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사우디는 독재국가" "외교정책 원칙은 여성주의" 스웨덴 외교장관의 '소신 발언'

딸기21 2015. 6. 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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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태형을 부과하는 건 중세식 처벌이다.”“사우디아라비아는 독재국가다.”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 관료가 소신껏 할 말을 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쓴소리의 상대가 주요 교역국이라면 더 그렇다. 스웨덴 외교장관 마곳 발스트룀(60)은 그런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발언을 계속하는 드문 정치인이다. 발스트룀 장관이 사우디의 블로거 태형 확정 소식을 듣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중세식 처벌”이라며 재차 비난했다고 더로칼 등 현지 언론들이 9일 보도했다. 

 

발단은 라이프 바다위라는 사우디 블로거가 태형을 선고받은 사건이었다. 바다위는 인터넷 블로그에 사우디의 종교와 정치·사회 문제를 논의해보자는 글들을 올렸다가 2012년 체포됐고, 1심에서 징역 7년과 태형 6000대를 선고받았다.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일었지만 항소법원은 오히려 형량을 올려 징역 10년과 태형 1000대를 선고했다. 바다위는 현재 50대의 채찍질을 당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950대를 더 맞아야 한다. 지난 8일 대법원은 그의 2심 형량을 확정지었다.


발스트룀 장관. /위키피디아


그러자 발스트룀은 지난 3월 사우디를 “독재국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 비난했다. 이 일로 사우디가 스웨덴과의 무기 계약을 보류하는 등 찬바람이 불었다. 아랍연맹까지 나서서 내정간섭이라 비난했고, ‘스웨덴 대 아랍’의 대립으로까지 비화됐다. 하지만 사우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자 발스트룀은 외교마찰을 불사하면서까지 비판을 계속했다.

 

발스트룀의 소신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발스트룀은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채 사민당 소속으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내각과 의회, 유럽연합(EU)에서 여러 직책을 맡아 일해오는 동안 그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2004년에는 EU 집행위원회에 있으면서 블로그를 열어 EU 정책의 잘잘못을 낱낱이 적었다. 솔직한 발언들에 힘입어 그는 2006년 스웨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성 1위로 꼽혔고, 2010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분쟁지역 성폭력 대응 특사로 임명됐다.

 

지난해 10월 스테판 뢰펜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 정권이 출범한 뒤 외교장관에 취임한 그는 “외교정책에서 여성주의를 최우선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성주의가 외교의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그는 9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얻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힘든 일”이라며 페미니스트 정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앞서 4월에는 전 세계가 핵무기를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절감 계획을 갖고 있는 나라의 외교 수장으로서, 유럽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서도 가장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발스트룀은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신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스웨덴 국민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잇단 강성발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사우디와 갈등이 빚어지자 볼보, H&M 등 기업들은 “사우디와의 경제협력 협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을 피해달라”며 정부에 요청했다. 영국 가디언은 “발스트룀은 신념을 강조하지만 정작 스웨덴은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나라들에 무기를 파는 국가”라고 모순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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