목숨값’은 그야말로 푼돈이다. 지난 3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의 ‘국경없는 의사회’ 병원을 공습해 22명이 숨졌다. 확인된 사망자만 그 정도이고, 시신이 끔찍하게 훼손됐거나 확인되지 않은 이들이 30명이 넘는다고 의사회 측은 주장한다. 비난이 일자 미 국방부는 11일 ‘위로금’을 지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의 전례로 볼 때 아프간인들의 희생은 돈 몇푼에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정보자유법에 따라 미 정부로부터 아프간 민간인 오인공격 희생자 500여명에 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로금’은 아프간 경제수준과 비교해도 형편없는 액수에 그쳤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THE HUMAN COST - CIVILIAN CASUALTIES IN IRAQ & AFGHANISTAN /ACLU

 

일례로 2004년 10월 미군은 이라크 북부 도시 바이지에서 한 승용차에 집중사격을 해 운전자인 남성을 사살했다. 유족에게 주어진 돈은 2500달러였다. 2005년 4월에는 험비 차량을 몰고 가던 미군들이 아무 이유 없이 사마라에서 거리에 있던 4살 아이를 살해했다. 꼬박 1년 뒤 아이의 부모에게 주어진 돈 역시 2500달러였다. 

 

2005년 11월 미 해병대는 이라크 안바르주 하디타에서 휠체어를 탄 노인을 비롯해 아이들과 여성들 등 24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미국 언론들은 1968년 베트남 미라이 학살 이후 미군이 저지른 최악의 학살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해병대원 4명이 기소됐다. 그러나 2012년에는 모두 풀려났고 보상금으로 15가구에 3만8000달러가 주어졌을 뿐이다. 가구 당 2500달러였다. 2006년 국방부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민간인에게 지급된 위로금은 오인공격 600건에 대해 총 1970만달러였다. 

 

아프간인들의 목숨값은 더 싸다. 2007년 3월 아프간 북부 고속도로에서 무장세력의 자폭테러가 일어나자 미 해병대는 보복을 한다며 75세 노인과 16세 소녀를 사살했다. 두 사람에 대한 보상금은 각각 2000달러씩이었다. 2002년 6월 미군이 우루즈간주의 결혼식장을 폭격해 30여명이 숨졌을 때에 준 돈은 겨우 가구당 200달러였다. 아프간이 가난한 나라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턱없는 액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2009년 1월 카불 북부 인제리 마을에서 미군은 주민 15명을 사살했는데, 가구당 2000달러씩을 주고 부서진 마을 ‘복구비용’으로 1500달러를 냈다. 당시 미군 대변인인 그레그 줄리언 대령은 AP통신에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미안한 일”이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경제제재로 고통을 겪는 이라크 아이들을 가리켜 썼던 ‘부수적인 피해’라는 표현은 이번 의사회 병원 폭격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됐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에 의해 숨진 민간인 수는 얼마나 될까. 정답은 "모른다"이다. 토미 프랭크스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의 말을 빌면 미군은 "시체는 세지 않는다 We don't do body cou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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