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채권단과 그리스 간 협상이 끝내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이번 주가 ‘그리스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그리스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을 연장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이튿날인 18일에는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18일 월례 회의를 열고 그리스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19일은 그리스가 ECB에 8500만유로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시한이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앞서 12일 그리스 정부에 “더이상 도박할 시간이 없다”며 유로그룹 회의가 그리스 문제를 타결짓는 시한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부채조정 협상을 타결지은 뒤 그 합의안을 놓고 유로그룹 회의에서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회의를 이틀 앞둔 16일까지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했으며,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은 채 대치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14일 45분 동안 날 선 공방을 주고받은 뒤 회의를 끝냈고, 그 뒤로는 회동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서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가 내놓은 경제개혁 패키지가 불완전하다면서 그리스 측이 예산안 규모를 20억유로 정도 더 줄일 것을 요구했다.
또한 IMF 수석경제학자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견해 차를 좁히기 위해 그리스의 채무 상환 시한을 연기해주고 그리스 측 개혁안을 수용하며 빚에 대한 이자율을 낮춰줄 것을 제안했다. 그 대신 그리스가 연금제도를 개혁하고 부가가치세 면제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리스가 이에 반발하면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이튿날인 15일 “세금을 올리고 연금을 줄이라는 요구에 계속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그리스 신문 톤신탁톤은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16일에도 의회 연설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 부채 위기에 “범죄적인 책임이 있다”고 맹비난하며 IMF를 비롯한 채권단에 입장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럽 채권단과 만나는 대신 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막되는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이다.
이번주 내 그리스와 채권단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그리스는 이달말까지 IMF에 16억유로의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제공받았다. ‘브뤼셀 그룹’이라 통칭되는 국제채권단은 IMF와 ECB, 유럽위원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을 계속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반 긴축’을 내세워 집권한 치프라스 총리의 좌파 시리자 정권은 긴축을 중단하고 다시 경제를 띄워야 할 때라며 맞서고 있다. 그리스가 이 채권단 트리오에게 갚아야 할 돈은 72억유로 규모에 이른다. 오는 8월까지 국채와 재무부 채권 상환 만기일, 이자 지급시한이 줄줄이 돌아오기 때문에 그리스 위기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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