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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피플]르펜의 전쟁... 프랑스 극우파 ‘아버지와 딸’ 싸움  

딸기21 2015. 4. 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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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의 전쟁.’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 대표 마린 르펜(46)이 거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상대는 집권 사회당도, ‘경쟁자’인 우파 야당 대중운동연합(UMP)도 아니다. 이번 르펜의 싸움 상대는 바로 국민전선을 만든 자기 아버지 장-마리 르펜(86)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르펜들의 싸움’이라며 말 많고 탈 많은 부녀 간의 공방전을 8일 보도했다.

 

발단이 된 것은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발언이었다. 그는 1987년 유대인들을 대량학살한 독일 나치의 ‘가스실’을 가리켜 “역사의 사소한 부분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히틀러 정권과 협력했던 2차 대전 당시 프랑스 지도자 필리프 페텡을 옹호했다. 그는 지난 2일 그 발언에 대해 질문을 받자 “가스실 발언을 후회한 적 없다”며 ‘소신’을 되풀이했다.


마린 르펜(왼쪽)과 아버지 장-마리 르펜(왼쪽). AP 자료사진


2002년 프랑스 대선 후보로 나와 2위를 차지, 결선에 진출하며 ‘극우 바람’을 일으켰던 장-마리 르펜은 정치인생 내내 거센 논란을 부르곤 했다. 이주민을 마구 폄하하고 인종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금은 사실상 정계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비난을 받는 극우 발언들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발언은 프랑스 내에서 다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나치의 독가스 학살은 결코 역사의 ‘사소한 디테일’로 치부할 수 없는 반인도적 범죄다. 장-마리 르펭이 편들었던 페텡은 프랑스의 군 장성으로, 1940~44년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을 당시 나치의 괴뢰정권이었던 비시정권의 국가 수반을 맡았다. 원래 페텡은 1차 대전 ‘베르덩 전투’에서 무훈을 세운 군인이었고 프랑스의 국민적 영웅이었으나 말년의 나치 부역과 국민 탄압 때문에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장-마리 르펜은 ‘가스실 발언’이 재차 문제를 일으킨 뒤, 다시 ‘리바롤’이라는 극우 잡지와 인터뷰를 해 문제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자식(마린)에게 배반당했다”면서 올해 말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현 사회당 정부가 “이민자와 그 자녀들로 이뤄진 정부”라고 비난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마뉘엘 발스 총리를 비롯, 올랑드 내각에는 이민자 출신 각료들이 여럿 있다. 장-마리 르펜은 “발스는 30년 전부터 프랑스인이지만 나는 1000년 전부터 프랑스인”이라고 비꼬았다.

장-마리 르펜 전 국민전선 대표의 극우발언들이 실린 프랑스 주간지 리바롤. rivarol.com 화면 캡처


아버지의 잇단 발언들이 문제가 되자, 마린 르펜은 “정치적 자살행위”라며 정면 비판했다. 마린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11년 국민전선의 대표가 됐으나, 아버지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언행을 삼가고 ‘인종주의적 극우파’와 선을 그었다.

 

마린의 이런 ‘극우 탈색’ 노력 덕에 국민전선의 지지기반은 크게 늘어났고, 사회당과 대중운동연합의 뒤를 잇는 제3당으로 부상했다. 비록 국민전선에 대한 국민 전반의 지지는 그리 높지 않지만 마린 개인의 경우는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하는 등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2017년 대선에서 마린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자가 25%에 육박했다.

 

그런 마린에게, 번번이 돌출 발언을 하는 아버지는 우군이 아닌 적군이나 다름없다. 마린은 “비록 그(아버지)가 여전히 국민전선의 명예 대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을 볼모로 잡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나치를 편드는) 선동을 하는 것은 내게 해가 될 뿐 아니라 우리 정치운동 전체, 후보들, 그리고 유권자들까지 괴롭히는 행위다”라며 아버지를 맹비난했다. 

 

AFP통신 등은 마린이 이렇게 강하게 나온 것에 대해 “아버지 때문에 애써 희석시킨 인종주의·반유대주의 정당 이미지가 다시 덧씌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차이에도 불구하고 르펜 부녀의 정치적 색깔은 결국 똑같고, 그저 “굿캅 배드캅(악역과 착한 역)으로 역할을 구분해 보여주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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